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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삶의 커튼콜을 꿈꾼다 [No.79]

글 |박병성 2010-04-15 4,643

SBS 문화부에서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김수현 기자는 97년 영국에서 1년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지하철 1호선> 4천 회 공연 때였다. 우리는 공연이 끝난 후 길거리에서 뜨거운 어묵으로 허기를 채우며, ‘요즘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시대라면 <지하철 1호선>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공연은 4천 회째였지만 마지막 무대였다. 김수현 기자는 공연을 보되,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지녔다. 그 시각이 매우 따뜻하다. 공연 그 자체보다 그것을 만드는 사람에게 시선이 향하기 때문이다.


김수현 기자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아티스트들과 감동적으로 본 공연들,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를 냈다. 목차를 넘겨보니 모두 네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었다. 첫 번째 ‘예술가를 만나다’에서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예술가들과의 인상 깊은 일화가 담겨 있고, 두 번째 ‘잊을 수 없는 무대’는 말 그대로 그와 운명적으로 만난 공연들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졌다. 세 번째 챕터는 ‘기자 일기, 엄마 일기’, 네 번째 챕터는 ‘영국에서 살아보니’였다.
목차만 보고는 공연 관련 서적인 것 같긴 한데 컨셉이 불분명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챕터는 다른 책으로 묶어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네 번째 ‘영국에서 살아보니’와 그 다음으로 ‘기자 일기, 엄마 일기’였다. 이 책에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의 일관성은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닌지 모른다. 그것은 컨셉이라기보다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그녀의 글은 진솔하다. 화려한 수사도 과도한 감정의 과잉도 없이 상황을 담담히 설명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녀의 이야기는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쉽게 공감하게 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고,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도 않다. 물이 흐르듯 살아가는 속도 그대로 들려준다.


이 책은 공연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삶에 대한 책이다. 그녀가 아티스트들에게서 감동을 받는 지점은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예술적 성취가 아니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화려한 성공의 찬가가 아니라 그 이면의 그림자, 혹은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땀과 눈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입지전적인 아티스트였다가 손 마비로 천재성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여전히 행복하게 기타를 연주하는 안형수나, 지독하게 말러를 사랑했던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 미국으로 입양된 무명의 음악인 캐롤라인 존스턴이 동등한 지위를 갖고 같은 챕터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의 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세 번째 챕터는 아예 육아일기 같은 분위기를 주고 네 번째 챕터도 상당한 지면에서 딸들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녀의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대학생 때 학교 연극에서 대사 문제로 빚어진 갈등을 딸이 그대로 겪는 것을 보며 해묵은 삶의 숙제를 풀고 딸에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딸들을 보살핀다기보다 딸들과의 일화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네 번째 챕터 영국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경험들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미성숙함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바쁜 외국 생활에서도 피아노를 배우고 김치를 만들어먹고 가까운 이웃과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것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그녀만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9호 201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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