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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커튼콜의 유령 - 유령과 연극 만들기 [No.99]

글 |박병성 사진제공 |고양문화재단 2012-01-02 3,876

<흉가에 볕들어라>, <설공찬전> 등에서 귀신을 등장시켜 웃음 속에 인간의 욕망을 풀어놓았던 이해제 작가의 귀신 3부작을 완성할 마지막 작품은 <커튼콜의 유령>이다. 지난해 고양문화재단이 제작해 웃음과 감동을 주었던 이 작품이 12월 다시 앙코르 공연을 한다.
배경은 허구의 연극 <판도라의 화실>을 공연하고 있는 무대 위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어디선가 낯선 여인이 끼어들어 방해하고는 유령처럼 사라진다. 다음 공연 때는 아예 극 중 마타의 캐릭터로 의상을 갖춰 입고 등장해서 배우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알고 보니 그녀는 이 극장에서 안타깝게 죽은 배우였다. 그 한을 풀지 못하고 무대를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여자 유령만 등장하더니 이제는 별말 없이 웃기만 하는 남자 유령까지 등장한다. 한 배역을 놓고 진짜 배우와 유령이 서로 연기 경쟁을 벌이고, 캐릭터와 현실을 넘나드는 유령 때문에 연극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유령은 배역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죽어야 하는 장면에서 끝까지 죽지 않고 꿈틀거려 분위기를 망치는가 하면, 남자 유령은 건망증까지 있어 자신이 무얼 하는지 잊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연극에 참여하기로 작정한 유령들은 자기 식으로 연기를 하는데 대사는 물론 캐릭터도 자기 식으로 바꾼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 곤경에 처하게 되는 극단은 연극을 지속하기로 결정하고 배우들은 유령들의 즉흥적인 행동을 방어하며 연극을 무사히 마치려고 한다.
연극 중에 갑자기 끼어든 유령들과 이를 무마하고 연극을 마무리하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큰 웃음을 준다. 봉합할 수 없는 것을 봉합하려고 하는 배우들의 노력이 안쓰러우면서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어가는 극을 보다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커튼콜의 유령>은 어떻게든 연극을 이어 나가려는 배우들과 대책 없는 유령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통해 웃음을 주는 동시에 그렇게라도 무대에 서고 싶은 유령들의 사연으로 감정을 자극한다.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놓지 못하고 안타깝게 배역을 고집하는 유령들은 죽어서도 자신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유령들의 그런 어리석은 노력에 마음이 짠한 건 그들에게서 부질없는 욕망에 집착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해제는, 이전의 작품에서 초자연적인 존재인 귀신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솔직한 욕망을 판타지를 통해 드러냈던 방식을 <커튼콜의 욕망>에서도 구사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희극 작가인 미타니 코키의 <웃음의 대학>이나 <너와 함께라면>의 국내 연출가답게 진지해질수록 웃음을 유발하는 미타니 코키 식의 유머를 가미한다. 유령들이 망친 연극이 오히려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대목에선 언론에 대한 풍자적 시각도 엿보였다.
현실과 판타지, 유머와 진지함이 병존하는 <커튼콜의 유령>에는 능청스러운 연기가 일품인 엄효섭과, 극단 사다리의 대표 배우로 마임과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백원길 등이 출연한다.


▷ 12월 2일~31일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 1577-776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9호 2011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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