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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나쁜 자석> 외로움으로 남은 네 친구의 성장기 [No.110]

글 |이민선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2012-11-12 3,703

누군가가 유년시절의 경험이 한 성인의 현재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면 의심 없이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것은 경험에 대한 그의 기억. 같은 것을 경험했지만 기억하는 내용이 달라서, 제각각의 얼굴로 현재를 살아가는 네 남자가 있다. 연극 <나쁜 자석>의 네 친구 프레이저, 폴, 앨런, 고든은 여전히 과거에 매인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네 친구의 성장 과정을 통해 그들은 어떤 기억을 지니고 있으며, 그 기억은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관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네 주인공은 열아홉 살의 얼굴로 밴드 연습을 하고 있다. 멤버 중 누군가의 자작곡을 부르던 보컬은 난해한 음악에 진저리를 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그 곡을 쓴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도 눈치를 살피다 보컬을 따라 자리를 뜬다. 다수의 친구들과 섞이기 어려운 영혼을 지닌 한 멤버가 나머지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그도 관객도 느낄 수 있다.

 

넷은 어려서부터 뭉쳐 다녔다. 프레이저는 무리를 이끄는 대장 노릇을 하며, 폴은 2인자처럼 프레이저 곁을 맴돈다. 앨런은 약간 모자라 보일 만큼 허허거리며 둘을 따른다.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온 고든이 이들 무리에 합류한다. 고든은 어린애답지 않게 웃음기가 전혀 없고 우울하다. 글 속에 그만의 세상을 펼쳐 보이는 고든은 다른 아이들 눈에 정신 이상이거나 천재로 비친다. 스스로 성숙함을 자신하듯이 고든과 친해지려 하는 프레이저, 고든에게 프레이저의 옆자리를 빼앗겨 그 녀석이 마음에 안 드는 폴. 고든의 등장으로 넷의 관계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소중한 것을 땅에 묻었다가 후에 열어보자는 순수함을 가졌던 아홉 살에서 10년이 흘러, 그들은 밴드 음악에 심취한 열아홉 살로 성장한다. 여전히 독특한 고든이 쓴 노래에 질려버린 멤버들은 그가 밴드에서 빠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오랜 친구라 그 말을 전할 수가 없다. 신중하지 못한 앨런은 고든에게 밴드에서 나가란 말을 내뱉어버리고, 고든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10년 후, 스물아홉 살이 된 세 친구가 오랜만에 다시 모였다. 셋의 만남에서 고든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고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셋은 더 이상 과거 그대로의 관계일 수 없었다.

 

<나쁜 자석>에서 아홉 살과 열아홉 살, 스물아홉 살의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네 친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한 꺼풀씩 드러난다. 넷은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한 친구 또는 어느 날에 대한 기억은 각자 조금씩 다르다. 그들이 그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들은 지금 다른 믿음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흩어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극 구성이 흡인력을 자랑한다. 20년을 넘나드는 에피소드 속에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어 관객들을 더욱 극으로 몰입시킨다.

 

극 중에서 고든이 쓴 동화가 재연되는데, 어린아이가 쓴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고 기괴하다. 게다가 세상에 대한 우화라 함직한 내용이라, 네 친구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메시지와 연결되기도 한다. ‘나쁜 자석’이라는 제목 또한, 그의 동화에서 따온 것이다. 자석들은 물건들을 끌어당기거나 또는 밀어낸다. 특히 같은 극의 자석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만 해서, 아무리 서로를 사랑해도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그래서 한 자석은 사랑하는 자석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 자성을 버리고 ‘나쁜 자석’이 된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이 곧 고든 자신임을 알 수 있는 연극의 마지막은 슬프고 쓸쓸한 감동을 배가시킨다.

 

네 친구가 밴드를 결성했다는 설정에 맞게 <나쁜 자석>에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이 삽입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뮤지컬 배우들이 연극에 대거 캐스팅된 점이 눈에 띈다.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버린 고든 역에 송용진과 장현덕이, 고든의 죽음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프레이저 역에 정문성과 이동하가 캐스팅됐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폴은 홍우진과 김대현이, 늘 웃고 있지만 역시 외로웠던 앨런은 이규형과 김보강이 연기한다.

 

 

|   11월 7일~2013년 1월 27일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 1566-7527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0호 2012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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