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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멘토의 자질, 리더의 자격 [No.119]

글 |송준호 2013-08-24 4,365

춤을 콘텐츠로 한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화제를 모은 <댄싱9>이 시작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 학원을 운영하거나 학교에 출강 중인 댄싱 마스터가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을 뽑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이다. 관계자들은 위축된 춤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얻으려는 찰나에 대중의 시선이 돌아설까 노심초사할 법도 하다. 제작진은 소수의 학원과 학교로 한정된 춤 교육 환경을 언급하며 해명을 시도했지만, 이미 본선에 오른 참가자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의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댄싱 마스터는 심사를 하지는 않지만 젊은 참가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멘토의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멘토는 기존의 스승과 선배, 리더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말이다. 보수적인 춤계에서는 학교의 스승이나 무용단의 예술감독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런 멘토는 없다는 비판이 다수다. 젊은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공감해주는 멘토의 자질이 결여돼 있다는 까닭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몇몇 무용단의 예술감독들은 운영을 둘러싸고 단원들과 빈번하게 마찰을 빚었다. 자신만의 예술을 펼치려는 의욕과 이에 반감을 가진 단원들이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실험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한 한 단체는 예술감독의 운영 철학을 두고 임기 내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갈등을 겪으면서 리더는 외부의 눈치를 보게 되고, 해당 단체의 발전도 더뎌지게 됐다. 힘을 잃은 선장과 지시를 거부하는 선원들이 탄 배는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침 두 국립 단체의 수장이 새로운 좌표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말 신임된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과 취임 후 첫 안무작을 선보이는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그들이다. 공교롭게 두 곳 모두 운영 철학을 두고 최근 몇 년간 잡음이 이어졌던 곳이다. 두 예술감독이 이번에는 단원들의 존경과 신임을 얻는 리더의 자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들의 새로운 행보에 춤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필로볼러스 무용단
누구나 한 번쯤은 불빛을 이용해 손그림자로 개나 새를 만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컨셉으로 판타지적 요소와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것이 미국 필로볼러스 무용단의 공연이다. 무용수가 신체를 활용해 특정한 형상을 만드는 것은 춤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오로지 그림자만으로 이뤄진 공연은 흔치 않다. 이 작품은 무대 위에 ‘스크린’이라는 또 하나의 무대가 있다. 스크린 뒤에서 무용수들의 몸은 비행기부터 자유의 여신상, 택시, 켄타우로스까지 변화무쌍하게 이합집산을 반복한다.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이 형상이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과정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8월 21일~25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김판선 안무
한국 현대춤을 이끌 차세대 무용가로 주목받아온 김판선이 몇 년간의 해외 생활 경험과 세계적인 안무가들과의 작업을 바탕으로 신작을 발표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갓 무용단원으로 활동 중인 그의 관심사는 주로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이나 감성, 사회에서의 관계나 대립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에너지가 다시 개인의 내면으로 모인다. 작품은 자신의 형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표현하며, 수많은 외부의 자극에 무뎌져 껍데기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몸짓과 오브제로 풀어낸다. 정확하고 역동적인 몸짓과 독창적인 무대 실험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그가 최근 어떤 변화를 이뤄냈을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9월 13일~14일 서강대 메리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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