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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LONDON] 화려한 볼리우드 송 & 댄스 뮤지컬 <바! 바! 걸즈> WHA! WHA! GIRLS [No.106]

글 |정명주(런던 통신원) 사진 |Steve Tanner 2012-07-31 4,063

영국 속의 인도 이야기를 담은 컬러풀한 창작뮤지컬 <바! 바! 걸즈>가 런던 문화올림피아드의 일환으로서 펼쳐지는 ‘월드 스테이지 런던’ 프로그램으로 특별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다. ‘월드 스테이지 런던’은 올림픽을 축하하며 해외의 유명 공연 예술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로열 코트 극장, 영 빅 극장, 새들러즈 웰즈 등 런던 등지의 주요 제작 극장 8곳과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총 7개 국가의 극장들이 특별히 공동 제작한 11개 작품들이 5월과 6월에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브룩이 이끄는 프랑스의 뷔페 노드 극장이 영 빅 극장과 협업하여 뮤지컬 버전으로 다시 제작한 <양복(The Suit)>, 출연 인원이 300명에 달하는 배터시 아츠 센터와 와일드 워크스가 공동 제작한 대서사극 <바벨>의 대형 야외 공연, 중국 작가 장룽의 자전 소설 『대륙의 딸들(Wild Swans)』을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와 영 빅 극장이 함께 무대화한 <와일드 스완즈> 등이 있다. <바! 바! 걸즈>도 이 중 하나로, ‘런던 댄스 하우스’로 알려진 무용 전문 극장 새들러즈 웰즈와 아프리카 및 인도계 관객을 위한 뮤지컬에 힘을 쏟는 시어터 로열 스트라포드 이스트 극장, 그리고 화려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국의 니하이(Kneehigh) 극단이 참여한 뮤지컬 프로젝트다. 5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 런던 피코크 극장에서 공연한 후, 시어터 로열 스트라포드 이스트 극장으로 옮겨서 9월 6일부터 3주간 공연된다.

 


 

런던에서 만나는 인도 여인의 과거와 현재

<바! 바! 걸즈>는 인도의 컬러풀한 춤과 노래가 가득한 뮤지컬이다. 인도 말로 바(Wah!)는 ‘잘한다!’는 감탄사로, ‘바! 바!’는 무용수들을 향해 외치는 칭찬이 담긴 감탄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런던에 있는 인도 전통 무용 클럽을 배경으로, 주로 남자 손님들을 대상으로 전통 무용 카탁을 선보이는 댄서들의 이야기다. 무즈라 댄스라고 하는 전통 무용 형식을 고수하려는 클럽 여주인 소라야, 이제는 전통적인 스타일보다는 현대적인 볼리우드 스타일의 춤이 먹힌다고 주장하는, 소라야의 젊은 아들 오마르와 현대적인 스타일의 춤을 선보이는 새로운 댄서 시타와의 예술적 갈등을 그린다. 그렇기에 인도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각종 댄스와 음악이, 전통 무용 카탁부터 현대 힙합 댄스까지, 인도 민요에서 R&B까지 실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가슴 절절한 연속극 스타일의 스토리가 여주인공 소라야의 인생 역정을 통해 펼쳐지고, 그녀의 아들 오마르와 무용수 시타 사이의 볼리우드(할리우드와 봄베이를 합친 말) 스타일 러브 스토리가 섞여 든다. 이 작품은 2002년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영국 내 인도 인구를 겨냥하여 제작했던 볼리우드 뮤지컬 <봄베이 드림>, 2010년 시어터 로열 스트라포드 이스트 극장에서 선보였던 <브리튼즈 갓 방그라>에 이어 런던에 소개되는 세 번째 인도 뮤지컬이다. 늘 화려하고 재치 있는 무대 연출을 선보이는 니하이 극단의 엠마 라이스가 연출을 맡아 컬러풀하고 생동감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인도계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런던의 경우, 그들의 문화를 담아내는 공연물이 많지 않기에 <바! 바! 걸즈>의 공연장인 피코크 극장에는 오랜만에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만나는 인도계 젊은이와 가족 관객들이 객석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축하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 바! 걸즈>는 인도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런던의 동쪽, 해크니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공연은 여행 가방을 든 한 인도계 부부가 객석에서 무대로 걸어서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 무대에는 천으로 만든 그림 막이 내려온다. 거기엔 동네 전파상과 가게, 그리고 무즈라 댄스 클럽의 간판과 이 부부가 사는 상가에 딸린 집 대문이 그려져 있다. 이 앞에 인도 부부가 도착하면, 주변에 회색 후드티를 입고 비둘기 손 인형을 든 코러스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손으로 새 인형을 조종하면서 부부를 공격한다. 그러면 퉁퉁한 중년 아줌마 빈디는 신경질적으로 비둘기들을 쫓는다. 그리고 남편은 자기 없는 동안 텔레비전만 너무 많이 보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고 출장을 떠난다. 아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속하고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소파에 턱 주저앉으면서 리모컨을 주워 든다. 팔걸이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흔들흔들하며 유유자적하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그러면 무대 뒤편의 투명 막 뒤쪽 공간에 TV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잠시 후 TV 속의 인물들은 투명 막 너머로 말을 건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기가 보이느냐고 되묻는 빈디는 이제 드라마 속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가 된다.

 

 

이렇게 <바! 바! 걸즈>는 텔레비전 연속극을 너무 좋아하는 인도계 가정주부 빈디가 생생하게 경험하는 연속극 속의 이야기가 극중극의 형식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그 안에는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픈 댄스 클럽 여주인 소라야의 인생 역정과 숨겨진 과거사가 있고, 그녀가 동네의 집수리를 도맡아 하는 인부인 칼과 사랑에 빠지는 러브 스토리가 있다. 더불어 오마르가 클럽에 새로 온 여자 무용수 시타에게 한눈에 반해 로미오와 줄리엣 식으로 펼쳐지는 젊은 연인들의 러브 스토리까지 더해진다. 또한 댄스 클럽의 여자 댄서들을 위주로 한 화려한 댄스 시퀀스가 수시로 펼쳐진다. 인도계 극작가인 타니카 굽타는 런던에 사는 전형적인 동시대 인도계 부부를 등장시켜 관객들이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도입 부분을 만든 다음, 화려한 댄스와 노래를 선보일 수 있는 무즈라 댄스 클럽을 배경으로 고향 인도를 떠나 런던에 온 소라야의 과거사를 TV 연속극 내용인 듯 들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그녀를 요정에 팔아 넘겨서 소라야가 기생처럼 춤과 노래를 배우게 된 사연이 드러나고, 이 부분에서 인도의 전통 무용인 카탁, 특히 무즈라 댄스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순간들이 삽입된다.

 

안무를 맡은 가우리 샤마 트리파티(Gauri Sharma Tripathi)는 카탁 댄스의 대가인 파드마 샤마의 딸로,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직접 춤을 배웠다. 현재 사우스뱅크센터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인도 무용의 전통 형식 보존과 현대적인 재해석을 활발하게 시도하는 무용가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나라의 기방 문화를 닮은 인도의 요정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카탁 댄스의 진수를 무대화하고, 동시에 작품 곳곳에 전통 무용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했다. 또한 볼리우드 형식의 화려한 현대적인 춤이 나오는 장면들은 젊은 안무가 자베드 사나디(Javed Sanadi)가 안무했다. 독학으로 춤을 공부한 자베드 사나디는 인도 전통 무용, 현대 무용 이외에도 살사, 삼바, 룸바, 자이브, 차차차 등 다양한 형식을 자유자재로 믹스하며 소라야의 댄스 클럽을 배경으로 어린 여자 댄서들의 현란한 무용 장면을 연출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형식의 혼합

코미디 연극처럼 가볍게 시작한 이 작품의 첫 번째 뮤지컬 넘버는 매우 아름다운 인도 민요곡이다. 극중극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머리에는 아름다운 새 모양의 장식을 달고 인도 전통 디자인의 회색 드레스를 입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젊은 여인이 고운 목소리로 애절한 톤의 민요를 부른다. 일본의 엔카와 닮은 선율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비극적인 전조를 제공한다. 이 첫 번째 곡은 인도어로 불려 가사의 내용은 가늠할 수 없지만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가 돋보였고,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8명의 남녀 코러스를 동반하며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다시 빈디 아줌마의 현실 세계이다. 비둘기 떼 코러스가 다시 한번 무대에 나타나고 빈디는 흉물스러운 그들을 쫓으면서, 힌두교에서는 비둘기가 ‘죽음’을 의미하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방금 전 극중극의 세계에 등장했던 회색 새 여인이 죽음과 관련됐다는 걸 암시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이 새 여인은 소라야의 과거 시퀀스마다 등장하여 수호천사인 듯 또는 죽음의 사자인 듯 늘 무대 한편을 지키고 있다. 흥미롭게도 연출가는 이와 동시에 무대 반대쪽에 빈디가 소파에 앉아서 이를 지켜보고 있도록 설정했다. 즉, 연속극의 주인공인 소라야의 세계는 과거 장면마다 나타나는 신비롭고 비극적인 분위기의 새 여인과 현실 세계의 코믹한 아줌마 빈디가 항상 동시에 나타내는 상황이 된다. 이 두 인물을 무대 위에 공존하게 함으로써, 인도에 살던 과거의 비극적인 분위기와 현재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일상의 코믹한 분위기가 균형감을 이룬다.

 

스토리는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인물의 성격 표현이나 사건 전개에서 앞뒤 설명이 별로 필요 없을 만큼 단순하게 진행된다. 무대 장치도 간단하다. 그림 막을 사용해서 쉽고 간단하게 해크니 거리의 풍경이 표현되고, 이 그림 막을 걷어내면 뒤에 배치된 소파 몇 개만으로 댄스 클럽의 로비로 바뀌며, 인도 문양의 실크 쿠션 몇 개와 전통 의상을 입고 물 담배를 피우는 인물들로 순식간에 과거 인도의 요정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손쉽게 공간을 표현하는 디자이너 키이스 칸의 효과적인 저예산 무대를 통해 연극성이 더해진다. 여기에, 엠마 라이스의 장난기 가득한 연출과 재기 넘치는 무대 공간 활용으로 매 장면 유머와 슬픔이 신속하게 전환된다. 특히, 코러스의 활용과 공간 연출 면에서, 엠마 라이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휘한다. 장면 전환 시 회색 후드티를 입은 비둘기 코러스는 무대 전환수로 활용된다. 소라야의 아들과 시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혼례식 마차처럼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슈퍼마켓 카트에 두 사람을 태우고 코러스들이 끌고 다니게 한다. 이 밖에도 코믹 인물로서 텔레비전 시청자인 빈디 아줌마와 폴란드 수리공 파벨을 등장시켜, 중간 중간 극의 내용과 크게 상관없는 개그 장면을 연출하여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의 음악은 매우 다채로운 스타일을 자랑한다. 전통 무용 카탁의 무용 음악을 비롯해 인도 민요, 그리고 볼리우드 스타일로 유명한 곡들이 다수 사용되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과거 장면에서는 인도 전통 음악 및 민요풍의 노래를 그대로 이용하고, 현재 시점에서 젊은 댄서들이 댄스 클럽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볼리우드 인기 팝송들과 함께 인도계 젊은 작곡가 니라지 차그(Niraj Chag)가 새로 쓴 곡들을 사용했다. 볼리우드 스타일의 발라드 및 팝송, 힙합 곡들을 새로 작곡한 니라지 차그는 음악 학교를 다닌 적 없이 독학으로 작곡을 배운 음악가로, 동서양의 클래식 스타일을 자기 식으로 자유롭게 믹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데뷔 앨범 「Along the Dusty Road」로 호평받은 뒤, TV와 라디오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HBO의 <섹스 앤 더 시티>의 삽입곡을 쓰기도 했으며, 영국국립극장의 가족 음악극 <라프타 라프타(Rafta Rafta)>의 연극 음악을 만들어 크게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파상 주인 아저씨의 노래, 젊은 여자 댄서들의 댄스 음악, 오마르와 시타의 로맨틱 발라드, 그리고 집 수리공 칼의 노래를 통해 팝송 스타일, R&B, 힙합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오마르와 시타의 러브 스토리를 위해 볼리우드 영화 삽입곡 스타일의 드라마틱한 발라드를 새로 썼다. 예를 들어 클럽의 여자 댄서들이 시타에게 불러주는 ‘너의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현대적인 뮤지컬 넘버는 인도의 현악기를 이용해 민요풍의 멜로디를 담은 팝 발라드이고, 수리공 칼이 소라야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부르는 팝송은 가창력이 돋보이는 R&B 형식의 발라드이다.

 

전체적으로 <바! 바! 걸즈>는 시각적, 청각적 즐거움이 가득한 무대이긴 하지만 너무나 많은 볼거리와 춤, 지나치게 다양한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한 무대에 다 쏟아내어 다소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라이브 밴드를 사용하지 않고 녹음된 반주 음악을 사용하며, 유명한 인도 볼리우드의 팝송이 나올 때는 심지어 립싱크로 노래를 부르는 척만 하는 순간도 있어 예술적인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춤과 노래, 연기를 능란하게 펼쳐내는 소라야 역의 소피야 헤이크, 시타 역의 나타샤 제예틸레케, 능청맞은 코믹 연기를 펼치는 빈디 역의 리나 파타니야, 멋진 가창력으로 R&B 곡을 부르는 수리공 칼 역의 들로이 아킨슨 등 숨겨진 인도계 배우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바! 바! 걸즈>는 인도의 현재와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기에 평단의 호평과 함께 인도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6호 2012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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