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일반 관객과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민족 대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과 추석을 비롯해 정월 대보름과 단오 정도가 ‘민관’ 주도 하에 교류하는 몇 안 되는 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설이 있는 국악 공연을 필두로 퓨전 국악이나 국악 뮤지컬, 디지털 국악 등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화·통(畵·通) 콘서트>는 이런 실험의 진화된 형태다. 이 콘서트에서는 전문가의 해설과 공연으로 우리 옛 그림과 국악을 함께 즐기며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한국화 전시회나 국악 공연, 전통문화 강연회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한 컨셉이다.
지난 2011년 10월 초연됐던 <화·통 콘서트>는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그림 해설과 에스닉 팝그룹인 프로젝트 락(樂)의 연주, 소리꾼 남상일의 노래와 비보이까지 곁들여져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던 바 있다. 1년여의 재정비 시간을 거쳐 돌아온 시즌2 콘서트에서도 손철주의 진행과 해설, 프로젝트 락의 음악이 공연의 근간이 된다. 이번 공연은 ‘봄날의 상사(想思)는 말려도 핀다’를 타이틀로 해 곧 다가올 봄과 사랑을 테마로 삼았다. 공연 날짜를 밸런타인데이로 맞춘 것도 설 연휴나 정월 대보름에 기획됐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객과 만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다소 애매한 날짜에 진행되는 만큼 신년과 사랑, 봄맞이를 모두 아우르려는 욕심을 세 가지 테마로 나눠 담았다. 첫 번째 테마는 ‘새해맞이’로, 2013년을 맞이하는 것을 기념해 유성업의 「해맞이」 그림으로 첫 무대를 연다. 이 그림과 어우러지는 음악은 새해를 아름답게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Beautiful Day’라는 창작곡이 연주된다. 두 번째 테마는 남녀의 사랑을 은유하는 ‘그리움 그리고 유혹’이다. 여기서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담은 신윤복의 「춘색만원」, 작자 미상의 「미인도」, 심사정의 「봉접귀비」 등의 그림이 창작곡인 ‘유혹’, ‘봉접귀비’와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세 번째 테마는 콘서트의 부제이기도 한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로, 신윤복의 「소년전홍」, 「연소답청」, 「월하정인」의 그림과 함께 ‘월하정인’ 등 새로운 창작곡들이 해금과 피아노의 협연으로 함께 선보이게 된다.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지만 콘서트에서 제시되는 각각의 그림과 음악들은 여전히 관객들에게 ‘낯섦’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그림과 음악, 테마와 테마 사이를 조율하는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몇 해 전 방송을 통해 <명작 스캔들>이 이와 유사한 컨셉으로 클래식한 예술들을 대중과 함께 나누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성공 포인트는 ‘동시대성’이었다. 기존의 계몽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대중의 눈높이에서 시의성 있는 주제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 이번 콘서트 역시 그런 포인트를 잘 포착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남은 과제인 ‘재미’만 보장된다면 연례행사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2월 13일~14일 / 서울남산국악당 / 1544-155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3호 2013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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