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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디즈니의 새로운 뮤지컬 <뉴시스> NEWSIS THE MUSICAL [No.104]

글 |류해정, 정예경(뉴욕통신원) 사진제공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 2012-05-21 4,811

‘디즈니’,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이들이 모여들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물리적 힘과 자본력을 고루 갖춘 슈퍼 드림 팩토리! 이런 디즈니의 이름표를 자랑스럽게 붙일 수 있는 작품이 과연 몇이나 될까? 디즈니는 <라이온 킹>, <메리 포핀스>를 성공시켜 브로드웨이를 접수한 데 이어, 2012년 <뉴시스>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약 57억 원 규모의 저예산(?)에, 단 12주만 공연한다. 작년부터 떠들썩하게 관심을 끌어왔던 <뉴시스>가 뚜껑을 열었다. 

 

 

 

<뉴시스>가 브로드웨이로 오기까지
<뉴시스>는 1899년 뉴욕, 고아나 홈리스였던 청소년 신문 배달부들이 벌였던 파업 실화를 바탕으로 1992년 디즈니사에서 영화화한 바 있다. 영화는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관에 걸린 지 고작 일주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고 3백만 달러 정도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했으니, 디즈니사로서는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가 홈비디오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예상 밖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팬층이 점점 쌓이면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더니, 마침내 2011년 또 한번 디즈니의 선택을 받아서 스크린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근 20년 만에, 뮤지컬 극장에서 재탄생할 작품을 위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 작곡가였던 알란 멘켄과 작사가 잭 펠드만도 다시 뭉쳤다. 그리고 작년, <뉴시스>는 뉴저지의 페이퍼밀 극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디즈니의 기발한 마케팅이 시작된 것도 이 시점이다. 매년 추수감사절을 기념하여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퍼레이드를 보러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뉴요커들을 겨냥하여, <뉴시스> 팀을 퍼레이드에 참가시킨 것이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작품에 대한 입소문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기대감이 한껏 증폭된 상태에서 2012년 3월 프리뷰를 거쳐 <뉴시스>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작품이 발표되기 전 뭇 언론들은 “말하는 동물, 날아다니는 유모를 소재로 환상의 세계를 선보여 왔던 디즈니가 이 작품을 뮤지컬화 하기엔 스토리 자체가 현실적인 것 아닌가?”라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 작품은 현재 순항하고 있다. 

 

 

스토리
신문 배달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고아 잭 켈리는 단짝 친구 크러치와 함께 신문을 팔기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고 있다. 종이 울리자 수녀님들이 배식해주는 아침을 먹기 위해 고아와 홈리스들이 광장으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곳에서 잭은 현장 취재를 나온 미모의 리포터 캐서린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한편, 신문 배당을 기다리며 광장에 모인 신문 배달원들 사이로, 데이비와 그의 10살짜리 동생 레스가 등장한다. 3주째 계속되는 트롤리 파업으로 인해 아이들은 오늘은 얼마나 신문이 팔릴까 걱정하지만, 잭은 어린 레스에게 신문팔이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함께 신문을 모조리 팔아치운다.
뉴시스들의 어려운 생활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월드 신문사’ 사장 퓰리처와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들이 생각한 묘책은 뉴시스들에게 파는 신문 배당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100부에 50센트였던 신문을 60센트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한편 고아들을 붙잡아 시설에 보내는 스나이더와 경찰이 등장하고, 잭, 데이비, 레스는 얼빙홀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공연을 하는 미스 메다를 만나게 되는데, 사실 잭은 일전에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다. 미스 메다를 위해 무대 배경을 그려준 것이다. 가난한 신문팔이 잭은 사실 미술에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곧이어 잭은 그곳에서 공연 비평기사를 쓰던 캐서린과 다시 마주친다. 그녀의 관심을 사려 온갖 노력을 다 해보지만, 눈 하나 깜짝 않는 캐서린. 잭은 신문 한쪽에 그녀의 옆모습을 드로잉해 남기고 자리를 뜬다. 잭을 그저 자기에게 추파를 던지는 신문팔이쯤으로 취급하던 캐서린은 그의 그림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란다.


갑작스런 신문 가격 인상에 대항해 뉴시스들은 파업에 돌입한다. 캐서린은 뉴시스들을 인터뷰하고, 그녀의 기사를 기점으로 거대 신문사와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데, 그 와중에 크러치가 경찰에게 연행된다. 한편, 협상을 위해 퓰리처의 사무실을 찾아간 잭은 캐서린이 바로 퓰리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당혹스러워한다. 설상가상으로 잭은 그 자리에서 스나이더에게 잡히고, 다른 뉴시스들까지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협박까지 당한다. 이 일로 잭과 캐서린은 옥신각신하다가 서로의 감정이 사랑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캐서린은 아버지와 거대 신문사의 불의에 맞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뉴시스들만이 아닌, 다른 모든 굶주리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끌어 모아 힘을 더 키우자는 것이다.


결국 잭과 캐서린이 주축이 된 파업 동맹은 새로운 신문을 창간한다. 새 신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당황한 퓰리처와 신문사 직원들. 모두 힘을 모아 잭을 지지하며 신문 가격 인하를 주장하자, 퓰리처는 마지못해 그 제안을 수락한다. 게다가 스나이더의 행적들이 재조사되면서, 길거리의 뉴시스들은 더 이상 그를 피해 숨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잭은 신문 일러스트레이션 제의까지 받고, 캐서린과의 사랑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후, 다시 시작된 뉴시스들의 신문팔이로 활기찬 뉴욕의 새 아침이 시작된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무대
8번의 아카데미 어워드 수상자인 디즈니의 대표 작곡가 알란 멘켄, 그리고 그의 파트너 작사가 잭 펠드만에게 고아, 홈리스, 파업이라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소재에 밝고 통통 튀는 음악을 입히는 작업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음악은 지금 들어도 세련되었다. 그것이 알란 멘켄의 힘! 하지만 음악, 극본, 연출 중에서도 알란 멘켄이 늘 탁월성을 보였기에 그의 이름을 보증수표로 내놨던 타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힘의 분배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연출가 제프 칼혼과 무대디자이너 토빈 오스트는 무대에 마술을 부렸다. 6m에 육박하는 세 개의 철제 타워가 무대 세트의 메인 재료인데, 관객과 마주하는 쪽은 뻥 뚫려있고, 그 반대편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세 개의 철제 타워를 나란히 붙여놓으면 계단을 통해서 위아래로, 왼쪽과 오른쪽, 사방으로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조물에 불과하지만, 장면이 바뀌는 사이 배우들은 일사분란하게 철제 구조물의 사이사이를 이동하며 붙였다 떼었다, 돌리고, 짜맞추며 뉴욕시의 아파트, 보드빌 극장의 백스테이지를 만들어낸다. 철제 구조물 안에서 스나이더와 경찰을 피해 아이들이 도망치는 장면은 한정되어 있는 무대 안에서 최대한의 공간 활용을 보여주는 훌륭한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구조물들의 각 층 천장에는 프로젝터를 쏠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스크린을 모두 내리면, 프로젝션을 쏘아서 뉴욕의 어스름한 새벽, 조셉 퓰리처의 사무실 배경, 그리고 뉴시스들이 신문을 받기 위해 모이는 광장까지 다양한 도시 배경을 만들어낸다. <뉴시스>의 무대는 무대디자이너와 연출가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적이고도 합리적인 세트였다.

 

 

눈에 띄는 안무
파워풀한 군무를 대중적인 코드에 맞춰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데에 탭댄스 만한 도구도 없다(이는 <메리 포핀스>에서 잘 입증이 된 바 있다). 디즈니는 이번에도 누구나 좋아하는 흥겨운 탭댄스 코드를 가지고 들어왔다. 탭을 안무의 주요 도구로 이용하면서도, 전통적인 탭에 현대 무용을 결합한 것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특히 ‘Seize the Day!’의 안무는 신문을 도구로 사용해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곡의 후반에 깔아뭉갰던 신문을 뭉쳐 관객석에 던지는데, 신문사의 횡포를 조롱하는 뉴시스들의 작은 복수에 대한 통쾌함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하지만 음악이 탭을 추기에 적합한 음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탭댄스를 추려면 좀 더 리듬적 요소가 많은 곡, 재즈 이디엄이 들어간 곡들이 좋을 텐데, 음악에 알란 멘켄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적 요소가 언뜻언뜻 묻어나왔다. 많은 댄서들이 동시에 뿜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함께 호흡하려면 음악적 진행이 더 빠르거나 음악적으로 내재된 정보가 더 많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사실 <뉴시스>는 아주 특별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작품은 아니다. 따라서 화려한 볼거리, 즉, 연출과 군무가 매우 중요하다. 제작사도 그것을 알았는지, 안무에 꽤 힘을 실어주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유 캔 댄스(So You Think You Can Dance)>에서 탑 20안에 든 유명 댄서들을 캐스팅하였다. 이 프로그램 출신의 댄서들은 브로드웨이 무대를 자기 것처럼 누비고 다니며 모든 장르를 망라한 자신 있는 몸짓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이 댄서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극을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재능 많은 배우들 
주인공 잭 켈리 역의 제레미 조단은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클라이드 역을 맡았던 배우다. 어딘가 반항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의 클라이드가 맨해튼의 뉴스 보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 두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는 프로페셔널 그 자체, 브로드웨이의 값진 보석임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보니 앤 클라이드>는 너무 일찍 막을 내렸고, <뉴시스>도 12주 후 막이 내리지만, 그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이름을 충분히 알렸고, 밝은 미래를 예약했다. 


제레미 조단보다 더 정확한 음정으로 안정적인 노래를 들려주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 사람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데이비 역의 벤 프랭크 하우저다. 부드럽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극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이 배우의 단점을 굳이 꼽자면, 침이 너무 심하게 많이 튄다는 점 정도? 극의 다양성이나 팬층, 또는 인종 안배를 염두에 둔 모양인지, 미스 메다 역에는 1992년도 영화에서와는 달리 흑인 배우 캐패시아 젠킨스를 캐스팅했다. 흑인 특유의 시원시원한 보컬이 듣기 좋다. 그녀의 친구는 우연히 필자 옆에 앉았는데 인터미션 내내 무대에 선 그녀를 계속 칭찬하느라 바빴다.

 

 

실패에서 성공으로!
<뉴시스>가 아무리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해도, 기록적인 실패를 경험했던 작품이다. 아마 이 작품을 뮤지컬화 하기로 결정할 때 디즈니도 조심스러웠을 것이고, 지금도 홍보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뉴시스>는 6회의 프리뷰 공연에서 약 8억 3,800만 원을 벌어들였고, 이 정도면 흥행 광풍을 몰고 왔던 <렌트>가 2008년 8회의 프리뷰 공연에서 약 9억 8,500만 원를 벌어들인 것과 비교해도 꽤 좋은 성적이다. ‘약속된 12주가 지나도 <라이온 킹>처럼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으로 공연할 수 있을까?’ 디즈니사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뉴시스>는 운이 좋은 작품이다. 실패를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잊힐 수 없었고, 때문에 재평가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품이 그저 그런 평을 듣고 묻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지난 20년간 맛본 아픔을 뒤로 하고,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라 성공의 단 열매를 맛보려는 무서운 작품 <뉴시스>. 1년 후에도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4호 2012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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