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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KISS」로 돌아온 강산에 - 그 만의 고유한 템포 [No.93]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장소협찬 |쿡앤북 (02-325-1028) 2011-06-21 4,024

강산에가 EP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타이틀곡은 ‘Kiss’. 가사는 이렇다.

‘녹았―다가 다시 떨리다가 빨려―든다 아―주 향긋한 너에게 잠긴다 너를 내 안에― 담는다―’

그의 새노래를 듣고 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이 곡이 정말 강산에 노래라고? ... 하지만, 정말로 좋다.

 

 

의상은 직접 골라 입고 오신 거예요? 저 멀리서도 강산에 씨 밖에 안 보였어요.(웃음)
아, 진짜로? (빨간 재킷을 가리키며) 야 때문에 그래, 야 때문에. 우리 나이되면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그래요. 야, 나이 들수록 밝은 색을 입어줘야 돼. 칙칙한 거 입지 말고. 뭐 그런 얘기를 참고하는 거죠. 허허.


하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요? 으음. 곡을 만들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 여름부터 이제 작업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케치하기 시작했죠. 음반을 빨리 만들고 싶어서 보니까 EP라는 게 있더라고요. 오케이! 나도 몇 곡 만들어서 EP를 내자, 그렇게 된 거죠. 계획은 작년 가을쯤 내는 거였는데 이게 생각대로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 안 되면 살짝 미뤄두고. 짧지만 여행도 갔다 왔어요. 내 유럽을 안 가봤거든요. 그래 지난겨울에 보름 정도 프랑스에 갔다 왔죠.


가보니 프랑스는 어떻던가요?
죽였어요. 허허. 거기는 다들 작가고 아티스트다 보니까 음… 참… 그… 뭐라 그러지. 음… 사고가 자기 주체적이고 자유롭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길들여졌던 부분에 대해 자극도 받고. 그래서 좋았어요.


앨범을 내기로 마음먹고 준비하신 거예요? 보통은 매일매일 곡을 쓴다 그런 이야기들 많이 하잖아요.
다짐이야 만날 하죠. 평상시에 틈틈이 곡 좀 만들어 놓자. 근데 그건 마음뿐이지 잘 안 되잖아요. 이번엔 홍대의 재능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영감도 받고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죠. 그런 뮤지션들 중 한 친구가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해 준 골드팝스의 조호균이에요. 교류하면서 그 친구를 알게 돼가지고.


교류라고 하면…?
뭐 그냥 노는 거지. 이런 데서 술 한잔하다 누가 “형, 이 노래 들어봤어요?” 그러면서 노래를 소개해줘요. 자기가 잘 아는 친구래. 그럼 놀러 오라 그래라. 그런 식으로 노는 거죠. 다 그렇게 노는 거 아닌가? 하하. 어떻게 노는데요?


네, 뭐, 그렇게 놀죠. 그런데 홍대의 인디 뮤지션들과는 어떻게 어울리게 된 거예요?
내가 97년도에 홍대에 합주실을 얻었는데 거기가 내 베이스캠프예요. 데뷔할 때 메이저 회사랑 3~4년 일하다 회사를 옮기면서 받은 계약금으로 얻은 거거든요. 그때부터 쭉 여기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죠.


이번 앨범은 음악의 색깔이 정말 달라졌잖아요. 이번엔 좀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새로운 거 하고 싶은 욕심은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런 게 창작하는 사람들의 특권이죠. 안 그런가. 생각하고, 연상하고, 상상하는 걸 만들어내니까 즐거운 일이죠. 물론 인내도 필요하고 그렇게 즐겁기만 한 건 아니지만. (웃음)


처음부터 창법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었어요?
곡은 자유롭게 만들어 놓고 이렇게 한번 불러볼까 하는 거죠. 특히 요즘에는 작은 소리로 말랑말랑하게 부르는 노래들이 많은데 나도 그런 노래들이 듣기 좋더라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이지만 그냥 해본 거거든요. 근데 해보니까 하기 힘들더라고요. 보컬 키 조정하는 것도 오래 걸렸고. 템포나 편곡, 그 다음에… 뭐냐뭐냐 마이크! 어느 게 내 목소리에 잘 어울리겠다 정하는 게 좀 힘들었어요. 근데 어차피 내가 기재가 이것저것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웃음) 빌릴 수 있는 거 몇 개 빌려가지고 했죠.   


프로듀서를 맡은 조호균 씨의 보컬 디렉팅이 달랐다고요.
이 친구(조호균)가 노래를 아주 조용하게 부르는데 앨범을 들으면 뭔가 좀 다이내믹하고 좋더라고. 야한테는 세련미가 있어요. 보이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근데 난 나를 잘 알거든요. 난 좀 거칠고 약간 촌스럽죠. 이 친구의 세련된 옷을 입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잽싸게 “야, 니 내 프로듀서 좀…” 그랬지. (웃음) 음악을 해온 환경이 서로 다르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이 친구하고는 공감하는 게 딱 맞아요. 예를 들어 내가 뜨거운 카페라떼 맛을 느끼고 있단 말이에요. 그럼 얘도 그렇게 느껴요. 공감이 되니까 재능이나 기술, 경험은 다르지만 작업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결과물이 나온 거네요?
그렇죠. 결과적으로 좋아요. 이제 라이브에서 소화해야 하는 과제만 남았죠. 생전 안 해본 창법으로 세 곡이나 불러놨는데 녹음할 때도 힘들었으니까 라이브 할 때 당연히 힘들겠죠. 숨소리도 들리고 아주 가까이서 부르는 것처럼 노래를 불러놨잖아요. 마이크를 입에 최대한 가까이 대고 하라는데 그렇게 노래를 불러 봤어야지. 나는 소리를 내지르는 사람인데 마이크가 요 앞에 있으니까 부담스러워가지고 노래가 되겠냐고요. 힘들더라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은 뭐예요?
내가 벡이라는 뮤지션을 좋아하는데 얘(조호균)도 벡을 좋아해요. 얘가 벡 스타일로 뭔가를 만들어 놨더라고. 오! 야, 이거 내 주라 그랬지. 완성된 곡은 아니고 기본 뼈대가 되는 시작과 중심이 있는 정도. 근데 얘 목소리로 들었을 때는 세련되고 정말 좋았는데 내가 하니까… (웃음) 가사를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떡 됐습니다라는 메모가 있어가지고 그걸로 만들었어요. 내가 완전히 떡 돼가지고 다음 날 반성하는 의미에서 써둔 거였거든요.


늘 메모를 하세요?
노트를 안 가지고 왔는데 만약 뭐가 생각나면 메모지 좀 달라 그래서 적어놔요. 집에서 바지 갈아입을 때 보면 여기저기서 메모지가 나오잖아요. 그럼 어느 날 한꺼번에 그걸 봐요. 그때는 감상에 젖어서 쓰는 거니까 다시 봐서 ‘어우~’ 이런 것들은 버리고. ‘아, 이거!’ 하는 것들은 노트에 써가지고 나중에 곡 작업할 때 보는 거죠. 아, 이거 만들어야겠다, 이거 만들어야겠다.

 


요즘 무엇보다 트위터의 재미에 푹 빠지신 것 같던데요.
재밌더라고요. 별 사람들이 다 있고. 처음에는 쓸 말이 없으니까 내 노랫말들을 인용해가면서 글을 올렸는데, 그러다 어느 날 음주한 후에… 헤헤헤헤. 술 먹고 난 다음 날 일어나면 ‘아,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는 것처럼 음주 트윗도 똑같더라고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웃음)


강산에가 아이폰을 쓰고, 트위터를 하다니. 좀 놀라워요.
하하. 내가 참 아이폰을 쓴다는 거 아니유. 내 이럴 줄 알았어요? 컴퓨터도 모르는 내가. 컴퓨터를 하나도 몰라요. 사용을 안 해봤으니까. 뭐라 그라노. 서핑한다고 그러잖아요. 그것도 안 하고 이메일 체크만 가끔 하는데 그것도 습관이 돼야 하지. 근데 지난겨울에 프랑스에 가는데 내 전화기는 자동 로밍하는 게 너무 답답해. 아이폰은 그게 잘된다 그래. 그래서 부탁해서 주문했는데 가기 전까지 안 나와가지고… 아이폰을 쓰니까 주변 사람들이 트위터 해야 된다고 계정 만들어줘서 (키패드를 누르며) 난 이것만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무엇보다 어린 친구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게 재미있지 않아요? 강산에 씨 노래를 접하지 못했을 것 같은 세대의 친구들이요.
이번 앨범 재킷을 디자인해 준 후배한테 메시지가 왔어요. “형, 20대 여자애들 팬이 많이 늘었죠?” 자기가 트위터를 본대. 다 니 덕이다 그랬지. 하하. 사실 그 친구들은 절 잘 모르잖아요. 이름은 알고, 노래는 들어봤지만, 잘 모르죠. 내가 방송 같은 데 잘 안 나가니까. 어떤 사람들은 나를 원로 가수로 알고 있던데.


원로 가수요? 선생님급? 하하.
아, 진짜로요. 나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이 각양각색이더라고.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낯이 익는데요? 예술 하시는 분인가요?” 그래요. 그래서 음악 같은 거 한다 그랬더니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 강산에라고 했더니 네? 뭐, 뭐요? 아니 강산에가 이렇게 젊은 사람이 아닌데? 그러더라니까요. 그 아저씨가 자기는 내가 육십 가까이 되는 줄 알았대요.


하하.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함께해 왔으니까 체감하기에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누가 트위터에서 가수는 앨범을 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면서요.
아, 맞아 맞아. 어떤 친구가 ‘가수는 트윗보다 음악으로 말을 해야죠’ 그런 멘트를 보냈더라고요. 그리고 또 뭐가 왔더라. 가수는 앨범을 어쩌고저쩌고 그런 이야기도 왔고. 이 사람은 나를 계속 보고 있던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죠. 나 새 앨범 냈는데. (웃음)


요즘에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채널이 많지 않으니까 앨범이 나와도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요. 제 주변에 강산에 씨의 팬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앨범이 나와도 모른다고. 그런 면이 속상하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단순히 미디어나 언론의 책임만 탓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에 언론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지만, 수용하는 입장에서도 조금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홍보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만 받아들이면 홍보할 수 없는 다양한 무언가가 있어도, 알 수 없잖아요. 가끔 보면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에 있어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트위터를 보면서 깜짝 놀란 게 온통 <나는 가수다> 얘기뿐인 거예요. 그 자체가 나쁘다 좋다는 게 아니고. 자칫 음악에 대한 소비나 수용이 <나는 가수다>가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해야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죠. 세상에는 싱어도 있지만 싱어송라이터도 있고, 컴포저도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무방비한 상태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 부분이 살짝 우려가 되죠.


아무래도 보컬적으로 뛰어난 가수들이 출연을 하다 보니 그게 가수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는 부분에서 거부감이 들긴 하죠.
응응. 거기에 위험한 구석이 있는 게 뭐냐면 오히려 더 가치를 둬야하는 부분이 묻힐 수도 있다고요. 우리는 늘 콘텐츠, 아이디어, 크리에이티브함, 이런 걸 이야기하면서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가려지고 있는 거잖아요. 기능적인 부분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기능은 훈련을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예술은 시간만 투자해서 되는 건 아니에요. 사유를 해야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고 그런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건데. 사람들이 뭔가를 느끼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칠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강산에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던데요?
어, 그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고맙죠. 나를 인정해주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안 나가겠죠. 화제가 목표면 나가겠죠. 그랬다면 벌써 옛날에 다른 짓 많이 했을 거예요. 근데 각자 가치관이라는 게 있잖아요. 나는 내 가치관대로 살고 싶은 거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식으로 살고 싶고, 그게 나한테는 늘 중요하니까. 뭐가 맞고 틀리다는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거예요.


내가 만든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테잖아요. 그럼 기회가 된다면 그런 데 나가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는 거고…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런 게 있잖아요.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즐기고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진 않은 거죠. 나는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거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난 복이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줘요. 재능 많은 친구들 중에서도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같은 경우는 락키 가이지.


정말 다양한 행사에서 공연을 많이 하시던데, 공연에서 얻는 즐거움이 큰가요?
그렇기도 하고. 음… 나 정도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면 자기 건물 작은 거라도 있고 큰 자동차도 있고 그럴 텐데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왔기 때문에 그런 거 없죠. 여러 가지 유혹도 있었죠. 미사리나 밤무대 같은 데서 얼마 줄 테니 한 번만 나와라. 근데 난 업소는 안 했으면 좋겠는 거야. 그렇다고 내가 다른 특별한 수입이 있는 게 아니니까 행사에서 공연하는 거죠. 그래도 궁하진 않으니까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내 집 있고, 내 차 있고, 월세지만 내 연습실 있고. 물론 요즘에 와서 욕심이 좀 생기긴 생겨요. 레이블을 만드니까 사무실도 있으면 좋겠고, 나만의 공간도 필요하고. 근데 그렇다고 그게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지나? 아니면 내가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되나? 아니잖아요. 그런 건 안 바꾸고 싶죠. 대신 하던 공연 열심히 하고, 앨범 좋은 거 만들고 그러다 보면 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강산에 씨 공연을 보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옛날에는 공연 중에 많이 싸우기도 하셨다고...(웃음)
데뷔 초에는 말도 안 했어요. “예”, “아니요.” 이 말만 했어요. 근데 속은 끓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그게 술을 먹으면 표가 나는 거죠. 그렇다고 내가 천성적으로 남한테 폐를 끼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기분 나쁜 날 누가 자꾸 시비 걸고 그러면 그때 터지는 거죠.


이제는 안 그러시는 거죠? 
아우. 지금까지 그럼 인생 피곤하죠. 안 그래요? 다 같이 어울려서 살기 힘들잖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3호 2011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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