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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페퍼톤스 - 반짝임이 가득한 그들의 거리 [No.78]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0-03-29 8,035

페퍼톤스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장원은 이년 전 한 시상식에서 “춤 한번 추지 않고 작년 댄스계를 평정한 페퍼톤스입니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날아갈 것 같은 멜로디와 신나는 비트, 밝고 희망적인 감성의 가사로 듣는 사람을 춤추게 하는 음악, 그게 바로 그들이 하는 음악이다. 같은 과 친구로 만나 2003년 ‘즐거운 음악을 해보자’는 모토로 밴드를 결성하고 EP 앨범 「A Preview」를 발매한 지 벌써 6년. 한때 인디계의 아이돌로 불렸던 페퍼톤스는 음악을 더 오래하고 싶다는 의지로 지난해 카바레사운드에서 안테나 뮤직(유희열, 정재형, 루시드 폴 등이 소속해 있다)으로 레이블을 옮겼다. 3집 앨범「Sounds Good!」은 그런 고민들이 고스란히 묻어난 음반이다.

 

새 앨범이 나온 지 두 달 정도 지났어요. 앨범이 막 나왔을 때와 현재의 생각에 변화가 있나요?
신재평 앨범 발매 직후에는 항상 아쉬운 점들만 보여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죠. 이번에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2009년 안에 앨범을 발매하는 게 저희의 큰 목표였거든요. 올해도 쉬지 않고 음반을 한 장 낸다는 게 중요한 의미였으니까. 그래도 시간을 두고 보니까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었던 것들이 이렇게 작품으로 나왔구나,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희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쉽게 바뀌거나 변하는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음반 작업을 할 때 곡 순서를 먼저 대충 정해 놓는다고 들었어요. 3집 트랙 순서는 어떤 방식으로 정한 건가요?
신재평 이번 음반은 곡 순서를 진짜 많이 바꿨는데 최종적으로 공연할 때의 느낌으로 순서를 짰어요. 콘서트 오프닝 곡이 그날 공연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처럼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곡을 첫 번째 트랙에 넣었고, 공연 중반에는 의자에 앉아 조용한 노래를 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처럼 우리가 하고 싶은 심도 있는 노래를 중간에 넣었죠. 그리고 어떤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느냐는 마지막 곡이 결정하잖아요. 앨범을 다 들었을 때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걸 생각해 마지막 트랙을 결정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건 남자 보컬 세 곡이 다 뒤에 몰려있다는 거예요. 저희가 부른 곡들이 더 감성적이어서 그런 부분이 맞아 떨어지기도 했고요.
나날이 살이 빠져 ‘앨범 발매 다이어트’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고생하셨다면서요. 홈레코딩을 해왔던 전작들과 달리 처음으로 대형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으니 아무래도 새로운 작업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신재평 진짜 너무 피곤했어요. 코피가 나더라고요. 저희들끼리 집에서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을 할 때는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하나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거기에 온전히 집중하다 다음 순서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유례없이 일정이 빠듯했어요. 잘못하면 시간에 쫓겨 졸작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퍼톤스 특유의 상큼발랄한 작법은 여전해요. 가사를 쓸 때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들이 있나요?
신재평 음악을 만들 때 항상 떠올리게 되는 몇 가지 중요한 오브제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햇빛 쨍쨍한 화창한 날 옥상에서 온몸으로 햇빛을 받을 때의 기분이나 조그만 경비행기가  천둥번개 치는 빗속을 위태위태하게 가다 구름을 팍, 뚫고 나오면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쫙 펼쳐지는  이미지  같은 거요.
이장원 저는 몽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일상 속에서 기쁨을 주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있으면 기분 좋겠다, 하는 것들을 생각해보는 거죠.
앨범을 내고 나서 주변의 평가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인 가요. 이번 앨범에 대해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진보했지만 페퍼톤스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부족해진 것 같아 아쉽다는 평이 눈에 띄더라고요.
신재평 예상했던 반응이에요. 음반을 내기 전에 별별 생각을 다 하니까. 이번 앨범을 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였어요. 결과적으로 보편적인 소리를 얻었지만 특색은 좀 사라진 거죠. 득과 실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그렇게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요.
최초로 기억하는 뮤지션의 이미지가 있나요?
신재평 저는 록을 좋아했거든요. 센 음악 하는 형님들 되게 멋있잖아요. 익스트림의 기타 누노 베텐코트 팬이었어요. 진짜 그때는 록은 머리 길고 거만한 괴짜 같은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어요.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옛날에 제가 생각했던 형님들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긴 해요. 그런 모습이 저한테는 없더라고요. 근데 전 록스타가 아니니까. (웃음)
이장원 제가 기억하는 뮤지션의 이미지는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에요. 마이클 잭슨은 세상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사람, 스티비 원더는 안 보고도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 근데 두 사람은 가수라기보다는 영웅급이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을 손에 넣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추억도 있겠네요?
이장원 있죠. 보이즈 투 맨 2집 앨범이 나왔을 때 CD가 너무 갖고 싶어서 24주 동안 용돈을 모았어요. 중학교 때 일주일 용돈이 5백 원이었거든요. 5백 원짜리 동전 스물네 개를 냈더니 음반 가게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귀여워 해주시더라고요. 재밌었던 건 보이즈 투 맨이 1위를 하는 걸 보고 노래 되게 좋다 이러면서 24주 동안 용돈을 모았는데 제가 CD를 샀을 때도 여전히 일등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잘 나가는 음반을 샀구나 하는 반응이었어요. (전원 웃음) 요새는 그런 대단한 음반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신재평 전 성격이 급해서 24주는 못 기다리고 테이프로 샀어요. (웃음)
두 분은 비슷하면서도 또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어쩌다가 친해진 거예요?
신재평 대학교 3학년 때 둘이 만날 출석 체크만 하고 몰래 나가서 낮술 마시러 다녔어요. 다 수업 듣고 있으니까 가게에 아무도 없잖아요. 학교 앞 회덮밥 집에 가서 덮밥 한 그릇하고 맥주 한 병 시켜서 그걸 먹고 있으면 왠지….
이장원 회덮밥 아니었어. 맥주하고 참치김밥 먹었지. 월요일은 회덮밥 먹는 날, 화요일하고 목요일은 다코다코에서 낮술 먹는 날, 수요일하고 금요일은 버거킹 아니면 KFC를 가는 날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요일을 정해 놓고 먹었어요?
이장원 전 그렇게 정해 놓고 먹는 걸 좋아해요.
신재평 이 친구가 먹는 걸 좋아했거든요. 제가 따라다녔어요. 아무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낮부터 밥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게 한량 같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기분에 취해서 돌아다녔어요. 되게 인생을 즐겼던 것 같아요.
어떤 분위기였을지 그려져요. 음악 하는 사람이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뭐예요?
신재평 이번 설에 문득 그 생각이 났는데, 어렸을 때 명절날 친척 형 집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형 방에 가면 외국 록 음악 테이프도 많고 별천지였거든요. 기타를 눈앞에서 처음 본 것도 거기였고.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를 처음  만져보고 너무 재밌어서 어머니께 사달라고 졸랐어요. 하루 종일 기타만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장원 어머니가 음악가세요. 어렸을 때부터 내내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어요. 기타 치고, 피아노 치는 것, 악보를 보는 법도 다 어머니한테 배웠어요. 어머니는 후회하시죠. (웃음)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때 노래를 만들었는데 잘난 척하려고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하하.
신재평 씨는 “난 죽어도 펑크의 길을 가겠어”라고 외치던 펑크 키드였다면서요.
신재평 고등학교 때 홍대에 놀러가는 걸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주머니에 손 넣고 침 뱉으면서 다니는 펑크족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학교가 수원에 있었는데 틈만 나면 홍대 클럽에 놀러갔다 막차 타고 돌아왔어요. 그게 다 기숙사 학교를 다녀서 가능했던 거죠. 대학 가서는 친구들하고 펑크 밴드도 만들고 배꼽에 피어싱하고 치마 입고 다니고 그랬어요. (웃음) 그러다 같이 밴드 하던 친구들이 군대를 갔는데 그즈음 새로운 음악에 빠지게 된 거죠.
페퍼톤스 음악에 영향 끼친 시부야계 음악이요?
신재평 네, 그걸 얘(이장원)랑 같이 들었어요. 저희가 병역 대체 복무로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라 그전에 비해 상당히 젠틀하고 여유가 있었거든. 그전에는 깡소주를 마셨다면 그때는 바에 가서 맥주를 마셨어요. 강남 역에 바가 하나 있었는데, 그 바에서 최신 트렌드였던 시부야계 음악을 주구장창 틀어줬어요. 당시 가장 따끈따끈했던 에프피엠(FPM), 몬도 그로소(Mondo Grosso) 그런 음악들을 틀어주는 거예요. 이건 누구 노래냐고 이름을 적어가서 다음날 각자 회사에서 파일을 다운 받아 돌려 듣고 회사 끝나면 다시 그 바에 가서 맥주 마시고. 그러다 그 술집에서 작당을 했죠. 우리 밴드 만들자!
이장원 전 중학교 때부터 일본 음악만 들었어요. 만화 주제곡에 빠져서. 메탈은 안 들으면 애들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듣긴 했지만 소양이 좀 부족해요. 록 계보를 못 그려요. (웃음)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밴드’라는 수식어는 어떻게 붙이게 된 거예요?
이장원 저희가 그런 슬로건을 내세웠던 게 자유롭게 학교를 다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까 너무 따분한 거예요. 소화도 잘 안되고, 살도 찌고, 우울했어요. 그렇게 우리를 위한 신나는 노래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밴드를 시작했고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모토를 내걸기도 했던 거죠. 그걸 홈페이지에 써놓고 그냥 놔둔 건데 지금은 가는 데마다 뉴 테라피 밴드냐고 해서 그냥 그렇다고 해요.
1집부터 쭉 밝은 감성을 노래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편이에요? 항상 기뻐서 그런 걸 노래하면 좋겠지만 페퍼톤스도 사람이고 인생이 있고 고민도 있을 테니까.
이장원 밝고 싶어서 밝은 노래를 하는 거죠.
신재평 만드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정서를 좋아하고, 밝고 명랑한 음악을 통해 그런 정서를 전달하고 싶은 게 저희 바람인데, 그렇게 만들려면 마냥 헤헤 웃으면서 하긴 힘들더라고요. 아무렇게나 만든 음악에 그런 가사만 갖다 붙인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음악을 만들  때 치열한 부분도 있고요. 하면 할수록 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기분 좋은 밝은 음악을 할 거고요?
이장원 페퍼톤스는 기분 좋은 노래를 하기 위해 뭉쳤으니까 그런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또 모르죠. 우리가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니까요. (웃음)
신재평 신나는 음악을 추구하는 건 맞지만 그게지금처럼 화사하고 상냥할지 아니면 다음 작품들에서는 남성적이고 록킹해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이번 음반이 완결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의 90퍼센트 정도는 온전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공원 여행’이나 ‘새벽 열차’ 같은 곡은 명랑하고 상냥하지만 곱씹어서 듣다보면 찡한 부분도 있고, 그런 것들이 잘 표현돼서 이런 음악을 다시 만든다고 했을 때 지금만큼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변신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어느 정도의 분위기 변신을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신재평 근데 남들이 느끼기엔 거기서 거길 거예요.(웃음) 주제를 약간 비틀거나 바꿔서 다른 얘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거죠.
기대되는 걸요. 앞으로 ‘겨울의 사업가’ 가사처럼 부와 명성이 쌓여갈 것 같나요?
이장원 하하하. 글쎄요. 월말이 다가오니까 일단 월세를 좀 내고… 마음이 부자죠. 마음이! 돈 보고 음악 하나요. 마음으로 음악 하는 거죠. 하하! 

 

 

소품협찬: DARE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8호 2010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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