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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Monthly Pick] 9월의 추천작 [No.96]

글 |편집팀 2011-09-05 4,061

<더뮤지컬>이 추천하는 9월의 문화예술행사

 

 

검객 괴담 연극 <됴화만발>
<내 마음의 풍금>, <남한산성> 등 한동안 뮤지컬 작업에 집중해 온 조광화 연출가가 10년 만에 창작 연극을 내놓았다. 제목은 <됴화만발>. 제목만 들으면 서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부제가 검객 괴담이다. 게다가 이번 호 ‘신스코프’ 코너를 위해 만났던 채송화 분장디자이너가 조광화 연출가와의 협업이 즐겁다며 내놓으신 말씀. “그 팀 여자 두 분, 남자 한 분 빼고 모두 삭발했어요. 연출님부터.” 독하다. 홍보 이미지도 강하다. 삭발한 박해수 배우가 온몸에 흙을 발랐다. 오랜만에 남자 냄새 진하게 나는 이미지를 보며 이상하게 끌린다. 서늘한 가을에 어울릴 만한 연극이다.
연극 <됴화만발>은 일본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를 모티프로 한 2천 년이 넘는 시공간을 초월해 살아온 검객 케이의 이야기다. 중국 진시황 시절, 영생불사 약을 구실로 어린아이 3,000명을 죽인 의원의 명으로 한 아이를 살리려다 영생을 얻게 된 케이, 왠지 시간을 초월해 흩날리는 꽃잎 사이 검 한 자루 쥐고 있는, 등이 외로운 사람의 이미지가 애니메이션처럼 떠오른다. 영원히 계속되는 삶 속에 홀로 서서 고독한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케이의 ‘존재의 외로움’을 무협, 만화, 괴담, 설화, SF 등으로 무대에 풀어놓을 예정이다.
극 전반을 지배하는 죽음의 이미지와 상반된 케이의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만으로도 인상적인 이 작품의 창작진 역시 화려하다. 복숭아꽃 만발한 숲과 지하 세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상여’라는 이미지로 구현해 낸 정승호 디자이너의 무대에 해금의 선율을 살린 원미솔 작곡가의 음악과 안무가 심새인이 정교하게 짜놓은 검객들의 움직임이 어떤 조화와 시너지를 일으킬지 기대해 본다. 말보다는 움직임으로 관객과 소통할 검객 케이 역은 최근 음악극 <더 코러스-오이디푸스>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박해수가 맡는다.   |  김유리

▷ 공연 기간 : 9월 6일~9월 25일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28개국 101개의 유럽 축제 소개 『유럽 축제 사전』
유경숙은 좀 독특한 사람이다. <난타> 공연기획자로 공연계에 입문한 그녀는 티켓링크 홍보 팀장으로 멀쩡한 직장을 잘 다니다가 2007년 훌쩍 세계 여행을 떠났다. 1년간 세계 축제를 돌아보고 온 그녀는 『카니발 로드』에 여행 기록을 담아냈다. 2009년에는 유럽 축제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축제 스케줄을 꼼꼼히 살피고 일정을 세워 또 다시 1년여간 여행을 떠났다. 두 번의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추가로 정보 조사 과정을 거쳐 4년 6개월 만에 『유럽 축제 사전』를 냈다. 유럽의 101개의 축제를 정리한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축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여행자를 위한 축제 정보뿐만 아니라 각 축제마다 국내 제작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담았다. 필자는 세계에는 정말 많은 축제들이 있는데 국내 제작사들은 에든버러와 아비뇽 페스티벌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 책은 세계 무대를 꿈꾸는 제작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아직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대만과 일본 등지에서 이 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발품을 팔지 않고는 만들기 어려운 책이라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 먼저 알아본 것이다.  |  박병성
▷ 유경숙 지음 / 멘토르 펴냄 / 가격 32,000원

 

 

한 늙은 세계의 아름다운 종말 <레오파드>
예술가들은 보통 첫 작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들은 대체로 격렬한 분노로 시작해서 처연한 슬픔으로 끝을 맺고, 작가 자신의 평생에 대한 예언이 된다. 하지만 공작의 아들로 태어난 공산주의자 루키노 비스콘티는 자신의 삶이 아니라 신념에 대한 영화로 예술가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어머니의 보석과 성을 팔아서 영화 제작비를 조달했고, 하인과 요리사들이 기다리는 저택에 살면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어부들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영화를 찍었다. 평생 수많은 모순을 껴안고 살아온 비스콘티는 말년에 이르러 곧 멸종하게 될 종족으로서의 비탄이 담겨 있는 탐미적인 영화들을 만든다. <레오파드>는 그 오만하고 우아한 독백의 마지막 탄식 같은 영화다. 그는 왜 마지막 날들에서야 자신의 근원, 자신의 피와 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자기 세계의 종말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그 폐허 위에 도래해야 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데 삶을 바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끝의 끝에서야 자신이 태어난 자리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세계의 균열 이후를 묵묵히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비친 것이 담겨 있는 영화다.  |  김영주

 

 

일상 같은 영화에서 비롯되는 영화 같은 일상 <북촌방향>
홍상수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은 되게 찌질하고 미련하거나 고집 세고 뻔뻔하다. 그리고 늘상 술을 마시며 여자 이야기를 하다 취기에 조금 흥분했다가도 ‘허허허, 그래도 좋구나’ 웃고 만다. 내가 그의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것은 그런 아저씨들을 썩 미워하지 않고 그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보다 훨씬 덜 찌질하고 덜 고집스럽지만, 술과 여자(와 남자)를 좋아하고 ‘흐흐흐, 어떻게든 잘될 거야’ 하며 스스로에 대한 관대함과 앞날에 대한 평온함을 지니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 9월에 개봉하는 새 영화 <북촌방향>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꼭 보게 될 것 같다. 별 이야기 있겠는가, 북촌을 거닐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테지. 눈발이 날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보면, 겨울의 북촌을 보러 가고 싶겠지? <하하하> 때문에 여름의 통영을 보고 온 것처럼.  이민선 

 

 

노래하는 팀 버튼, 미카의 세 번째 내한 공연
2009년 어느 겨울밤,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들었던 세 문장. “Thank you Seoul for an incredible night. We will be back in 2010! Simply amazing.” 첫 내한 공연을 마친 미카의 소감을 접한 순간, 그에게 ‘인크레더블한 나이트’를 선사하는 데 내가 크게 한몫했다고 강하게 믿으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당신은 모르실 거다. 유려한 노래 실력, 환상적인 퍼포먼스, 한복을 입고 피날레를 장식할 줄 아는 매너까지! 미카는 역대 베스트 내한 공연으로 꼽힐 만큼 황홀한 무대를 보여줬고, 난 오늘 이 노래를 듣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식의 찬양이 쏟아졌다. 사실 마음이 거기까지 미쳤던 건 아니지만,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고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신이 너를 얼마나 예뻐했으면 이토록 사랑스럽게 살아가도록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약속도 잘 지키는 이 사랑스러운 뮤지션은 그의 말대로 이듬해 다시 한국을 찾았는데, 그의 공연에 감동을 받은 건 팬들만의 이야기가 아닌가 보다. 지난 투어 공연이 끝나는 대로 은둔하며 작곡을 시작할 거라 했던 그가 새 앨범을 발매하기도 전에 투어의 일환이 아닌 오직 한국 관객만을 위한 공연을 펼친다고 하니 말이다. 3년 연속 해마다 출석 도장을 찍다니 미카, 이렇게 자꾸 보다 우리 그렇고 그런 사이 되겠어요. 아,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  배경희
▷ 일시: 9월 20일 저녁 8시   장소: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6호 2011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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