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를 연상하지 않아도 물안개와 촉촉한 수성의 느낌을 간직한 호수는 그 자체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장소이다. 일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호수공원 일대에서 거리극, 무용, 마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중심이 된 ‘2010 고양호수예술축제’가 펼쳐진다. 대부분 무료 공연이다. 가을밤 물과 판타지가 어우러지는 공연의 세계로 마실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몽환적인 물과 불의 향연
<물 위의 광인들>
(10월 8, 10일 8시 30분/호수공원 주제광장)
2008년 물과 공연이 어우러져 특색 있는 재미를 주었던 고양호수예술축제가 2년 만에 다시 재개되었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프랑스 일로토피 극단의 <물 위의 광인들>이다. 호수공원 안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수상극으로 호수 위를 달리는 자전거, 물 위를 걷는 사람들, 그리고 하늘에 수놓은 폭죽들이 아름다운 조명과 어우러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100퍼센트 물 위에서 벌이지는 공연은 물과 불꽃이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흥미로운 볼거리가 눈길을 끌지만 화려함 뒤에 담겨 있는 현실 풍자적인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눈길을 끄는 거리극
<스피어스>, <슬링키 러브>
동화 속에서 나옴직한 장대 위를 걷는 사람들이 일상의 공간인 거리로 등장한다. 일상의 틈을 비집고 나타난 5미터 높이의 커다란 장대 위를 걷는 이들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들은 호주 스트레인지 프룻 극단의 장대극 <스피어스>를 선보이는 배우들이다. 장대 위에 밝게 빛나는 커다란 구와 화려한 의상, 조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거리에 나타난 커다란 스프링 두 개, 영국 베드람 오즈 극단의 <슬링키 러브>는 커다란 양철스프링(슬링키) 속에 들어간 두 사람이 마치 애벌레처럼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관객들은 사람도 무생물도 아닌 두 마리 슬랭키들이 나누는 위로와 사랑의 몸짓을 근접한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한국, 프랑스 합작 무용 <날 봐>
(10월 8일, 9일 7시 30분/ 호수로)
프랑스 대표적인 거리 무용극단 엑스 니일로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네 명의 한국 무용수들이 작업한 <날 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공연이다. 서로 다른 나라의 무용수들이 거친 몸짓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풀어낸다. 개인 대 개인, 인종 대 인종, 서로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을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신체악극
<빨간 구두>
지속적으로 신체극을 이용한 작품을 개발해온 극단 몸꼴이 새로운 신작 <빨간 구두>를 축제 기간에 선보인다. <빨간 구두>의 무대는 기존 공연장이나 무대가 있는 야외 공간이 아닌 버스 안이다. 버스 안에서 배우들과 이동하면서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즐기게 된다. 신체악극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듯이 다소 어렵게 여겨지는 신체극을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도심을 돌아다니며 펼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다. 사전 티켓 예매를 통해 승차할 관객을 선발하며(1인 5000원, www.artgy.or.kr) 1시간 가량 운행된다.
이밖에도 한국의 거리극단 공작소365이 <모래 1/8mm!>, 드림키21의 신작 <뮤지컬 안녕 경아>, 일본의 신세대 거리 아티스트 3인의 거리 공연들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펼쳐진다.
2010 고양호수예술축제 10월 7일~10일
문의 031) 960-9717~8 www.gylaf.kr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5호 2010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