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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아날로그의 여전한 매력 [No.127]

글 |송준호 2014-04-30 3,264
디지털 코드가 온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모든 것은 즉시 손 안의 세상으로 들어와 나와 접속된다. 공연 예술 역시 유비쿼터스의 세상을 맞았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불편함이 그대로 정체성이자 장점처럼 여겨졌던 아날로그 예술도 이런 기술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디지털이나 아날로그 중 무엇이 더 우월한가보다 각각의 매력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표현하느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국립극장에서 ‘상영’된 NT 라이브 <워 호스>는 이런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면서도 오히려 아날로그의 매력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지연 중계 형식이긴 했지만 최근 영국에서 화제가 된 공연을 한국의 극장에서 비슷한 환경으로 관람한다는 것은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말 인형 기계와 그것을 조종하는 인형술사들이었다. CG가 난무하는 영상의 시대에 굳이 정교한 인형 기계를 만들어 무대로 끌어들이고,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번거롭게 조종하는 컨셉에서는 새삼 인간의 몸과 손맛이 담긴 진짜 아날로그의 매력이 느껴졌다. 

무용계 역시 지난 세기부터 꾸준하게 이런 흐름을 포착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연결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해마다 봄이 되면 시작되는 페스티벌 봄은 디지털 기기 등 여러 가지 도구와 아날로그 몸을 결합해 새로운 심상을 창출하는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달에는 인공위성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린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의 전자부품 랩 음악 프로젝트와, 벨기에의 사운드 아티스트와 안무가 형제의 전위적인 공연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달에도 이런 실험은 계속된다. <사람들이 갑자기 새까맣게 모여든다>는 관객이 있는 공간에 조명이 있고 정작 무용수들의 무대 공간은 칠흑처럼 어둡게 배치되는 낯선 관람 체험이 흥미를 자아낸다. 또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퍼커션 연주자가 진행하는 <바보들을 위한 경제학>은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경제학 강좌에 사운드 퍼포먼스를 결합해 두뇌와 시청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런 공연들은 아무리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미디어가 범람해도 우리는 결국 몸이라는 실체를 떠날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깨닫게 한다.

 
테로 사리넨 <회오리> 
최근 몇 년간 국립무용단의 작업은 기존의 한국춤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주제만 한국적인 것일 뿐,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은 오히려 현대춤의 모던함과 자유로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국춤에 기반한 동시대적인 창작’이란 방향성에 맞게 핀란드 출신의 현대무용 안무가 테로 사리넨을 초빙해 신작을 선보인다. 국내에는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젊은 시절 현대춤과 발레뿐 아니라 일본 전통춤과 부토(일본 현대춤의 한 장르)까지 섭렵하며 ‘자연주의 춤’이라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의 춤에서 느껴지는 동양의 냄새는 비슷한 특성을 지닌 우리 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것으로 보인다. 
4월 16일~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나초 두아토 <멀티플리시티>
‘세계적인 천재 안무가’라는 공허한 표현으로만 접해왔던 나초 두아토가 드디어 한국에 온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단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그가 직접 내한해 <멀티플리시티>를 전막으로 공연하는 것. 2004년 자신이 몸담았던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내한으로 공연된 적이 있지만 국내 발레단이 직접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흐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독일 바이마르시와 스페인 국립무용단이 1999년에 만든 이 작품은 ‘몸짓으로 연주하는 바흐 예찬’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음악의 몸짓화에 있어서 탁월함을 보여준다. 
4월 25일~27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7호 2014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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