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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독특한 하이브리드의 경험 [No.122]

글 |나윤정 2013-11-27 3,712

지난해 국립창극단의 변신은 공연계에 신선한 자극이었다. 김성녀 예술감독의 뚝심 있는 ‘하이브리드 경영’은 연극, 뮤지컬 등 타 장르와의 이종교배를 통해 창극에 대한 고루한 인식을 불식시켜주었다. 정복근 작가와 한태숙 연출의 창극 <장화홍련>, 오은희 작가와 이병훈 연출의 <배비장전> 등은 국립창극단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역설해주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 시즌에도 연극계와 뮤지컬계에서 주목 받는 두 창작자 고선웅과 장유정의 신작 창극이 공개될 예정이다.


장르의 하이브리드는 창작자와 관객들에게 늘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창극과 같은 전통과의 조우는 오늘날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전해주므로 더욱 흥미롭다. 이번에는 연극이 조금 색다른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우선 <장화홍련>을 통해 감각적인 창극을 선보였던 한태숙 연출의 <단테의 신곡>에 국립창극단의 대표 소리꾼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서재형 연출의 창극 <메디아>의 주역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소리꾼 정은혜가 단테의 사랑 베아트리체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관념적인 공간과 인물은 대사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노래 등이 응축된 무대언어로 표현되는 이 작품에서 판소리가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루마니아 연출가 가보 톰파의 <당통의 죽음>은 소리꾼 이자람을 작품의 해설자 겸 거리 광대 역으로 낙점했다. 이자람의 <억척가>와 <사천가>에 매료된 톰파는 100명에 달하는 원작 인물이 그녀를 통해 더 풍성히 표현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내비쳤다. 이자람은 판소리를 끌어가는 강한 힘인 ‘말의 운율’을 살리는 데 집중해 작창을 완성했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판소리가 아니지만, 판소리의 느낌이 전해지는 독특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단테의 신곡
단테의 『신곡』이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고연옥이 재창작하고, 한태숙이 연출을 맡은 <단테의 신곡>은 원작에서 시인 단테가 지옥부터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수직적 이동을 인물의 정신적인 승화 과정으로 재해석했다. 음악은 <안티고네>, 창극 <장화홍련>의 작곡가 홍정의가 맡았다. 그의 지휘 아래 판소리, 정가, 클래식, 일렉트로닉 등 탈장르적인 색채의 15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한태숙의 독창적인 미장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것이다. 단테는 지현준, 애욕의 여인 프란체스카는 박정자, 단테의 길잡이인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정동환이 연기한다. 지옥의 판관 미노스와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는 각각 국립창극단의 김금미, 정은혜가 맡았다.
11월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당통의 죽음
게오르크 뷔히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 <당통의 죽음>이 무대에 오른다. 1794년 혁명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파리를 배경으로 공포정치에 강한 신념을 지닌 로베스피에르와 공포정치에 회의를 느끼는 당통 두 혁명 세력들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2011년 <리차드 3세>로 국내 관객들에게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루마니아 연출가 가보 톰파가 연출을 맡았다. 1인 다역을 연기하는 광대는 소리꾼 이자람이 캐스팅됐다. 광대는 군중을 상징하는 동시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작품과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로베스피에르는 윤상화, 당통은 박지일이 연기한다.
11월 3~1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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