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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롭고 따뜻한 시선 - 장 자크 상페 展 [No.88]

글 |김효정 사진제공 |고양문화재단 2011-01-26 5,426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장 자크 상페(Jean Jacques Sempe) - 꼬마 니콜라의 아름다운 날들’이 오는 3월 20일까지 열린다. 상페는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 일상의 행복, 풍자와 해학을 작품에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이미 한국에는 그의 작품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가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으며,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도 그의 솜씨이다.

 

아람미술관 겨울방학 특별전 ‘장 자크 상페 - 꼬마 니콜라의 아름다운 날들’

 

장 자크 상페는 1932년 8월 17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우체국, 은행, 철도 회사의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기도 했다. 치약을 파는 방문 판매나 자전거로 와인을 배달하는 일을 하다가 1950년에는 나이를 속이고 군대에 갔는데, 그 당시에 대해 그는 “그곳이 나에게 일자리와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유일한 곳이었다”고 한다. 제대 후 파리로 이사를 온 상페는 작가 르네 고시니와 일하며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첫 작품 <꼬마 니콜라>를 만든다. 1959년 발표된 이 작품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50년간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2,000만 부가 팔려 나갔다. 한국어판은 1999년 첫 출간되어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이후 그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파리 생제르맹에서 보내고 있다고. 조용한 수채풍 또는 단색 잉크를 머금은 펜의 스케치로 그려진 작품들은 꽤나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의 가장자리에 부드럽게 걸쳐있는 느낌을 전한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작품은 <꼬마 니콜라>뿐만이 아니다. <뉴욕 스케치>, <프랑스 스케치>, <파리 스케치> 같은 도시 풍경을 마치 포스터처럼 그린 일러스트 풍경들도 그의 인기에 한몫을 더했다.

 

 

 

 

 

 

 

 

 

 

 

 

 

 

 

 

 

 

 

 

 

 


 

그의 그림은 사람을 향한 애정, 관계에 대한 유머가 항상 담겨있다. <랑베르 씨>만 보더라도 그렇다. 피카르 식당에는 매일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똑같다. 어느 날 주인공 랑베르 씨가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자, 사람들은 그를 두고 온갖 추측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랑베르 씨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점심 먹으러 온 아저씨들의 수다의 중심은 축구와 정치가 아닌 그의 연애가 된다. 어제와 오늘,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그려도 얼핏 같은 그림처럼 보일지언정 자세히 보면  앞장의 어제와 뒷장의 오늘, 화요일과 수요일의 차이는 극명하다. 다른 메뉴와 와인, 사람들의 다양한 생김새, 행동, 표정, 헤어스타일, 콧수염, 심지어 식탁 위의 빵 부스러기까지 식당 안의 따스한 온기가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단지 그림만이 아니라 그림에 곁들이는 그의 짧고 통찰력 있는 글들도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치와 평온과 쾌락>에서는 달빛 창가에 우울한 남자와 여자가 있는 그림 아래 “따스한 공기가 당신에게 말하네요. 기운을 차리라고. 꽃들도 기운을 차리라 하고, 새들, 별들, 온갖 생명의 변함없는 약동, 모두들 기운을 차리라 하네요. 그래도 난 당신에게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라고 하겠어요”라는 표현을 남기기도 하는 한편, <거창한 꿈>에서는 “모든 변화에는, 설사 몹시 바라 마지않던 것일지라도 우울함이 배어있다. 떠난다는 건 조금씩 죽어가는 일이니까”라는 철학적인 문구로 그의 그림에 우아함

을 더한다.
어린 시절 악단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좋아하는 연주자들을 자주 그렸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지 그의 작품에는 콘서트홀, 오케스트라, 발레 공연, 오페라 공연 등이 자주 등장한다. <사치와 평온과 쾌락>에서는 발레하는 소녀들과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뉴욕스케치>에서는 발레 공연을, <거창한 꿈>에서는 무대 뒤의 크루들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때로는 일상 속 배려 어린 작은 관찰로 감동을 주기도 하는데, 오페라 무대 밑의 오케스트라 타악 연주자에게 가족들이 ‘우린 당신의 연주를 들으러 왔어요’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각별한 마음>에서 명화를 보러 온 박물관 관광객들이 그림을 구경하는 동안 한편에서 일하는 한 여인에게 한 남자가 ‘난 당신을 보러 왔어요, 로즈마리’ 라고 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제1회 국제만화예술축제>의 특별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꼬마 니콜라> 원화를 비롯하여 작가의 작품집 <각별한 마음>, <사치와 평온과 쾌락>, <어설픈 경쟁> 등에 삽입된 소묘화, 수채화 120여 점의 원화와 100점의 복제화, 니콜라 피규어 등의 소품이 전시된다.
장 자크 상페는 “한국에서 나의 작품이 3백만 부 이상이 나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전시를 한다면 한국에서 먼저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전통 회화에서도 많은 해학적인 요소와 여유의 미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의 그림 세계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 전시가 반갑고 또 대단히 기쁩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꼬마 니콜라 50주년’ 기념으로 파리 시청에서 열린 전시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이자 마지막이 될 계획이다. 프랑스 갤러리가 <꼬마 니콜라>의 원화를 더 이상 반출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혔기 때문.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웃음을 잃은 이들에게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머금게 해줄 이 특별한 전시를 권해본다. 

 

2010년 12월 21일 ~ 2011년 3월 20일/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 031) 960-018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8호 2011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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