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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MUSIC [No.104]

글 |배경희 2012-05-31 3,687

만물이 새로 태어난다는 봄, 어두운 극장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 짧은 계절이 아깝지 않나. 축제의 계절 봄에는 무조건 야외로 나가야 한다. 이 계절에 꼭 어울리는 두 개의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체온을 1.5도 올려줄 페스티벌

사랑의 계절 Seoul Jazz Festival

스마트폰이 생긴 다음부터 잠들기 전에 하는 일은 세계 여행이다.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들의 트위터를 들여다보다 보면 그야말로 ‘위 아 더 월드’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느낌이니까.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게 된 R&B 가수 에릭 베네의 트위터. “내 한국 팬들에게. 이것은 밤이 될 것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여기 당신을 위해 수행 너무 행복해!”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파하하, 새벽에 얼굴이 찢어지도록 웃다가 그날 잠은 다 잤지만, 작정하고 웃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올라온 그의 멘션. “내 한국 팬 여러분. 자, 내 공연 올 사람들 모두 응답해요!ㅋ.” ‘ㅋ’라니. 에릭 베네는 어떻게 몇 달 사이 번역기에서 벗어나 이런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게 된 걸까 하는 감탄과 더는 실소를 부르는 그의 한국어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지만, 어쨌든 그가 곧 서울에서 공연을 하며, 그 공연은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정보를 얻게 됐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페스티벌로 올해는 에릭 베네를 포함해 어스 윈드 앤 파이어, 조지 벤슨, 알 디 메올라 등의 유명 뮤지션이 이 땅을 찾는다. 재즈 팬들은 한데 모으기 힘든 쟁쟁한 라인업이라는데, 해당 뮤지션과 그의 히트곡을 매치할 수 없는 나로서는 패스! 그런데 잠깐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잔디밭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 이거야 말로 봄날 로맨스에 제격인 축제라는 걸 알게 됐다. 사랑이 핑크빛이다 못해 보랏빛처럼 진해지는 계절에 스테이지에 온 정신을 쏟게 만드는 공연은 오히려 곤란하니까. 아티스트에게는 실례일지 몰라도, 내 생각에 이들 음악의 공통점은 둘이서 함께 리듬을 타면서 귓속말을 하기에 좋은 노래라는 거다. 잔디 광장에서 눈이 부시게 푸른 봄빛을 쬐며 뮤지션들의 달콤한 음악을 배경으로 너와 나, 우리만의 영화를 한 편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페스티벌이 또 있을까. 봄을 맞아 특별한 데이트 코스를 짜고 있는 연인에게 재즈 페스티벌은 백 점 만점에 백 점인 축제이다. 자꾸 사랑 타령만 늘어놔서 미안하지만 봄이 왔는데 뭐 어쩌겠나. 아무리 배경 음악이라고 해도 어떤 무드인지 체크해야 하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어스 윈드 앤 파이어 ‘September’, 에릭 베네 ‘Still with You’, 조지 벤슨 ‘Nothing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레디시 ‘Piece of Me’를 듣고 이날의 분위기를 예상해 볼 것.   

|   5월 19일~5월 20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수변 무대/ 02) 563-0595

 

 

 

청춘 만끽 World DJ Festival

봄이라고 해서 연인에게 어울리는 페스티벌만 열릴 리가 있나. 5월 말, 봄날의 끝자락에는 여럿이 우르르 몰려가서, 아니 혼자 가서 즐겨도 좋을 월드 DJ 페스티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내 손을 잡아 줄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하고 의기소침해질 이유 하나 없다. 몽환이라는 단어의 뜻을 음악으로 설명해 주는 독일 출신의 DJ 에이티비(ATB)와 몽롱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는 네덜란드 프로젝트 그룹 대쉬 베를린(Dash Berlin)을 필두로,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수십 팀의 출연진들을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다. 여기 가면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밤새 진탕 놀 수 있겠구나! 그것도 아주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면서 말이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일렉트로닉 음악뿐 아니라 록부터 힙합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축제의 자랑. 올해는 보헤미안의 표상 이상은과 언더 힙합 신의 유명 래퍼 바스코 등이 출연한다. 다시 말해 디제잉에 맞춰 몸을 흔들다 지겨워지면,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록 스피릿을 만끽하다, 힙합 뮤지션과 함께 푸처핸섭을 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제까지의 나는 잠시 잊고, 풀 사운드로 밤새 제일 재미있는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난 해 처음으로 ‘월디페’에 다녀온 친구는 이 청춘 파티에 대해 딱 한 마디로 설명했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쿨함”이라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는 양평, 공연 시간은 1800분! 장소가 다소 멀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면 제작사의 말을 인용하겠다. “광활한 대지와 자연이 함께하는 파라다이스, 양평. 자가용, 버스, 전철로도 이동할 수 있는 양평은 의외로 가깝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 마음에 드는 건 제작사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최고의 라인업은 당신입니다!’ 우리 모두 일 년에 한번쯤은 얌전한 옷은 저 멀리로 벗어던지고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 일탈을 즐길 필요가 있으니까.    

|   5월 26일~5월 28일/ 양평나루께축제공원/ 02) 3141-606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4호 2012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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