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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브로드웨이의 배우조합 [No.96]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1-09-15 5,643

매일 밤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채워 나가는 사람들은 바로 배우이다. 주연과 앙상블에 관계없이 각자가 모두 작품의 얼굴인 배우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더욱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여건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배우조합이 담당하는 역할이다. 

 

 

 

배우조합의 기원과 역할                                                                  
미국의 공연 배우조합(Actors` Equity Association, 이하 AEA)은 무려 100여 년 전인 1913년에 창단되었다. 배우조합이 생겨나기 전에는 리허설 기간 중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의상이나 분장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배우가 직접 부담해야 되는 등 배우와 무대감독들의 생활은 그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에 1913년 5월 26일 112명의 배우가 뉴욕에서 배우들을 위한 조합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수년간 프로듀서, 공연 기획자들과의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급기야 1919년 배우조합은 파업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들은 결국 배우조합과 합의점을 모색하게 되는데, 파업 사태 전까지 2,777명에 머물렀던 배우조합의 회원수는 이후 14,000명까지 늘어났다. 배우들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한 결과였다. 배우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넓게는 공연예술의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립된 배우조합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49,000명 이상의 배우와 무대감독(Stage Manager)들이 소속되어 있다. 공연계의 다른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배우조합의 가장 큰 역할은 회원인 배우들과 프로듀서 간의 계약에서 임금이나 근무 여건, 건강 보험, 연금 등 기본적인 조건의 기준을 제시하는 표준 계약서를 협의하고 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단지 배우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배우들의 공연 환경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공연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나는 ‘에쿼티 액터’다 - 조합 소속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연극과 뮤지컬 공연은 크게 에쿼티 시어터(Equity Theatre, 배우 조합 소속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작품)와 논-에쿼티 시어터(Non-Equity Theatre)로 나뉜다. 모든 브로드웨이의 공연은 배우조합 소속의 배우들이 참여하지만 투어 공연이나 지역 공연의 경우 배우조합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배우들이 공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간혹 ‘오리지널 팀’으로 포장되어 우리나라에서 내한 공연을 한 투어 공연단 중 관객들로부터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몇몇 팀들은 논-에쿼티 투어이기도 했다. 즉, 배우조합 소속 배우들의 공연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관객들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수준의 배우들 공연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말하자면 ‘에쿼티 액터’라는 것이 일종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배우조합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배우조합과 프로듀서, 극장주가 속해 있는 더 브로드웨이 리그의 표준 계약서가 적용되는 프로덕션에 캐스팅이 된 경우, 해당 배우는 공연 기간 내에 배우조합에 회원 신청을 할 수 있다. 또는 배우조합의 자매 관계인 아티스트 조합에 이미 소속된 배우인 경우에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면 별도의 가입비를 지불한 뒤 배우조합의 회원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배우조합에서 운영하는 후보 회원 프로그램(Equity Membership Candidate Program, 이하 EMC)에 가입하여 일정 기간 트레이닝을 거친 뒤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이다. 실제 무대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는 배우와 무대감독들을 대상으로 50주 동안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약 11만 원($100)의 등록비를 지불한 뒤, EMC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에쿼티 공연 작품에서 공연하며 수련 기간을 거치게 된다. 수련 기간 이후에는 배우 조합원 자격이 5년간 유지되며, 이 기간에 해당 배우는 에쿼티 시어터에 고용되어 공연하는 경우 반드시 배우 조합이 정하는 표준 계약서에 동의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또한 EMC 프로그램은 선배 배우나 무대감독들과 참가자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오디션이나 캐스팅 과정에서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현역에 있는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배우가 주인인 배우조합                                                                 
배우조합은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이사회가 운영한다. 즉, 오랜 동안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인 배우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배우들의 모임’인 셈이다. 따라서 배우조합의 운영 역시 회원들이 지불하는 가입비와 회비로 이루어지는데, 배우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 배우들은 약 120만 원($1,100)의 입회비를 지불한다. 가입 이후 매년 12만 원($118) 가량의 기본 회비를 납부할 의무를 지니며, 공연을 할 경우 주급의 2.25%를 별도 납부하게 된다. 수입에서 빠져나가는 회비는 프로덕션에서 배우에게 지급하는 임금에서 자동적으로 감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가입비와 기본 회비는 배우조합의 소속 배우라면 누구나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는 것이지만 수입에 따른 회비는 수입이 많은 배우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게 됨으로 마치 세금과 유사하게 부과되는 방식이다.


회비를 납부한 배우들은 배우조합과 더 브로드웨이 리그 사이의 표준 계약에 따라 최소 임금과 근무 조건을 보장받게 된다. 배우조합에 소속된 배우들과 계약을 한 프로듀서는 투어 공연을 할 때 일일 경비나 숙박 부분까지 미리 협의한 규정들을 반드시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외에도 배우조합은 배우가 무대에서 공연할 때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얼마 전 뮤지컬 <스파이더맨>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던 당시에도 사고를 당한 배우 크리스토퍼 티어니를 대신해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것도 바로 배우조합이었다. 배우조합은 배우와 무대감독들이 작업하는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스턴트나 플라잉 액션이 필요한 장면이나 불이나 연기를 사용하는 장면, 또는 난이도 높은 안무 동작 등에 대해서 미리 점검을 한다. 더욱 세심한 검토를 위해 이들은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며 작품의 컨셉이나 초고가 확정된 이후 바로 프로덕션 담당자와 위험 요소들을 조율한다. 배우조합 관계자는 “무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무대 장치가 복잡해짐에 따라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더 면밀한 점검이 요구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운영된 지 100년이 넘은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은 무대 위에서만이 아니라 각종 무대 장비들이 엉켜있는 비좁은 백스테지 공간에서도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분쟁은 상황이 좋을 때보다는 안 좋을 때 더 쉽게 발생하는 법이다. 뮤지컬의 경우 폐막일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오픈-런으로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인 브로드웨이이지만 이는 곧 흥행 성적이 기대보다 좋지 않을 경우 예상 밖으로 서둘러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간혹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 전 트라이아웃 단계에서 브로드웨이행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배우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공연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혹여 임금을 지급 받지 못한 채 프로덕션이 막을 내리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이에 배우조합은 만약의 경우에라도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 프로듀서에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예치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작품이 폐막하거나 프로듀서가 파산하는 경우에도 최소 2주치의 최저 임금과 보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배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배우조합은 또한 이러한 혜택이 원만하게 제공되기 위해서 배우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사항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배우조합이 정한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는 어떠한 리허설이나 공연에도 참여해서는 안 될 것을 분명히 한다. 이와 같은 경우 만약 분쟁의 소지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배우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 리허설이나 공연을 위한 준비 시간에 늦지 않아야 함은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경우 적어도 30분 전까지는 무대감독에게 알려야 하는 규정 등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지켜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리허설과 공연 기간 중 배우들의 활동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은 같은 조합에 소속되어 있는 무대감독들이 겸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로덕션의 허락을 받지 않은 공연 중 돌발 행동이나 의상,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정해진 규범에 맞추어서 진행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배우들 또한 프로듀서와 합의한 규정을 지키고 의무를 다할 때에만 그들의 권리도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배우조합에 속한 배우들은 일반적으로 논-에쿼티 프로덕션에서의 공연이 제한된다. 만약 논-에쿼티 작품에 출연해야 할 부득이한 경우에는 조합의 허가하에 별도의 계약서(게스트 아티스트 계약서 또는 쇼케이스 코드)에 동의한 후 제한적으로 공연이 가능하다. 배우들은 에쿼티 배우들에만 문이 열려있는 오디션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며 운영진을 직접 선발할 수 있는 권리와 표준 계약서의 조항들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보탤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기도 한다.

 

 

 

공연 환경과 함께 변화하는 AEA의 규정                                        
배우조합이 관장하는 범위가 비단 브로드웨이 프로덕션만이 아니다 보니 배우조합에서 제공하는 표준 계약서는 수십 종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복잡한 규정들이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는 것이 바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대한 표준 계약서인데, 2011년 현재 유효한 계약서가 무려 163페이지에 달할 만큼 배우들의 근무 여건을 요목 조목 자세히 명시하고 있다. 배우조합은 대개 3년 간격으로 더 브로드웨이 리그와 협의 하에 기본 임금 등을 조정하며, 표준 계약서 이외에도 공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경우 별도의 협의를 진행하여 추가 규정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05년 존 도일이 연출한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 <스위니 토드>가 그러한 예다. 이 프로덕션은 모든 출연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공연하는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컨셉을 처음으로 차용한 프로덕션이었다. 연출가의 차기작인 <컴퍼니>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될 만큼 새로운 시도와 세련된 연출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얻은 프로덕션이지만, 제작 단계에서는 배우와 뮤지션의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해야 했던 액터-뮤지션에 대해 배우조합과 뮤지션조합(Local 802)의 별도 협의가 필요한 특별한 경우이기도 했다. 오랜 의논 끝에 결국 배우들이 배우조합만이 아니라 뮤지션조합에도 소속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프로듀서는 배우로서의 기본임금 이외에 뮤지션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추가 임금을 각 배우에게 지불할 것에 합의했다. 이 규정은 <컴퍼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향후 비슷한 형식으로 제작되는 프로덕션에도 참고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기존의 브로드웨이 제작 방식과는 다르게 단일 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경우에는 별도의 표준 계약서가 제공되고 있다. 디즈니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브로드웨이의 표준 계약서와 유사하나 몇 개의 항목이 추가되거나 삭제된 디즈니만의 표준 계약서의 내용들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뉴욕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과 같이 기존의 표준 계약서로는 커버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나 페스티벌이 공연될 경우 이에 맞게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는 것 역시 배우조합의 몫이다.


배우조합은 배우들의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까지도 함께 규정함으로써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배우들 스스로가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지켜갈 수 있는 울타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미국 전역을 관장하는 배우조합은 크게 동부, 중부, 서부 지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뉴욕과 시카고, LA, 올랜도에 사무실을 두고 각 지역의 도시들을 담당하며 상호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운영되고 있다.

 


FAQ about AEA
①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임금은 어떻게 책정되고 지불되는가?
2011년 현재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최저 임금은 주급 기준 약 170만원($1,653) 정도이다. 주 8회 공연이 일반적인 브로드웨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방식(회당 출연료 지급)과 달리 주급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공연 기간만이 아니라 리허설 기간에도 같은 임금 조건이 적용되는데, 리허설 시간과 기간에 따라 별도 조항대로 차등 지급될 수 있다. 뮤지컬 작품의 무대감독은 주급 기준 최소 약 280만 원($2,717)을 지급받을 수 있다. 주급은 컴퍼니 매니저의 관리하에 지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② 공연하는 작품이 없는 배우들의 최저 생활은 어떻게 보장되는가?
운 좋게도 롱런하는 작품을 장기 공연할 수 있는 배우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이 유지되지만, 캐스팅 여부에 따라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배우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에, 미국에서는 배우들에게 일정 수준의 실업급여(Unemployment Insurance)가 제공되는데, 이는 배우가 속한 주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적용된다. 다음 작품의 캐스팅을 위해 휴지기에 있는 배우조합 소속의 배우들은 각 지역의 실업급여 담당 기관에서 적절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


 

③ 브로드웨이나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이 아닌 개발 단계에 있는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브로드웨이 작품은 대개 장기간의 개발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리딩, 워크숍, 쇼케이스 등 다양한 단계의 개발 과정에 따라 배우조합은 별도의 규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배우조합 소속 배우들은 상업 공연이 아닌 개발 단계의 프로덕션에서도 최소한의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6호 2011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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