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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반세기가 담긴 춤의 무게 [No.126]

글 |송준호 2014-03-28 3,406

지난해 말, 춤 전문 소극장인 창무 포스트극장에서 흔치 않은 공연이 벌어졌다. 개관 20주년을 맞은 기념 공연으로 창무예술원의 원장이자 포스트극장 대표 김매자(71)와 리을춤연구원의 배정혜 이사장(70), 그리고 디딤무용단의 국수호 예술감독(66)이 한 무대를 꾸민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대표 레퍼토리를 배워 당사자 앞에서 공연하는 파격적인 자리였다. 장르를 넘어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젊은 무용가들의 공연이 최근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각기 일가를 이룬 춤의 대가들이 순수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춤을 배우고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작은 극장이 가득 메워진 이날, 이례적으로 조는 사람 없이 관객들도 이들에게 오랫동안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흥미롭게도 이번 달에는 이 춤의 명인들이 각기 자신들의 춤 인생을 기념하는 공연을 선보인다. 세 명 중 가장 ‘젊은’ 국수호 예술감독은 <국수호 춤 50주년: 춤의 귀환>을 공연한다. 이 공연에는 지난해 함께했던 김매자, 배정혜를 비롯해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등 춤 인생의 동료들도 무대에 오른다. 그 뒤를 잇는 것은 김매자 원장의 춤 인생 60년을 기념해 마련된 <그리고, 다시 봄 김매자>다. 김매자는 2012년 노래 ‘봄날은 간다’에서 모티프를 얻어 동명의 창작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당시 그에게 ‘봄’은 아마도 빛나는 젊은 날의 춤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의 ‘다시 봄’이라는 제목은 아직 쇠락하지 않은 춤에 대한 열정과 기량을 세상에 확인시키는 선언 같다. 한편 배정혜는 리을무용단과 함께 <춤, 70 Years 배정혜>로 자신의 춤 인생을 돌아본다. 춤 경력이 아니라 나이를 그대로 제목에 담은 것은 그만큼 춤이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가벼운 춤’, ‘재미있는 춤’, ‘누구나 출 수 있는 춤’이 주목받는 시대, 인생의 무게가 담긴 이런 공연들은 오히려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안성수&정구호 <2 in two>
무용계 새로운 콤비로 급부상한 안성수와 정구호가 14년 전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를 위해 만들었던 <초현>을 재해석했다. 흑과 백, 여자와 남자, 탱고와 플라멩코를 대비시켜 두 무용수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김주원과 김지영은 그동안 한 작품에서 다른 배역으로 출연했지만 한 무대에서 함께 추는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들의 상대로는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춤으로 주목받는 현대무용가 김보람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단원 장경민이 호흡을 맞춘다. 춤이라는 영역 안에서 장르를 떠나 만난 안무가와 무용가들이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3월 6일~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부퍼탈 탄츠테아터 <풀 문(Full Moon)>
지난 2012년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 영화에서 소개된 바 있다. 생전의 피나 바우쉬와 그의 무용단원들의 모습을 담은 빔 벤더스 감독의 3D 다큐멘터리 <피나>가 그것이다. 영화는 바우쉬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 뮐러>와 <콘탁트호프>, <봄의 제전>, 그리고 <풀 문>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바우쉬의 작품 중 국내에 일곱 번째로 소개되는 <풀 문>은 바우쉬 특유의 미적 감각과 역동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검은 무대에 낯설게 자리 잡은 커다란 바위, 붉은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들이 서로에게 물을 끼얹는 퍼포먼스 등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이 바우쉬의 세계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3월 28일∼31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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