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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데미안 라이스 내한 공연 - 바람의 아들, 한국을 찾다 [No.100]

글 |김유리 사진제공 |현대카드,워너뮤직코리아 2012-01-09 4,762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추천하긴 힘들지만, 홀로 사색이 필요할 때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을 때 권하고 싶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첼로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서정적이고도 정제된 연주와 섬세한 보컬로 이루어진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절정으로 인도한다. 1월 11일, 2002년 첫 번째 솔로 앨범 「O」를 발매한 지 10년 만에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공연에 앞서 서정적 감성의 극치를 보여줄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 세계를 먼저 만나보자.

 

 

영화 <클로저>(2004)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나지막한 목소리의 남성이 ‘And so it is’라고 부르기 시작하던 그 노래를 기억하는지. 2000년대 중반부터 갤러리에 걸린 커다란 나탈리 포트만 사진과 이 곡을 함께 포스팅한 블로그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강렬했던 그 기억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명 배우들이 ‘혼자 있을 때 듣고 싶은 음악들’,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곡’ 등의 주제를 정해서 앨범을 추천하는 10아시아의 코너에서 ‘The Blower`s Daughter’가 실린 「O」(2003)는 단골 추천 앨범으로 소개될 정도다. 발표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은 국내 대중에게 ‘데미안 라이스’라는 새로운 가수의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이 곡은 8년 차 록 밴드 가수의 솔로 데뷔곡이었다.
아일랜드의 포크 록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는 어린 시절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고 주로 사색하면서 지냈다고 전해진다. 13살부터 작곡을 시작하며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18세였던 1991년 록 밴드 ‘주니퍼’를 결성했고, 첫 앨범 「Manna」의 성공으로 아일랜드 전역으로 투어를 다니게 된다. 1997년 대형 음반사인 폴리그램과 음반 계약을 했고 더블린의 대형 공연장인 올림피아 시어터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큰 성공을 이뤘다. 하지만 상업적 색깔을 강요하는 회사와의 충돌, 멤버 간 달라진 음악적 지향점으로 8년 만에 밴드에서 탈퇴하고 이탈리아의 투스카니로 떠난다.


햇살이 눈부신 투스카니에서의 시간은 마음과 정신에 위안을 주는 시간들이었으리라. 얼마간 그는 농사를 짓고 쉼을 얻었다. 하지만 곧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면서 유럽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뮤지션에 대한 꿈을 품고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사촌인 음악 프로듀서 제임스 아놀드에게 데모 테이프를 보냈는데, 그의 도움으로 이동식 녹음 스튜디오에서 앨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01년 가을 첫 싱글 「The Blower`s Daughter」가 발매되고, 투스카니에서의 경험과 감상을 담아 2003년 정규앨범 「O」을 내놓았다.
고요한 가운데 폭발적인 감성을 고스란히 녹여낸 그의 정규 1집 앨범은 ‘올 뮤직’으로부터 ‘절망적으로 아름다운 앨범(Hopelessly Beautiful Record)’이라는 역설적인 찬사를 받았다. ‘The Blower’s Daughter’를 비롯하여 ‘Cannonball’, ‘Delicate’, ‘Amie’, ‘Cold Water’, ‘Older Chests’ 등 대부분의 곡이 다양한 국적의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거나, 드라마, 영화 등에 삽입되는 등 고르게 사랑을 받았다.

 


2006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 「9」에는 첼로의 깊은 선율 속에 더욱 고독해진 감성이 스며 있다. ‘9 Crimes’, ‘Rootless Tree’, ‘Elephant’, ‘Grey Room’, ‘Sleep Don`t Weep’ 등의 감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곡들이 10주 동안 빌보드 차트에 머무르며 유럽을 넘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보컬은 물론 기타, 클라리넷, 피아노, 베이스, 드럼을 직접 연주하여 녹음하고 프로듀싱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고, 2009년 4월 아이리시 타임즈(The Irish Times)가 뽑은 ‘아일랜드의 50가지 최고의 성과’에서 34위로 선정되며 ‘치명적으로 정직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찬사를 받았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감성을 흔드는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은 같은 아이리쉬 출신의 버스킹 그룹인 스웰시즌이 출연했던 영화 <원스>(2006)의 성공과 더불어 국내 음악계에 어쿠스틱 기타와 감성 보컬의 바람을 불러왔다. 홍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10cm’나 ‘짙은’ 등 데미안 라이스의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도 대거 등장했고, <슈퍼스타 K>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매년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오디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실제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볼 때 한동안 국내에 데미안 라이스, 제이슨 므라즈 등의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한 감성 싱어송라이터 열풍은 계속될 듯 보인다.
2집 발표 후 리사 해니건이라는 음악적 동지를 잃어서인지, 그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새로이 구축하는 암중모색의 시간인지 알 수 없지만, 데미안 라이스의 3집 앨범 발표 소식은 아직 없다. 또한, 2008년 이후 공식적인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열리는 첫 내한 콘서트가 어떤 모습일지 더더욱 궁금하다.


▶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 05 데미안 라이스 내한 공연 1월 11일(수) 오후 8시 / 올림픽 홀 / 02)3141-0595

 

 

*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을 이해하는 키워드

 

>> 관객과 함께라면 어디에서든, 버스킹
얼마 전 <슈퍼스타 K 3>에 출연한 ‘버스커버스커’ 덕분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용어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된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세계 각지에서 젊은 음악가들이 버스킹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다. 10대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버스킹을 했던 데미안 라이스는 20대에 밴드를 탈퇴하고 전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버스킹을 한다. 홀로 정처없이 돌아다녀보고 싶은 방랑욕으로 시작했던 유럽에서의 버스킹에서 그날의 식사와 방, 그리고 차비가 충당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후문. 그의 버스킹을 보고 싶다면, 유투브에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펍(Pub)이 모여 있는 그래프톤 스트리트에서 데미안 라이스와 <원스>의 글렌 한사드, U2의 보노가 함께 크리스마스 버스킹을 했던 영상이 있으니 찾아보시길.  

 

>> 그의 음악에 날개를 달아준 리사 해니건
리사 해니건은 2001년부터 데미안 라이스 밴드의 객원 보컬로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다. ‘The Blower`s Daughter’, ‘9 Crimes’ 등에서 들려준 그녀의 목소리는 신비롭고 몽환적인데, 이는 섬세하고도 거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내며 음악적 시너지를 발휘한다. 1집에서 2집으로 갈수록 단순히 객원 보컬을 넘어 서로의 감성에 큰 영향을 주는 음악적 파트너로 자리 잡으면서 데미안의 음악 세계도 한층 뚜렷한 감성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음악적 견해 차인지, 애정 문제인지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007년, 그들은 공식적으로 두 사람의 음악적 협력이 끝이 났음을 공표했고, 전 세계의 팬들은 그들이 만들어냈던 환상적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0호 2012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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