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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그루브 밴드 더 스크립트 내한콘서트 외 [No.113]

글 |배경희 2013-02-28 4,099


그루브 밴드 더 스크립트 

 

지난 2008년 싱글 ‘We Cry’로 데뷔한 아일랜드 출신 3인조 록 밴드 더 스크립트. 첫 싱글은 UK 싱글 차트 15위라는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고, 같은 해 가을에 발표한 두 번째 싱글 ‘The Man Who Can`t Moved’로 크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밴드의 최대 매력은 스크립트(대본)라는 이름에서 정체성과 지향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가사 한 줄 한 줄이 명대사라는 것이다. 가사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팀이냐고? 전혀. 오히려 제대로 통속적이다. 스크립트의 가사는 결코 심오하지 않다. 하루, 한 달, 일 년이 걸리더라도,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여기 서서 기다리겠다는 ‘The Man Who Can`t Moved’나, 당신 없이는 걸어 다니는 시체일 뿐이라고 말하는 ‘Dead Man Walking’, 네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문을 걸어두지 않겠다는 ‘If You Ever Come Back’ 같은 곡들의 가사를 보라. 대부분의 곡이 이처럼 한없이 찌질한 감성을 노래하는데, 수많은 여성 팬들이 이들에 매료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낭만도 없고, 만남의 깊이도 없는 시대에 오직 사랑에 목숨 거는 이야기가 오히려 마음을 흔드는 법이니까. 보컬과 기타, 드럼이라는 전형적인 밴드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사랑 이야기에 어울리는 팝적인 멜로디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 역시 이들의 강점.

 

스크립트는 밴드 시작부터 록 음악의 전형에서 벗어난 사운드를 선보여 왔는데, 2012년에 발표한 최신작「#3」을 듣는다면 고개가 더욱 갸우뚱해진다. 스크립트가 록 음악의 전형에서 한 발 벗어난 그루브 밴드였다지만, 보컬 대니 오도노휴가 이번에는 아예 멜로디에 맞춰 랩을 하니 말이다. 이는 밴드 결성의 주축 멤버였던 대니와 기타리스트 마크 시언이 어려서부터 흑인 음악을 좋아했던 영향이 크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외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은 이곳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음악이라고 여겼으며, 그 동경의 대상은 스티비 원더였다. 동네의 한 클럽에서 만난 대니와 마크가 친해지게 된 계기도 R&B를 좋아하는 비슷한 취향 때문이다. 데뷔 전 데모 테이프를 제작해주는 일을 했던 두 사람은 힙합 스타 로드니 저킨스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아일랜드가 낳은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 U2. 그래서 아일랜드 출신 신예들은 거의 대부분 ‘U2의 뒤를 잇는 아일랜드 대표 밴드’ 라는 클리셰가 뒤따르지만, 스트립트는 U2가 힙합 비트를 만났다는 재미있는 평가를 듣는 팀이다. 록 음악에 흑인 음악을 가미한 독특한 밴드 탄생, 이들의 첫 번째 내한 공연을 놓치지 말자. 

 

3월 27일 오후 8시/ 유니클로 악스/ 02-332-3277

 

 

쓸쓸함에 젖어드는 시간 Rachael Yamagata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워너비 뮤지션 레이첼 야마가타가 한국을 찾는다. 벌써 세 번째 내한 공연이다. 지난 공연 이후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을 찾는 것은 지난 공연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이 조금 더 특별한 건, EP 앨범「헤비 웨이트(Heavy Weight)」 발매를 기념해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는 점이다. 소극장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게 울려 퍼지는 그녀의 음악과 더 어울리는 공간이다. 재미교표 3세 일본인 아버지와 이탈리아계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첼 야마가타. 부모님의 이혼은 유년 의 레이첼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각각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을 보기 위해 주말마다 먼 길을 오가면서 머릿속에 그렸던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음악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레이첼의 노래들은 꼭 햇빛이 조용히 사그라지는 느낌이랄까.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하고 첫 EP 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 밴드 보컬로 음악적 경험을 쌓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시카고 클럽을 주 무대로 활동한 펑크 밴드 범퍼스에서 활동했다는 건 의외의 이력이다. 2004년에 발표한 정식 데뷔 앨범「Happenstance」로 권위 있는 음악 매체로부터 기대되는 신인 아티스트로 선정되는 등 등장부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데뷔 앨범 수록곡 ‘Be Be Your Love’가 인기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회 엔딩신에서 흘러나온 것도 그녀의 노래다.

 

레이첼 야마가타가 발표한 정규 앨범은 모두 세 장. 지금까지 50여 곡에 가까운 작품을 발표했다. 이 노래를 언제 다 숙지하고 가느냐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콘서트도 아티스트의 노래를 알고 가야 제맛이지만, 레이첼 야마가타 공연의 최대 매력은 노래를 모르고 가도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녀의 허스키한 음색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공연 전 예습을 원한다면, 그녀가 최근작 3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은 발라드 ‘Dealbreaker’는 필수로 들어봐야 한다. 

 

2월 23일~2월 24일 오후 7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02-3143-5156

 

 

피아노 록의 귀환 Ben Folds Five

 

벤 폴즈 파이브. 이름만 보면 5인조 그룹이 연상되지만, 벤 폴즈 파이브는 보컬 벤자민 스콧 벤 폴즈가 이끄는 트리오 밴드다. 멤버는 세 명이면서 ‘파이브’의 어감이 좋아 벤 폴즈 파이브로 이름을 지었다는 엉뚱한 매력의 그룹이다. 1993년 결성된 이 밴드의 또 하나 엉뚱한 매력은 록 밴드의 필수 악기인 기타 없이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만 팀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엘튼 존과 빌리 조엘을 좋아했던 피아니스트 벤 폴즈의 취향이 묻어나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록 밴드의 프론트맨답지 않은(?) 친근한 외모와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서정적 음악을 하는 밴드. 벤 폴즈 파이브는 피아노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신선한 자신감으로 대중에 사랑받았고, ‘피아노 록의 대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팀 결성 2년 만인 1995년 메이저에 데뷔해 첫 앨범「Ben Folds Five」를 비롯해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한 뒤 1999년 돌연 해체했다. 멤버 각자의 길을 걷겠다는 이유였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해체 후 13년 만에 재결성한 벤 폴즈 파이브의 첫 내한 공연이다. 특히 작년 여름에 열린 벤 폴즈 솔로 내한 콘서트에서, 두 시간 반 동안 33곡을 열창하고 돌아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는 후문에 많은 이들이 이번 콘서트를 기대하고 있다.

 

벤 폴즈 파이브가 낯선 이들이라면, 보헤미안 뮤지션 이상은이 ‘나의 명곡 15’로 꼽은 ‘Magic’을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Magic’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적이고도 감성적인 멜로디, 서양의 미를 잘 살린 편곡이 마음을 사로잡는 마술과 같은 곡.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 ‘Army’ 역시 추천곡이다. 


2월 24일 오후 6시/ 유니클로 악스/ 02-563-059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3호 2013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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