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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LONDON]추억속의 멜로디를 다시 무대로 <사랑과 영혼> GHOST [No.95]

글 |정명주 (런던 통신원) 2011-08-04 4,854

로맨스 영화의 정수, <사랑과 영혼>(1990)이 영국 무대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지난 3월 말, 맨체스터에서 시작한 영국 지방 투어를 마치고, 7월 19일, 런던 피카디리 극장에서 공식 개막을 가졌다. 원작 영화의 대본작가인 브루스 조엘 루빈이 직접 뮤지컬 대본을 썼고, 그래미상 수상자 데이브 스튜어트와 글랜 발라드가 음악을 담당했다. 원작 영화에 매우 충실한 무대로, 미국 프로듀서들이 주축이 되어 합작하고, 연극 <아트> 및 뮤지컬 <반지의 제왕>, <마틸다>로 알려진 영국 연출가 매튜 워처스 Matthew Warchus 가 그와 늘 함께하는 무대디자이너 롭 하웰, 비디오디자이너 존 드리스콜의 손을 빌려 영상과 일루전을 활발히 사용한 영화 같은 뮤지컬로 만들었다.

 

 

 

 

마법의 힘을 빌린 무대
영화에 기초한 뮤지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번 작품 역시 여러모로 원작 영화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였다. 뮤지컬 <사랑과 영혼>은 처음부터 원작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함으로써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 듯하다. 존 드리스콜의 비디오 영상은 무대 3면에 설치된 LED 스크린과 무대 앞에 수시로 내려오는 투명 막을 통해, 뉴욕의 증권시장과 화려한 거리들, 특히 지하철 장면을 훌륭하게 재현한다. 또한 샘이 유령이 되어 문 사이로 지나가는 것, 그의 손이 물건을 만지지 못하고 통과해 지나가 버리는 장면, 지하철 벽을 뚫고 날아다니는 장면들은 일루전 전문가 폴 키에브 Paul Kieve 의 마술과 실감나는 음향효과에 의해 무대화된다.

 

그리고 샘이 죽는 장면에서 하늘에서 천상의 빛이 쏟아지는 장면이나, 그의 살인자인 윌리 로페즈가 죽는 장면에서 악마적인 지옥의 붉은 구름이 무대에 솟아오르는 장면들 역시 스펙터클하게 무대화되었다. 그러나 물론 무대의 제약으로 불가피하게 포기한 부분들도 없지 않다. 특히 원작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주인공 샘과 몰리가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은 무대에서 볼 수 없다. 몰리가 혼자서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만 잠시 팬 서비스 측면에서 선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하이 자렛과 알렉스 노스의 유명한 선율 ‘언체인드 멜로디’만은 살아남아서 그나마 영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원작 영화에서 몰리 역의 데미 무어가 청순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던 것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쉽게도 이번 뮤지컬에서는 그런 감동을 맛볼 수 없다.  영화 스크린에서 가능했던 두 연인 사이의 애틋한 눈길과 친밀감을 대형 무대에서 공간적으로 재현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매력과 연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 샘 역의 리차드 플리시맨 Richard Fleeshman 과 캐시 레비 Caissie Levy 는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지만,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와 같은 흡인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리처드 플리시맨은 <코로네이션 스트릿>을 비롯하여 다수의 영국 TV 드라마에 출연해 왔고, 엘튼 존과 함께 영국 투어를 할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배우이나, 이번 대형 무대에서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캐시 레비는 미국 배우로서 <렌트>, <헤어스프레이> 등의 미국 투어 작품에 주로 출연해 왔고, 최근에 브로드웨이의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아 선전한 가창력이 우수한 여배우이지만, 역시 연기력이 부족하고, 무대 위에서의 매력을 크게 찾아볼 수 없는 신예이다. 음악에서도 이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듀엣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억에 남는 곡이 없다.

 

두 사람의 발라드 곡, ‘Three Little Words’는 아름다운 팝송을 닮은 선율을 통해 ‘아이 러브 유’ 세 글자를 말해주길 기다리는 몰리의 안타까움과 매번 ‘디토’ Ditto 로만 대답하는 샘의 사랑을 그리는 곡이다. 그리고 몰리의 솔로 곡 ‘With You’는 갑작스레 죽은 샘을 잃고 혼자 남은 그녀가 부르는 애잔한 그리움의 노래이다. 두 곡 모두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을 증명하는 듣기 좋은 노래들이지만, 왠지, 데이브 스튜어트와 글렌 발라드의 아름다운 선율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두 주인공의 연기력과 존재감 부족을 만회하며 가장 큰 박수를 받아내는 것은 바로 오다메 역의 샤론 D. 클락 Sharon D. Clarke 이다. <위 윌 록 유>의 킬러 퀸, <라이온 킹>의 라피키, <시카고>의 마마 모튼 등 영국의 대형 무대에서 활약해 온 그녀는 거대한 몸집과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을 가진 배우이다. 그 큰 몸집에 우스꽝스러울 만치 화려한 색채의 아프리카 의상을 걸쳐 입은 그녀가 코러스와 함께 ‘Are You a Believer’ 를 노래하면 온 객석에  신나는 율동의 힘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녀는 영화에서 우피 골드버그가 보여주었던 오다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코믹 캐릭터 오다메를 무대에서 탄생시켰다.

 

 

 


이렇게 오다메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뮤지컬 <사랑과 영혼>은 원작 영화의 스토리와 대사에 담겨 있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샘이 유령이 되어 엉터리 심령사 오다메를 찾아갔을 때, 갑자기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당황해 하는 오다메, 그리고 그녀에게 몰리를 만나달라고 조르면서 밤새도록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샘의 모습을 보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오다메가 몰리를 찾아가 샘과 몰리만 아는 비밀들을 매우 성의 없는 큰 목소리로 문밖에서 이야기할 때의 상황이나, 마침내 몰리가 샘의 유령의 존재를 믿고 오다메를 통해 그와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 역시 재미와 안타까운 감동을 적절히 선사한다. 그리고 가장 큰 폭소가 터져 나오는 장면은 샘의 유령이 오다메를 데리고, 은행에 가서 4백만 달러의 수표를 받아내는 장면, 그리고 그걸 수녀들에게 기부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 오다메를 연기하는 샤론 D. 클락의 진가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장면 역시, 오다메가 샘의 유령에게 몸을 빌려주고, 마침내 샘과 몰리가 둘이 되어 만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바로, 유명한 대사 ‘디토’가 반복되면서 관객들이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다. 그리고 누구나 기대했을 선율, ‘언체인드 멜로디’가 샘과 몰리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 관객들은 감동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래서 막이 내리면 1층 객석의 관객들이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 기립 박수를 선사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무비컬이 런던에서 살아남는 법
최근 영국에서 80~90년대의 유명 미국 영화를 원작으로 세계 초연한 뮤지컬이 많아졌다. 얼마 전 사망한 패트릭 스웨이지의 또 다른 영화 <더티 댄싱>이 호주 프로듀서에 의해 2004년 제작되어 2006년 런던에서 막을 올렸다. 이 공연 역시 영화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그러면서 노래보다는 무용에 초점을 두었기에 두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한 곡도 없는 기이한 형식의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모든 노래는 코러스나 다른 극 중 인물들이 부르는 절름발이 뮤지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영화 팬들을 중심으로 한, 즉, 40~50대 여성 관객을 대거 동원하며 무려 5년간의 장기 공연을 마치고 올 9월부터 전국 순회공연에 돌입한다.

 

또한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영국 프로듀서의 작품으로, 2008년 로열 플리머스 극장에서 원작 영화의 스토리를 보강하고, 여주인공 알렉스의 소심한 성격을 씩씩한 톰보이로 변화시키고, 밤무대를 배경으로 한 섹시한 무용 장면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탈바꿈해 첫선을 보였다. 2010년 9월, 런던 세프스버리 극장에서 웨스트엔드 초연을 한 이 작품은 예정보다 일찍 3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영국의 치체스터 페스티벌 극장에서 제작한 뮤지컬 <러브 스토리>(2010-2011)는 원작 영화에 기초하였으나 지나친 감상성을 피하고 영국적인 유머와 재치에 초점을 맞추어, 눈물이 없는 깔끔한 러브 스토리로 각색했지만 웨스트엔드에서 10주간 공연을 하는 데 그쳤다.

 

 

 


위의 예들을 살펴보면,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유명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하는 데 조금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원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무대화하는 것이 작품성을 개선하기 위해 원작을 각색하는 것보다 흥행 면에서 안정된 방법으로 보인다. 기존 영화의 팬들이 원하는 것이 감동의 순간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것이라면, 섣부른 각색보다는 부족하지만 원작에 충실한 경우가 관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호주 프로듀서나 미국 프로듀서들이 제작을 하는 경우에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원작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국 프로듀서들이 제작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원작 영화에서 벗어나 뮤지컬 작품 자체로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흥행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조기 폐막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 프로듀서들이 주가 되어 제작한 뮤지컬 <사랑과 영혼>은 원작의 스토리와 대사, 심지어 이미지까지 그대로 살린 점에서, 영화 팬들의 향수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공들의 연기력 및 흡인력 부족을 비롯해서 영화와 비교해서 아쉬운 점들은 남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최대한 살려서 무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사랑과 영혼>은 특별히 가슴을 울리는 명곡들은 없지만, 무난하게 흘러가는 음악에 일루전과 다채로운 볼거리가 더해진 화려한 무대, 그리고 무엇보다 원작이 가진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는 명장면들 덕분에 당분간 런던의 관객들을 기쁘게 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ghostthemusical에서 뮤지컬의 주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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