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NOW IN LONDON] 영국의 롱런 뮤지컬 <샐러드 데이즈> [No.115]

글 |홍정원(런던 통신원) 사진 |Roy Tan 2013-04-30 4,119

<샐러드 데이즈>는 한국 관객에게는 생소한 작품이겠지만, 영국 현지에서는 매우 유명하다. 영국 밖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이 작품만의 진정성과 위트, 신선한 무대 연출이 돋보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작곡가 줄리언 슬레이드(1930~2006)와 대본 작가 도로시 레이널즈(1913~1977)의 <샐러드 데이즈>는 1954년 6월 영국 브리스톨의 로열 극장에서 초연했다. 이때 대본 작가였던 도로시 레이널즈는 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 극장을 옮겨 브리스톨의 올드 빅 극장에서는 3주 동안 공연했고, 1954년 8월 5일에는 런던의 보드빌 극장에서 약 5년 반 동안 총 2,200회의 공연을 이어갔다. 영국의 롱런 뮤지컬 중 하나로 영국인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2010년부터 떼뜨 아 떼뜨 오페라 컴퍼니 제작, 빌 뱅크스-존스(Bill Bankes-Jones) 연출로 런던의 리버사이드 스튜디오에서 재공연되었다.

 

 

 

 

캐머런 매킨토시를 감동시킨 <샐러드 데이즈>                        

<샐러드 데이즈>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를 매료시킨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여덟 살 때 친척과 이 작품을 본 매킨토시는 공연 내내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무척 아름다운 선율의 뮤지컬 넘버와 배우들의 연기, 소재의 신선함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공연에 대한 감동을 가눌 길이 없었던 매킨토시는 3주 후인 자신의 생일날 한 번 더 공연을 보러 갔다. 이때 이 작품의 작곡가였던 줄리언 슬레이드가 무대에 올라 자신이 쓴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고, 소년 매킨토시는 공연이 끝난 후 슬레이드에게 사인을 받으러 갔다. 공연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인 매킨토시에게 슬레이드는 무대 뒤의 모습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녀는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과 통솔을 하는 대장 역할은 바로 프로듀서라고 알려주었고, 이것을 계기로 매킨토시는 뮤지컬 제작자의 꿈을 품게 되었다. 이때의 인연으로 그는 줄리언 슬레이드를 자신의 멘토로 삼았다. <레 미제라블>과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등 세계적인 메가 뮤지컬을 제작하고 기획한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내 인생의 뮤지컬’로 꼽는 작품이 바로 <샐러드 데이즈>이다.

 

 

아기자기한 재미로 관객들의 감성 자극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제목을 따온 ‘샐러드 데이즈’는 경험 없는 풋내기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영국의 여름을 배경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풋풋한 두 남녀의 미래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다. 제인과 티모시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Find Yourself Something to Do(해야 할 무언가를 찾아)’를 노래하며 각자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제인의 부모님은 그녀가 좋은 집안과 좋은 학벌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고, 티모시의 부모님은 장관인 삼촌 클램시를 통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바란다. 각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찰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느 청춘 남녀들처럼 현실의 고민은 잠시 잊은 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비밀스레 결혼을 약속한다. 이때, 그들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피아노 한 대. 공원에 있던 두 사람에게 한 떠돌이 남자가 다가와, ‘미니’라고 불리는 자신의 피아노를 돌봐주는 대가로 일주일에 7파운드를 주겠다고 한다. 제인과 티모시는 엉겁결에 피아노를 맡게 된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들은 피아노의 비밀을 발견한다. 바퀴가 달려 수레처럼 밀고 다닐 수 있는 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연주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티모시가 공원에서 매직 피아노 미니를 연주하자, 옆을 지나가던 곤충 채집가, 제인과 티모시의 부모님 그리고 장관인 삼촌 등이 모두 그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춘다. 이 장면에서 배우들은 관객을 한 명씩 무대 위로 데려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쉬운 가사에 감미롭고 신나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Oh, Look at Me. I’m Dancing(오, 나를 봐요. 난 춤을 추고 있어요)’이 흐르는 가운데,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장면은 극적 흥분을 고조시켰다. 이 곡은 피날레에서 반복된다.

 

 

 

 


 

하지만 이렇게 흥겨운 분위기도 잠시, 제인의 엄마는 맞선을 주선하고 맞선남인 니젤은 제인을 클레오파트라라는 나이트클럽에 초대한다. 니젤의 등장으로 티모시와 제인 사이에 긴장감이 생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맞선을 본 제인은 공원에서 티모시를 만나 그에게 이해를 구한다. 한편, 경찰은 매직 피아노 미니가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트러뜨리고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을 춤추고 노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나선다. 이 소문을 들은 제인과 티모시는 피아노를 숨기려다 결국엔 잃어버리고 만다. ‘We’re Looking for a Piano(우리는 피아노를 찾고 있어)’는 제인과 티모시가 얼마나 애타게 피아노를 찾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미니를 찾을 수 없다. 과학자이자 티모시의 삼촌인 제드는 망연자실한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비행 물체를 타고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고, 이들은 하늘을 날며 미니를 찾으러 다닌다. 이 장면에서 실제로 찻잔 받침 모양의 비행 물체가 등장한다. 무대 뒤편에서 등장하는 이 비행 물체는 삼촌 제드가 조종하는 대로 방향을 틀며 움직인다. ‘The Saucer Song(찻잔 받침 노래)’을 부르며 우스꽝스럽게 우주인 복장을 한 채 비행 물체를 조종하는 제인은 커다란 티스푼을 저어가며 비행한다. 관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대를 응시한다. 이 장면이야말로 <샐러드 데이즈>만의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휘된 부분이다.
그들은 하늘을 날며 다행스럽게도 미니를 찾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것은 제인의 맞선남 니젤과 그의 새로운 여자 친구 피오나에게 맡겨지고, 마지막 피날레 송으로 ‘Oh, Look at Me. I’m Dancing’과 ‘We Said We Wouldn`t Look Back’ 두 곡이 반복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생동감 넘치는 무대 연출                                                   

갓 대학을 졸업한 풋풋한 커플의 이야기인 만큼, 학사복을 입은 스태프들이 관객들을 안내해 기대감을 높인다. 넓은 연둣빛 잔디 위에 벤치가 놓여 있는 무대는 한적하고 풀 냄새 가득한 여름날의 공원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객석 앞에 놓인 테이블과 전화기, 트렁크 가방 등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소품들은 극의 진행에서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였다.
<샐러드 데이즈>에서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무대 세트와 소품이 매우 정교하고 세심하게 준비됐음을 볼 수 있었다. 1막 ‘Find Yourself Something to Do’에서 식사 중인 티모시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가족들은 경쾌한 리듬의 노래에 맞춰 접시를 돌려가며 빵을 나눠주고, 찻잔에 차를 따라주는 안무를 보여준다. 빵과 차를 먹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제인의 어머니가 뷰티 숍에서 전화를 받으며 딸의 맞선을 주선하는 장면에서는 서너 명의 뷰티스트에게 둘러싸여 손톱 정리와 피부 관리를 받는 그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매니큐어를 바르는 연기는 물론, 팩을 붙이고 전화를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물질 만능 주의에 물들어 있는 인간상을 표현해냄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드라마의 리얼한 메세지를 전달해주었다.
또한 이 작품에는 기발한 소품들이 등장해 굉장히 흥미로웠다. 매직 피아노 미니에는 바퀴가 달려 배우들이 피아노를 마치 수레처럼 편히 옮길 수 있었다. 티모시의 과학자 삼촌이 만든 비행접시는 극의 코믹 요소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은색 티스푼으로 찻잔 안에서 노를 젓는 삼촌 제드의 제스처에 관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고, 이에 걸맞은 조명의 변화는 판타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가장 특이했던 점은 원형 극장이 아님에도 무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객석을 배치함으로써 한 편의 공연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었다. 배우들의 동선은 물론 안무에서도 양쪽 객석 모두를 염두에 두고 연출됐다. 한 번의 암전을 제외하곤 장면 전환 시 하우스 조명을 켜둔 채 대소도구 운반이 이뤄졌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빠르게 무대가 전환됐다.
모든 배우들은 일인이역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티모시의 장관 삼촌 클램시는 클레오파트라 나이트클럽의 매니저와 과학자 삼촌 제드로 등장했다.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작품을 빛나게 해주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잘 짜인 극의 구성, 그리고 배우들의 호흡과 연기력은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샐러드 데이즈>는 다양한 연령층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로, 세계적인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의 극찬과 더불어 많은 영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한 극장에서 2,200회 넘게 공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필자가 관람한 날,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한참 동안 극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무대 위의 열기를 느꼈다. 2013년 3월 2일을 끝으로 아쉽게도 막을 내렸지만, 올여름 다시 공연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스케일이 큰 뮤지컬은 아니지만 <샐러드 데이즈>는 어느 메가 뮤지컬 못지않게 탄탄한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3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