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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블랙 워치> 전쟁이 그들에게 남긴 것 [No.109]

글 |이민선 사진제공 |국립극장 2012-10-31 3,809

원치 않는 남의 전쟁에서 불똥을 제대로 얻어맞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전쟁이 남긴 것을 목도하게 만드는 공연 한 편이 소개된다. 스코틀랜드 국립극장이 제작한 <블랙 워치>가 그것이다.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폐막작이자,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공연된다.

 

 

‘블랙 워치’는 스코틀랜드 동북부 고지대 지방을 근거로 한 보병 부대의 이름이다. 300여 년 전에 창설된 이래, 나폴레옹 시대의 워털루 전투와 세계 1·2차 대전, 한국전쟁 등 영국군이 참여한 각종 전쟁에 파견됐던 유서 깊은 부대이다. 2004년에는 미국의 요청으로 이라크 전에도 참전했다. 연극 <블랙 워치>는 당시 이라크로 파병됐던 젊은 병사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위해 블랙 워치가 배치된 곳은 ‘죽음의 삼각지대’로 알려진 캠프 도그우드. 덥고 갑갑한 장갑차 안에 갇힌 채 박격포와 로켓 공격에 익숙해지던 어느 날, 의심하지도 않고 다가갔던 장갑차에 타고 있던 이라크 자살 폭탄대의 습격을 받고 세 명의 군인과 통역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터진다.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충격과 공포를 안고 귀국한다.

 

<블랙 워치>는 고향 파이프로 귀국한 젊은이들이 펍에서 시시덕거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초면의 작가가 전쟁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달라며 그들을 만나러 온 참이다. 작가의 접근이 탐탁치는 않지만 참전 병사들은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들은 참전의 의미를 진지하게 옹호하거나 비난하지도 않는다. 블랙 워치는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 위의 조상들이 대대로 속해 용맹하게 싸웠던 자랑스러운 부대였다. 지금은 42연대의 영광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지만, 변변찮은 취업보다는 직업 군인이 더 멋져 보여서 남자답게 입대를 지원한 젊은이들은 참전이 그들이 생각한 것과는 무척 달랐음을 털어놓는다. 그들은 할 일 없이 장갑차에 갇혀 각종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웠던 날들과, 난잡하게 즐겼던 성적인 놀이, 그리고 미리 훈련받지 못했던 자살 폭탄대의 습격 등을 욕설이 난무한 거친 표현으로 토해내는 갓 스물의 철없는 젊은이들이다. <블랙 워치>는 언론 매체를 통해서 듣고 본 전쟁의 참상 보고를 훌쩍 뛰어넘으며,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훈계하듯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명분 없는 전쟁을 경험한 이들의 시선에서 현실을 체감케 한다.

 

극작을 맡은 그레고리 버크는 실제로 참전 병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블랙 워치>를 썼다. 무대에는 전쟁터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어떠한 세트도 없다. 극은 인터뷰 장소인 펍에서 시작해, 돌연 펍의 당구대를 찢고 올라오는 병사들이 무대를 장악하면서 순식간에 이라크로 바뀌어 이어진다. 올해 브로드웨이 최고 화제작인 뮤지컬 <원스>로 세계 공연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존 티파니가 연출했다. 블랙 워치 부대원은 전통적으로, 스코틀랜드 하면 떠오르는 스커트형 하의인 킬트를 입고 머리에 빨간 깃털이 달린 털모자를 썼다. 이 의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백파이프 연주로 드라마 사이사이에 음악과 노래가 삽입된다. <블랙 워치>는 2006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후, 격찬에 힘입어 영국의 여러 지방 및 뉴욕, 이라크 등에서 공연했고, 아시아에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넓은 무대 위에 스코틀랜드 펍과 이라크를 오가는 배우들의 공간과 관객석이 모두 마련된다. 무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나눠 앉은 관객들은 타국에 파병된 군인과 고국에서 그들을 걱정하는 국민 모두를 보게 될 것이다.

 

 

|   10월 26일 ~ 28일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02) 2280-4115~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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