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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LUMN] 안녕, 청춘 [No.126]

글 |나윤정 2014-04-07 3,314

누군가에게 나는 여전히 청춘으로 보일 테지만, 지금 내게 그 이름은 참 낯설다. 그것이 언제 어디서 내게 왔다 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온 적이 없었던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반짝 거리며 눈앞에 나타나지도, 똑똑 대고 귓가에 들리지도 않았으니,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청춘이 다 지나가버렸다는 한탄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내 앞에 수없이 많은 미지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깐.

 

이따금씩 이런 말들의 정의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살면서 숱하게 쓰고 뱉었던 흔한 단어들. 하지만 오롯이 마음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는. 어린 아이들이 뜻을 물어올 때, 말문이 막혀버리는 그런 말들. 그래도 사전은 필연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까지 정의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으니. 새삼 그를 찾아 그 딱딱한 정의를 물어보곤 한다. 이번엔 청춘이 그러했다. 도대체 무슨 뜻을 가진 걸까? 어김없이 사전은 그 것을 한 문장 속에 간결하고 명쾌하게 제시해 놓았다.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後半)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人生)의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時節)

 

 

불현듯 ‘청춘’이란 단어를 입 밖에 꺼내게 된 것은 얼마 전 찾은 전시회 때문이었다.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 봐야 되는데 봐야 되는데 생각만 하기를 몇 달, 막을 내리기 며칠 전 가까스로 실행에 옮기게 됐다. 어느새 마감 인생에 익숙해져 데드라인이 눈앞에 보일 때 움직이는 습관이 생긴 걸까? 그래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마감을 놓치진 않았다.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이란 전시의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청춘’을 찍어 놓았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그곳에는 벌거벗은 젊은 영혼들이 세상을 뛰고 구르며 프레임 속을 나뒹굴고 있었다. 하나같이 0.1초만 지났어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듯한 찰나의 순간들. 그만큼 청춘은 드라마틱한 걸까?

 

그런데 특히 인상적인 사진들엔 공통점이 있었다. 젊은 영혼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는 것. 바로 불꽃놀이였다. 폭죽이 터지는 순간 불빛의 파편들이 청춘들과 어우러질 때, 그 사진만의 환상적인 아우라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불꽃놀이는 청춘과 닮은 데가 많았다. 그 역시 0.1초의 순간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바뀐다. 한없이 빛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라지기도 하고. 보였다 보이지 않다, 종잡을 수 없지만 아름다운 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그토록 선명한가?

내게 흐릿했던 것을 누군가가 선명하게 붙잡았을 때, 묘한 기분을 느끼는데 그때가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순간 같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대상을 가능한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것, 그게 다다. 그래야 내가 더 잘 보이니깐. 그래서 난 저 사진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한 장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또 다음 사진으로 향해가고. 3개의 층을 오르내리며 그 행위를 반복했다. 나뿐만 아니라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그 이후에 내가 무엇을 얻게 되는지, 또 무엇이 달라지 게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비로소 발걸음이 전시의 마지막 사진 앞에 다다랐을 때 모두가 두 볼이 상기된 채 한 번쯤은 저마다의 ‘청춘’을 떠올렸겠지?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 여전히 그 뜻은 선명하지 않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흐를 거고. 청춘을 알든 모르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새로운 봄이 공평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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