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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바람나고 싶은 당신, 떠나라! [No.83]

글 |이민선 사진제공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010-09-01 4,644

국내에서만 한 해 60여 개에 달하는 영화제가 열린다. 부산, 부천, 전주 등지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이름이 생소한 것들도 많다. 각각의 영화제가 이름에 걸맞은 프로그램과 부대행사를 준비하고 있겠지만, 영화제에서 즐길 수 있는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영화 관련 이벤트를 즐기는 정도랄까. 영화제에 참여하는 일이 대부분의 시간을 어두운 극장에 앉아 스크린에만 집중하는 것이라, 일견 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8월, 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 빵빵한 극장 안이 최고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너도 나도 나무와 물 찾아 떠나는데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빨간 소파에만 앉아있는 것은 좀 억울하지 않은가. 이럴 때 ‘오잉’하고 눈 똥그래져서 찾아갈 수 있는 영화제가 바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로 6회를 맞는 아직은 풋풋한 영화제이다. 영화와는 별반 인연이 없어 보이는 제천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도시인들이 휴가를 원하는 8월에 떠나기 좋은 ‘휴양 영화제’라고. 그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충청북도 제천은 북으로 원주, 서로는 충주, 동으로는 영월과 맞닿아있는 도시이다.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의 경계 즈음에 위치해 있고 서울에서는 기차로 2시간 반, 버스로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천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일단 떠나본다.
제천 시내에 도착해보면 그냥 여느 소도시의 ‘읍내’ 같은 느낌이다. 소박해서 오히려 새롭다는 느낌 말고는, 일상을 떠나서 느끼길 바랐던 청량감이나 상쾌함은 아직 없다. 우선 영화제의 메인 상영장인 TTC복합상영관으로 향하자. 미리 실토하는데, 제천 유일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TTC에 도착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대도시에서 흔히 보는 대기업 브랜드의 영화관도 아니고 촌스러운 노란색 외벽을 하고, 극장 주위에는 그럴싸한 카페나 맛집도 없다. 극장 1층에는 미용실과 오락실, 피자집 등이 있는데, 상점들의 모양새가 꽤나 조악해보여서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낯선 도시의 멋없고 허술한 극장에 온 것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져 오히려 영화제 여행에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극장에 도착했으니 영화를 볼 차례! 영화에서 음악이 감성에 미치는 영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단순히 배경음악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넘어 소재로 사용되거나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압도하는 영화들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내내 만날 수 있다.
<원스>, <스윙걸즈>, <카핑 베토벤>, <솔로이스트> 등이 제천에서 첫 상영을 한 후에 국내 관객에게 소개되었다고 하면 이 영화제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까. 장르를 불문한 음악가나 음악 애호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주를 이루며, 음악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영화음악이 인상적이어서 초청된 작품들도 많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 등 취향에 맞게 골라 보기도 좋다.
올해 개막작은 구소련 시절에 정치적 외압을 받은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다룬, 루마니아 감독의 <더 콘서트>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미국의 포크 뮤지션 존 바에즈, 롤링 스톤즈 등 뮤지션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며, 호주의 성장 영화 <브랜 뉴 데이>나 스페인 여성의 연인 되찾기를 그린 <사랑의 미로>, 한국 단편 <엄마의 휴가> 등 뮤지컬 영화도 상영된다. 국내에서 이미 개봉한 <하모니>를 비롯하여 배우 구혜선이 연출한 <요술>, YB(윤도현밴드)의 미국 록페스티벌 여행기 <플라잉 버터플라이>, 부산 출신 록밴드 ‘나비맛’의 고군분투기 <나비맛 비스킷> 같은 한국 음악영화도 볼 수 있다.
제천까지 와서 멀티플렉스에 앉아 영화만 본다고 몸 비비꼴 것 없다. 이 영화제의 백미는 바로 청풍호반에 마련된 야외 상영장에 있다. 충주, 단양, 제천에 걸쳐 있어서 충주에서는 충주호, 제천에서는 청풍호라고 불리는 호수 덕에, 제천은 내륙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쾌적하고 시원한 느낌이 있다. 청풍호와 주위의 산들이 만들어낸 장관을 ‘청풍명월’이라 일컫기도 하니, 야외 상영장으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훌륭하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길을 만들고, 여름에는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유람선을 타면 호수 주위의 산과 기암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이쯤이면 완전히 도시를 떠나왔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배 위에서 낮술이라도 청해본다면, ‘여기가 어디 뫼인가’ 어리어리해질지도 모르겠다. 청풍 면사무소에서는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주니, 호숫가를 따라 달리는 자전거 드라이브도 추가! 청풍호반이 제천 시내에서 꽤 거리가 있긴 하나, TTC복합상영관에서 청풍호반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되니 영화는 조금 포기하고서라도 꼭 들러보는 게 좋겠다.


청풍호반의 야외 상영장에서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저녁 8시에 영화 한 편과 음악 공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원 썸머 나잇’이라는 프로그램인데, 13일에는 프랑스 DJ 그룹 라디오멘탈의 연주에 맞춰 무성영화 <제너럴>이 상영되며, <플라잉 버터플라이>, <비운의 천재 앙드레 마티유>, <비처럼 음악처럼>이 차례대로 관객을 찾는다. 호수와 산, 별에 둘러싸여 영화 보는 맛도 끝내주지만, 그 영화가 끝난 후에는 김수철, 장기하와 얼굴들, 이문세, 슈프림팀, 이병우, 윈터플레이 등의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으니 자정까지 알차게 달릴 준비하자. 한여름 밤에 뜬 달처럼 마음도 달떴는데, 그거로는 2% 부족한 이들을 위해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제천 라이브 초이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야외 상영장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상아트홀이 나오는데, 말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공연장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다리를 건너 수상아트홀을 향하는 발걸음이 아무나 발 디딜 수 없는 달에 가는 듯하다고 해도 과장이라고 타박하지 못한다. ‘제천 라이브 초이스’에서는 국카스텐과 타바코쥬스, 데이브레이크를 포함한 인디 뮤지션의 공연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할 일들만 잔뜩이다. 새벽 2시에 공연이 끝나고 나면 시내로 돌아오는 셔틀버스가 마련되어 있으니, 남은 밤을 즐긴 후에 다음 날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면 아무리 열혈 유희 인간이라 해도 만족하지 않을까.
앗, 몸을 움직이는 데에만 너무 골몰했다. 제천은 몸에 에너지를 보충해줄 먹거리도 빠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제천에서는 약초가 많이 생산되어, 전국 4대 약령시장에 드는 약초시장이 있고 한방엑스포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맛볼 수 있는 것이 약초비빔밥, 약초막국수, 약초순대, 한방약선한정식, 한방오리백숙 등이다. 곤드레나물밥과 야채에 비벼먹는 송어회도 유명하니 입맛대로 찾아드시길. 그리고 이건 간접광고인지 모르겠지만 제천의 술로는 월악산 고본주(酒)가 있다고.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3호 2010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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