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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10 춘천마임축제 - 물과 불이 어우러지는 난장 파티 [No.80]

글 |정상영(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 사진제공 |춘천마임축제 사무국 2010-05-12 5,419

“춘천으로 오라, 와서 지독한 안개에 중독되자. 지독한 사랑에 중독되자. 지독한 예술에 중독되자” - 이외수

 

일상에 치이고 사람에 부대껴 한없이 무력해진 그대! 춘천행 기차를 타라. 5월의 그곳에서는 지친 그대를 위한 도깨비들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도깨비와 함께 금요일을 발광 난장하고 토요일도 밤샘 난장으로 보내다보면 그대는 어느새 자유인이 된다.
물빛 아름다운 춘천에서 5월23일부터 30일까지 공지천부터 어린이회관 일대 우다미리에서 ‘소리없는 몸짓’의 큰 잔치인 마임축제가 열린다. ‘예술과 광기로 넘실대는 일탈’은 소통을 고민하는 예술가들과 문화 예술의 욕구에 목마른 관객들이 만나는 마법의 시간이다.
지난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축제 규모가 축소됐으나 올해 다시 거리 공연과 ‘미친금요일’, ‘도깨비난장’ 등이 부활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더해져 축제가 한층 풍성해졌다. 영국 런던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마임축제답게 국내 90여 마임극단 및 공연단체, 해외 6개국 10개 단체가 참가해 신체극, 오브제극, 비주얼극, 총체극을 비롯한 다양한 마임의 세계를 펼친다. 느티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메리골드와 루피너스, 제라늄, 팬지꽃 등이 흐드러지게 핀 공지천에서 ‘우리 다 함께 마임에 미치리’(우다마리)!
올해 축제는 깨비와, 물의 도시 춘천을 상징하는 수신(水神), 춘천을 넘보는 화신(火神), 공지어의 전설을 품고 있는 공지어 9999마리 등의 설화를 배경 삼아 물과 불이 어우러진 4대 난장으로 꾸민다. 개막 난장인 ‘아!水라장’, 발광 난장인 ‘미친금요일’, 밤샘 난장인 ‘도깨비난장’, 폐막 난장인 ‘아! 우다마리’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주 먼 옛날 우주여행을 떠난 깨비들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지구 춘천의 공지천에 떨어진다. 그들은 그곳을 ‘우주로 다시 돌아가는 마음으로 만나리’라는 뜻으로 ‘우다마리’라고 부르고 춘천마임축제가 열리는 매년 5월 말 다 같이 모여 고향 우주를 그리워하는 축제를 벌인다. 물의 도시 춘천에는 수호신인 수신(水神)이 살고 있는데 춘천을 넘보는 화신(火神)이 쳐들어와서 1년에 한 번씩 커다란 싸움 ‘아!水라장’이 벌어진다. 깨비들은 수신을 도와 화신을 중앙로의 화산 속에 가두어 버린다. 깨비들의 가슴 아픈 사정을 알게 된 수신은 ‘공지어의 전설’을 알려준다. 공지천에는 공지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공지어 9999마리를 만들어 불에 태우면 하늘 우주까지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깨비들은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공지어를 만들고 실험적이고 광적인 커다란 굿판 ‘미친금요일’과 지구에서의 마지막 파티인 ‘도깨비난장’을 벌인다. 축제가 끝나는 날, 깨비들과 수신은 화신을 풀어주는 대신 불을 얻은 뒤 공지어 9999마리에 불을 붙이는 ‘아!우다마리’를 한다. 그러나 모든 깨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지 않아 우주로 돌아가는 길은 열리지 않고 그 사이에 화신은 내년에 다시 보자며 사라져 버린다.


올해 개막 난장인 ‘아!水라장’은 일상적인 도심 공간을 물과 함께 뒤범벅이 되고 물로 정화되는 ‘공유된 일탈’을 꾀한다. 윤종연 극단 몸꼴 대표의 주제 공연과 유홍영 극단 사다리 대표가 꾸미는 길놀이로 축제를 열고 소방차와 살수차가 대형 호수로 물을 뿌리면서 관객들이 물총싸움을 벌이는 물폭탄 난장이 시작된다. 일본 파이어 밴딧의 불 퍼포먼스가 곁들여 축제의 불길을 당긴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자유무한지대인 ‘미친금요일’은 그야말로 발광 난장. 드라마테라피 몸수다, 루비살롱레코드 등 국내 15개 단체와 체리 타이푼, 캔 등 해외 10개 단체가 출연해 음악, 마임, 설치미술, 피지컬씨어터, 누드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 굿, 즉흥적인 영상 등을 마니아 관객들과 어울려 실험한다. 기존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을 볼 수 있는 시간이고 나이와 성별, 지위, 학력 등을 벗어버리고 일탈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밤샘난장인 ‘도깨비난장’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파티형 축제. 홍대의 인기 밴드 노브레인과 일본의 불 퍼포먼스 그룹 파이어밴딧, 탱큐 대주카 등 국내외 23개 팀이 라이브 연주, 코믹 마임, 스토리 마임, 춤 등을 보여준다. 어린이회관에서는 모든 세대들이 즐길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으로 꾸미며, 컨벤션홀에서는 19살 이상 마니아들을 위한 미디어 테크노 퍼포먼스 프로그램으로 꾸민다. 밤도깨비 난장이나 미친금요일 공연을 가려면 반드시 따뜻한 옷과 돗자리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폐막 난장 ‘아!우다마리’는 공지어 9999마리를 태워 공지천 일대를 불꽃 난장으로 만든다. 이때 관객들도 즉석에서 소원 종이를 만들어 태우며 소원을 빌고 대동놀이로 축제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랜다.


이 밖의 해외 초청작으로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의 최고 화제작이었던 <외투>, 저글러와 마술사가 보여주는 소통의 퍼포먼스 <대합실>, 200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헤럴드 엔젤상을 수상한 <코코리코> 등 세 작품이 공연된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전태일 40주년, 5월 광주 민중항쟁 30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귀환>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 체험 교육,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공연 봉사 활동, 신진 작가 지원 시상식(도깨비 어워드), 학술 컨퍼런스, 해외 현대공연 예술을 소개하는 공식 초청 공연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답게 여기저기 물과 하나된 멋진 풍경이 많다. 늦봄 경치가 빼어난 소양호와 청평사, 호수공원 공지천, 오미나루, 소나무 숲이 우거진 장절공 신숭겸장군 묘, 애니메이션 박물관, 김유정 문학촌과 김유정 역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 물론 춘천의 대표 먹거리 닭갈비와 막국수도 잊지 말기를.

 


세부 프로그램 일정 등은 홈페이지(www.mimefestival.com) 및 조직위(033-242-0571)에 문의하면 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0호 2010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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