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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엠. 버터플라이> 나비의 꿈속에서 죽은 남자 이야기 [No.103]

글 |김영주 사진제공 |연극열전 2012-04-16 4,488

데이비드 헨리 황의 충격적인 희곡 가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존 론이 제레미 아이언스를 파멸로 이끌었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로,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은 희곡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비교적 단순한 실화와 달리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이 연극을 무대화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연극뿐만 아니라 뮤지컬계에서도 적지 않은 경력을 쌓아온 김광보 연출은 이 기이한 사랑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크로넨버그의 동명 영화를 통해서 먼저 작품을 접한 관객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이 희곡을 원작으로 찍은 것은 맞지만 영화와 희곡은 심도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체의 차이가 있다 보니까 희곡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30퍼센트 정도가 스크린으로 옮겨졌는데, 영화는 굉장히 스타일리시했죠. 더군다나 주인공이 제레미 아이언스니까 굉장히 멋있는 남자가 동양에 와서 여장 남자인 경극 배우와 사랑에 빠져서 프랑스 정부의 비밀을 넘긴다, 이 정도의 이야기로 보였어요. 그런데 희곡은 그 이면에 아주 엄청난 것들이 있죠.

 

갈리마르 역에 배우 김영민은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송릴링 역에 적합한 이미지가 아닌가 싶은데요. 현재의 캐스팅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영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이겠죠. 사실 김영민 씨가 갈리마르 역에 캐스팅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출연한 것과 비슷한 캐스팅이라고 봐야겠죠. 희곡을 보면 르네 갈리마르가 굉장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묘사가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영민 씨와 작업을 해오면서 전폭적인 믿음을 갖게 되었고, 또 김영민 배우가 대학로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송에 어울리는 이미지로 그렇게 박혀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김영민 정도의 배우면 이제 변신을 할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배우라면 그 역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제가 추천을 했습니다. 제가 애정을 쏟는 배우죠.

 

송릴링 역에는 뮤지컬 배우로 더 친숙한 두 사람이 출연을 하는데요. 어떠세요? 솔직히 제가 좀 놀랐습니다. 이 배우들도 상당히 뛰어나요. 물론 저도 캐스팅을 하기 전에 두 사람의 공연을 봤어요. (김)다현이는 <연애시대>를 봤고 (정)동화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봤는데 현재 연습 과정에서는 거기서 보여줬던 것보다도 더 놀라운 걸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이 배우들이 뮤지컬계에서 꽤나 팬들을 몰고 다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 선입견이 좋은 방면으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런 팬들을 몰고 다닐 만한 감각과 재능이 있는 배우들이에요. 그리고 두 배우는 너무 달라서 완전히 다른 송이 나오고 있어서 그 모습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두 배우가 각각 어떤 송릴링을 보여줄 것 같다고 귀띔해주신다면요? 다현이 같은 경우에는 ‘꽃다현’이라는 별명도 있잖습니까. 그 별명대로 정말 남자와 여자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듭니다. 제가 보면서도 진짜 여자가 아닐까 싶다가도 남자의 모습일 때는 정말 남성미가 넘치죠. 동화의 경우에는 제가 이 작품을 분석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합니다. 저는 송릴링이 굉장히 중성적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여장 남자의 중성적인 분위기, 영화의 존 론이 보여준 것과 같은 그런 느낌과 참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동화예요. 두 배우의 장점들이 다르죠.

 

 

지난해 공연한 <거미여인의 키스>와 겹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이고 사회계급적인 질문이 있는 퀴어 코드의 연극이라는 점에서요. 이 작품은 호기심의 대상으로서 동성애로 바라보는 코드로 이해하기에는 작품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상당히 다른 곳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대비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 극이죠. 서양과 동양, 남자와 여자, 제국주의와 공산주의의 틈바구니 속에 들어가 있는 갈리마르와 송의 만남, 동성애가 맞지만 또 동성애가 아니기도 합니다. 르네 갈리마르는 마지막 자결하는 순간까지 송의 남성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갈리마르는 송을 환상 속의 버터플라이로서 사랑하는데 <나비부인>의 여주인공에 대한 환상을 송릴링에게 이입 시키는 거죠. 르네 갈리마르는 송릴링을 통해서 자신의 환상을 바라보고, 또 그 연장에서 중성적인 자기 자신을 보고 있기도 하죠. ‘거울보기’라는 건데 마지막 순간, 남자로 변신한 송릴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르네 갈리마르는 눈앞에 일어난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서 자결을 하는 겁니다. 영화로는 굉장히 감각적이고 쉽게 표현이 되었지만 연극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렵게 풀 생각은 없습니다.

 

어려운 작품을 어렵지 않게 풀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연극열전에서 표방하는 목표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연극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 이번에는 어려운 대본을 선택한 것이죠. 그걸 어렵지 않게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게 연출로서의 역할일 거고요. 비주얼을 많이 활용하게 될 겁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메인 카피가 ‘나를 속인 것은 나의 욕망’입니다. 갈리마르는 사실 자신이 알고 있는 현실, 송릴링이 남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여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지요. 이 연극이 사실은 거의 갈리마르의 모노드라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갈리마르에 따라서 연극의 성패가 좌지우지됩니다. 쉽게 말해서 갈리마르가 얼마나 역할 놀이를 잘하느냐가 관건이니까 그에게 모든 키가 쥐어져 있죠. 갈리마르 역의 배우가 얼마나 부담스럽겠습니까. 그리고 한 사람에게 모두 맡겨야 하는 저도 얼마나 부담스럽겠습니까.

 

오페라 <나비부인>이 극중극으로 등장하는데 원작을 어떻게 옮겨오나요? 음악감독과 상의 중인데 오페라를 그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오페라 가수가 아닌 이상 벨칸토 창법을 그대로 구사할 수가 없고, 우리 두 배우가 뮤지컬 배우인데, 그들을 데리고 오페라처럼 하는 게 서툰 모방처럼 보일 수가 있죠. 푸치니의 곡을 현대적으로 편곡을 해서 사용합니다. 연극은 어차피 약속이기 때문에 첫 장면에서 이해가 된다면 괜찮으니까요.

 

음악의 비중이 높은 연극이 될 것 같습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게 갈리마르의 역할이고요, 환상적인 것을 환상처럼 보여주는 건 비주얼적인 역할입니다. 내레이터가 있어서 장면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 그 틈을 메워 주는 게 음악이 될 것 같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3호 2012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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