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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No.109]

글 |김영주 사진제공 |국립극장 2012-10-17 3,867

여명 주연의 전기 영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경극배우 매염방이 창설한 중국 국립 경극원의 <숴린낭>으로 개막을 알린 2012년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강한 중국세이다. 터키, 슬로바키아, 영국의 작품이 각 한 편씩 참가한 것과 달리 중국은 개막작 <숴린낭>부터 장예모 연출의 모던발레 <홍등>(10월 18일~19일, 해오름극장), 홍콩현대무용단의 (10월 13일~14일, 해오름극장)까지 총 세 편을 소개한다. 한중 수교 20주년의 영향인데, 최근 정치와 경제에서 무서운 속도의 성장을 과시하는 중국이 공연예술 분야에서 어떤 저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안티고네>

 

소극장인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주목할 공연은 터키국립극장의 <안티고네>(10월 5일~6일)와 슬로바키아 마틴시립극장의 <인간 혐오자>(10월 18일~20일)이다. 터키국립극장은 2007년 <살로메>로, 마틴시립극장은 2010년 <탱고>로 이미 한 차례씩 국립극장페스티벌에 참가했고, 당시 쉽게 접할 기회가 없는 터키와 슬로바키아 연극계의 흥미로운 현재를 보여주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검증된 단체들이다.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 비극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숭고한 최후를 보여준 여성으로 손꼽히는 바로 그 안티고네의 이야기다. 테베의 왕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형제들의 골육상쟁으로 서로를 죽이는 참혹한 일이 일어난 후에, 권력을 쥔 숙부 크레온은 테베에 반역한 조카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매장하지 말고 짐승의 밥이 되게 만들라고 명령한다. 남성에게 지배받는 것이 당연한 여성이며, 절대 권력을 쥔 군주 아래서 더더욱 하찮은 존재인 안티고네는 자신의 양심과 천륜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며 권력에 저항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집단의 법을 우선해야 하는가, 아니면 개인의 양심과 하늘의 더 큰 법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안티고네의 딜레마는 역사 속의 굵직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개인의 삶 속에서도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했다. 2,50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비극을 터키의 대표적인 소설가 사바하틴 알리가 번역하고 연출가 케난 이시크가 각색하여 이번 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소개한다.

 

<인간혐오자>

 

근대 연극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성격희극의 창시자 몰리에르의 5대 걸작 중 하나인 <인간 혐오자>에서는 인간성의 어두운 면을 부추기는 사회에 어떻게 저항하고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1999년부터 마틴시립극장이 연출가 로만 폴락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몰리에르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슬로바키아 연극상 중 최고로 손꼽히는 도스키 어워즈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비롯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로만 폴락은 극작가 몰리에르의 시대에는 희극적인 장치로 쓰였던 주인공 알세르트의 고지식한 꼼꼼함에 대해 한 가지 의미를 더 부여했다. 진실성을 가지고 순수와 도덕성을 위해 싸운다는 것 자체가 희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사회의 비극을 꼬집는 것이다. 로만 폴락은 “위선과 부패로 물든 현대 사회를 도덕적인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주인공과 같은 이들이 오히려 희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현재의 비극이고 그 때문에 우리가 이와 같은 연극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티고네>와 함께 ‘예술의 영원한 화두-사람, 그리고 삶’이라는 금번 페스티벌의 주제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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