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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시간, 레프 도진과 체호프 [No.115]

글 |나윤정 2013-05-27 3,901

100여 년 전 누군가가 남긴 글귀 하나가 오늘날 나의 마음을 흔들 때가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그와 내가 하나의 공통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묘한 기분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때 그 대상은 내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무대 위에도 시공간을 초월해 마음과 마음을 일체시킨 예술가들이 있다. 바로 불멸의 작가 안톤 체호프와 러시아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이다. “체호프에 관한 한 도진을 따를 연출가는 없다”는 ‘뉴욕 타임아웃’의 평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도진의 체호프 해석은 날카롭고 대담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벚꽃 동산>, <바냐 아저씨> 등 체호프 작품에서 도진이 발견해내는 현대적 성찰은 마치 1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또 하나의 체호프가 환생한 듯 놀라움을 전해주었다. 
오는 4월, 레프 도진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단을 이끌고 <세자매>를 공연한다. 아름다운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의 꿈과 좌절, 사랑과 배신을 그린 이 연극의 고전은 체호프 작품 사상 가장 복잡한 희곡으로 일컬어진다. 도진은 체호프의 언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비틀며 현대적 의미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 자매의 ‘상류 사회에 대한 동경’이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사랑의 동경’으로 변주되며, 세 자매의 사랑과 욕망이 더욱 적극적으로 그려진다.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가 또 있다. 레프 도진과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단 역시 이심전심을 나누는 사이기 때문이다. 도진은 1983년부터 이 극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피터 브룩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 극찬한 이 극단과 도진의 합심은 이제 러시아 연극의 상징이 되었다. 
 



<농담>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 정영욱이 신작을 선보인다. 2008년 <남은 집> 이후 5년 만이다. <농담>은 후미진 도시 한구석, 남몰래 투견을 벌이며 인생의 막장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부잣집 부인에게 뒷돈을 받고 자신의 큰 아들을 마약범으로 신고하는 투견장 주인 이씨, 이 사실을 알고 아버지 이씨를 소금물에 절여 죽이려고 하는 둘째 아들 상수. 투견장 잉여인간들에게 겁탈 당하는 북한 아낙 칼멘.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로가 서로를 수렁에 빠뜨리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 끝없이 반복된다. 작품은 결국 철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개와 막장에 다다른 인간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다. 2009년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 대상을 받았던 김낙형이 연출을 맡았고, 선종남, 김학수, 정인겸, 하성광 등이 출연한다. 
 
4월 9일~28일/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우리는 죽게 될 거야>
미국의 실험적인 극작가 영진 리의 <우리는 죽게 될 거야>는 1인 카바레 쇼 형식의 공연이다. 2011년 뉴욕 초연 후 오비어워드 특별상을 수상한 이 작품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코러스가 전달하는 인생의 잔인한 진실에 대한 개인 동화”라는 평을 내렸다. 스스로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공연을 찾던 영진 리가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와 춤을 추는 모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외로움, 노화, 병, 그리고 죽음을 소재로 채워진 영진 리의 진솔한 이야기와 노래는 록 밴드 퓨쳐와이프의 흥겨운 연주와 더해지며 관객의 우울함을 털어내 준다. 극을 관통하는 유머 사이로 ‘우리 모두는 죽게 된다’는 평범하지만 울림 있는 생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4월 11일~14일/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3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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