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브로드웨이의 한 해 시즌을 마무리하는 토니상 시상식을 앞두고 뉴욕 공연계는 결과를 예측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작지만 속이 꽉 찬 신작 뮤지컬들과 새로운 옷을 입은 명불허전 거장들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풍성했던 시즌이었기에 2012 토니상의 영광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해 시즌을 마무리하는 토니상의 계절이 오면 그 해 작품들의 명암이 보다 확연하게 구분된다. 시즌 초반에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 흥행 저조로 일찌감치 막을 내리는가 하면,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안정적인 흥행 궤도에 올라선 작품들도 있다. 2011-2012 시즌의 토니상 후보작(자)은 예년에 비해 약 1주일가량 앞당겨진 지난 5월 1일 발표되었다. 4월 26일까지 개막한 작품들에 한해 엄선된 이번 후보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단연 <원스(Once)>의 약진이다. 총 11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작은 뮤지컬의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 <나이스 워크 이프 유 캔 겟 잇(Nice Work If You Can Get It)>(이하 <나이스 워크>) 그리고 <포기 앤 베스>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10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원스>의 뒤를 이었다.
작은 작품의 약진이 빛난 브로드웨이 2011-2012 시즌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신작 뮤지컬은 총 4편이다. 거의 모든 부문의 후보에 이름을 올린 <원스>와 <나이스 워크> 외에, 스티브 마틴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기적 만들기(Leap of Faith)>와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신작 <뉴지스(Newsies>)도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고른 평가를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들의 경합이기에 어떤 작품이 2012 토니상의 영광을 거머쥐게 될지 공연 관계자들과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6년 개봉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스>의 무대 버전인 뮤지컬 <원스>는 <렌트>의 초기 개발을 진행했던 뉴욕 시어터 워크숍의 작품이다. ‘Falling Slowly’로 대표되는 주옥같은 음악들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인디 영화로 제작된 <원스>의 뮤지컬 버전이 상업 시장이 아닌 비영리 공연단체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도 작품의 색깔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영화 <원스>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뮤지션 글렌 핸사드(Glen Hansard)와 마케타 이글로바(Marketa Irglova)가 뮤지컬 버전의 음악도 담당했다. 영화에 삽입되었던 노래 중 다수가 사용되었고, 몇 곡이 추가되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존 카니(John Carney)를 대신해 뮤지컬에서는 엔다 월쉬(Enda Walsh)가 극본을, 존 티파니(John Tiffany)가 연출을 맡아 호흡을 맞췄으며, 남녀 주인공 스티브 카지(Steve Kazee)와 크리스틴 밀리오티(Cristin Milioti)가 원작의 감동을 되살렸다.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2011년 12월에 개막해 약 한 달간 공연된 뮤지컬 <원스>는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과 평단을 매료시켰다. 예정되었던 공연 기간이 끝나자마자 브로드웨이의 버나드 제이콥스 시어터로 자리를 옮겨 지난 3월 18일에 공식 개막했으며, 화려한 볼거리와 스케일로 승부하는 대형 뮤지컬들 틈에서 연일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대신해 기타, 피아노, 아코디언 등의 악기를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함으로써 음악이 작품의 내러티브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도 <원스>만의 매력이다. <원스>는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연출상을 비롯하여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안무상 등 총 11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도 작품상과 연출상, 음악상 등 5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명실상부 이번 시즌에 가장 주목 받는 신작 뮤지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는 토니상 시상식보다 일주일 앞선, 오는 6월 3일에 개최된다.
<원스>가 신선한 감각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나이스 워크>는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감성으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매튜 브로데릭(Matthew Broderick)과 캘리 오하라(Kelli O`Hara) 주연의 이 작품은 조지 거슈윈과 아이라 거슈윈의 음악에, <올 슉 업>과 <멤피스>의 극작가 조 디피에트로(Joe DiPietro)가 극본을 더해 완성된 뮤지컬 코미디다. 돈 많은 바람둥이 지미 윈터와 주류 밀매업자 빌리 벤딕스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 작품은 최우수 작품상 외에 극본상, 연출상, 안무상, 남녀 주연상 등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또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도 작품상 등 8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어 <원스>와 경합을 벌인다.
디즈니사의 신작 <뉴지스>는 1992년 개봉했던 동명의 뮤지컬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899년 뉴욕시에서 일어났던 신문 배달 소년들의 파업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알란 멘켄(Alan Menken)과 잭 펠드만(Jack Feldman)이 음악을, 배우이자 극작가인 하비 피어스타인(Harvey Fierstein)이 극본을 담당했다. 무대 버전에서는 영화 속 노래들 외에 몇 곡의 새로운 노래가 추가되었다. <뉴지스>는 역대 디즈니 뮤지컬들과 달리 전체 제작비 규모가 60억 원(500만 달러)에 그치는 작은 작품이다. 브로드웨이보다는 투어 공연과 라이선스 시장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짧은 상연을 계획했던 <뉴지스>는 기대 이상의 선전에 힘입어 당초 예정되었던 6월에서 8월로 폐막 일시를 옮겼다가, 토니상 후보로 발표된 직후 공연 기간을 재조정하여 오픈런 공연이 확정됐다. 영화 개봉 당시의 부진을 깨끗하게 털어내는 선전이다. <뉴지스>는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연출상, 안무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알란 멘켄이 참여한 또 다른 작품 <기적 만들기>는 <컴퍼니>의 라울 에스파자(Raul Esparza)가 영화 속 스티븐 마틴 역으로 참여하는 등 화제를 모았으나, 안타깝게도 지난 4월 26일에 공식 개막한 후 2주 남짓한 공연 기간을 기록하며 5월 13일에 막을 내렸다. 2012 토니상에는 최우수 작품상 단 한 부문에만 겨우 이름을 올렸다.
신작 뮤지컬에 대한 각본상 부문에는 <원스>와 <뉴지스>, <나이스 워크> 이외에 <리시스트라타 존스(Lysistrata Jones)>의 더글라스 카터 빈(Douglas Carter Beane)이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보니 앤 클라이드>는 음악상(프랭크 와일드혼, 돈 블랙)과 여우주연상(로라 오즈네스), 2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어 아쉬움을 달랬다. 음악상 부문에는 노래가 가미된 두 편의 연극 <피터 앤 더 스타캐쳐(Peter and the Starcatcher)>와 <원 맨, 투 가브너스(One Man, Two Guvnors)>가 함께 노미네이트되어 눈길을 끈다.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피터 앤 더 스타캐쳐>는 디즈니와 뉴욕 시어터 워크숍이 함께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웨스트엔드 흥행작 <고스트>와 프리뷰 공연부터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스파이더 맨>은 디자인 부문을 포함해 각각 3개와 2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었다. 또한 일반인의 투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던 <갓스펠>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단 한 부분에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한 유일한 뮤지컬로 기록되어, 내심 토니상 수상에 기대를 걸었을 수많은 투자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 부문은 <원스>와 <나이스 워크>, <뉴지스>의 삼파전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다른 두 작품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순항 중이지만, 오프브로드웨이에서부터 호평 속에 공연되어온 <원스>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린다.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뮤지컬과 전통적인 뮤지컬 코미디의 격돌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시 한 번 입증된 거장의 파워!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굵직한 거장들의 리바이벌 프로덕션들이 풍성하다. 이중 토니상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 후보에 지명된 것은 <에비타>, <폴리스>, <포기 앤 베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총 네 작품이다.
가장 많은 부문에서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은 <포기 앤 베스>다. 1935년 초연된 거슈윈 형제의 오페라 <포기 앤 베스>를 재해석한 이번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극작가 수잔-로리 팍스(Suzan-Lori Parks)와 디에드르 머레이(Diedre Murray)가 각색에 참여해 새로운 버전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1920년대 초반의 미국 흑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시도에 대해 평단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으나, 관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당초 예정되었던 7월에서 상연 시기를 9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을 만큼 안정적인 티켓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작품상과 연출상 등 총 10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지난 1월에 막을 내린 스티븐 손드하임의 <폴리스> 역시 평단의 호평 속에 공연 기간을 3주 더 연장한 바 있다. 1971년 초연작을 새롭게 제작한 이번 프로덕션은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특히 남우주연상 부문에는 대니 버스틴(Danny Burstein)과 론 레인스(Ron Raines)가 나란히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두 작품도 나란히 작품상 부문에서 경합한다. <에비타>는 작품상과 여우조연상, 안무상 부문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거장들의 작품들로 무장한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의 최우수 작품상은 다수의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포기 앤 베스>와 <폴리스>의 각축이 예상된다.
경쟁하지 않아 더 특별한 특별상 부문
토니상에서는 매년 비경쟁 부문의 특별상을 별도로 시상한다. 2012년 토니상의 공로상은 브로드웨이의 베테랑 프로듀서인 엠마누엘 아젠버그(Emanuel Azenberg)에게 돌아갔다. 아젠버그는 지금까지 약 65여 편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제작해왔으며, 토니상을 여덟 차례 수상한 바 있다. 최근 종영한 NBC의 TV 시리즈 <스매쉬>에 실명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토니상은 브로드웨이의 대표 프로듀서 아젠버그가 그동안 공연계에 쏟은 땀과 열정에 대한 감사의 뜻을 공로상에 담아 전하기로 했다. 또 다른 비경쟁 부문인 이사벨 스티븐슨 어워드의 수상자는 베테랑 여배우 버나뎃 피터스(Bernadette Peters)로 결정되었다. 또한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배우 조합과 수년간 토니상 시상식의 진행을 맡기도 했던 배우 휴 잭맨에게도 특별상이 수여된다. 휴 잭맨은 이번 시즌에 <휴 잭맨, 백 온 브로드웨이>라는 콘서트 형식의 솔로 공연에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의 지역 공연장 부문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셰익스피어 시어터 컴퍼니에게 돌아갔다.
제 66회 토니상 시상식은 오는 6월 10일 뉴욕의 비콘 시어터에서 개최되며, CBS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될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가 진행을 맡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시상식임에도 토니상의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은 후보자들만큼이나 두근거린다. 과연 2012년 토니상의 트로피가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2 TONY AWARDS NONIMEES (뮤지컬 부문)
Best Musical
Leap of Faith
Newsies
Nice Work If You Can Get It
Once
Best Revival of a Musical
Evita
Follies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Jesus Christ Superstar
Best Book of a Musical
Douglas Carter Beane(Lysistrata Jones)
Harvey Fierstein(Newsies)
Joe DiPietro(Nice Work If You Can Get It)
Enda Walsh(Once)
Best Original Score (Music and/or Lyrics) Written for the Theatre
Music: Frank Wildhorn / Lyrics: Don Black (Bonnie & Clyde)
Music: Alan Menken / Lyrics: Jack Feldman (Newsies)
Music & Lyrics: Grant Olding (One Man, Two Guvnors)
Music: Wayne Barker / Lyrics: Rick Elice (Peter and the Starcatcher)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Leading Role in a Musical
Danny Burstein (Follies)
Jeremy Jordan (Newsies)
Steve Kazee (Once)
Norm Lewis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Ron Raines (Follies)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Leading Role in a Musical
Jan Maxwell (Follies)
Audra McDonald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Cristin Milioti (Once)
Kelli O’Hara (Nice Work If You Can Get It)
Laura Osnes (Bonnie & Clyde)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Featured Role in a Musical
Phillip Boykin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Michael Cerveris (Evita)
David Alan Grier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Michael McGrath (Nice Work If You Can Get It)
Josh Young (Jesus Christ Superstar)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Featured Role in a Musical
Elizabeth A. Davis (Once)
Jayne Houdyshell (Follies)
Judy Kaye (Nice Work If You Can Get It)
Jessie Mueller (On A Clear Day You Can See Forever)
Da’Vine Joy Randolph (Ghost the Musical)
Best Scenic Design of a Musical
Bob Crowley (Once)
Rob Howell and Jon Driscoll (Ghost the Musical)
Tobin Ost and Sven Ortel (Newsies)
George Tsypin (Spider-Man Turn Off The Dark)
Best Costume Design of a Musical
Gregg Barnes (Follies)
ESosa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Eiko Ishioka (Spider-Man Turn Off The Dark)
Martin Pakledinaz (Nice Work If You Can Get It)
Best Lighting Design of a Musical
Christopher Akerlind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Natasha Katz (Follies)
Natasha Katz (Once)
Hugh Vanstone (Ghost the Musical)
Best Sound Design of a Musical
Acme Sound Partners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Clive Goodwin (Once)
Kai Harada (Follies)
Brian Ronan (Nice Work If You Can Get It)
Best Choreography
Rob Ashford (Evita)
Christopher Gattelli (Newsies)
Steven Hoggett (Once)
Kathleen Marshall (Nice Work If You Can Get It)
Best Direction of a Musical
Jeff Calhoun (Newsies)
Kathleen Marshall (Nice Work If You Can Get It)
Diane Paulus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John Tiffany (Once)
Best Orchestrations
William David Brohn and Christopher Jahnke (The Gershwins’ Porgy and Bess)
Bill Elliott (Nice Work If You Can Get It)
Martin Lowe (Once)
Danny Troob (Newsies)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5호 2012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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