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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LUMN] 오늘! 6월의 기억 [No.129]

글 |나윤정 2014-06-30 3,443
6월이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불현듯 놀란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숫자의 크기가 훌쩍 늘어나 있는 거다. 특히 이번 달이 더욱 그런 때다. 열두 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 6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소리 없이 외쳤을 것이다. “벌써 일 년이 반이나 지났네.”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사이, 어느덧 새로운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이미 세상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늘 같은 출근길, 이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가 있는데 바로 7호선 뚝섬유원지와 청담역 사이다. 이유인 즉슨, 지하철을 타고 한강 위를 힘차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한강의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특히 한강은 계절의 변화를 금세 느낄 수 있어 좋다. 오늘은 그곳을 지나는데, 먼저 엄청난 인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러 나온 것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오늘따라 형형색색의 자전거를 타고 햇살을 맞으며 계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쩔 수 없는 부러움이 밀려왔다. 빨리 나도 저 틈바구니 속으로 들어가야지! 다짐 아닌 다짐을 하다 보니 어느덧 2분의 즐거움이 끝이 났다. 일단 자전거부터 사야하나? 



이따금씩 나는 과거에 머무를 때가 있다. 현재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을 꺼내보는 것이다. 오늘은 자전거에 대한 추억 하나가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어쩔 수 없는 부러움이 밀려왔었다. 친구의 두 발 자전거를 빌려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정말 신났다. 네 발 자전거론 맛볼 수 없는 스릴과 스피드! 그렇게 친구의 것을 빌려 타길 수차례, 나에게도 드디어 근사한 두 발 자전거가 생기게 됐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친구들이 이제 부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거다. 이제 나도 쌩쌩 동네를 누빌 수 있다는 생각에 두 볼이 발그레해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 시승식!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땐 동네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시승식을 지켜봐주었다. 물론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난 호기롭게 동네의 가장 높은 언덕에서 시승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자, 출발!” 내 몸보다 훨씬 컸던 그 자전거에 첫 발을 내딛던 기쁨이라니! 높은 경사에 탄력을 받아 자전거는 엄청난 가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랏? 처음 경험해본 가속도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커브길이 눈앞에 보이는데 순간 브레이크를 잡고 핸들을 돌리는 방법을 모르겠는 거다. 그대로 쾅! 자전거와 함께 내동댕이쳐졌고, 친구들의 걱정스런 눈빛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불과 몇 초전만 해도 내게 기쁨을 줬던 자전거가 이런 슬픔을 주다니! 물론 첫 시승식의 사고 덕분에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지금은 그 소중했던 자전거가 무슨 색이었는지, 어떻게 내 곁을 떠났는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찰나의 순간, 기쁨과 슬픔이 오고갔던 그 날의 장면만 기억 속에 깊숙이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지난 일은 세세한 정보가 아니라 아련한 감정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새삼, 먼 훗날 기억에 남지도 않을 작은 것에 얽매이기보단,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다면 더 좋은 오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 그리고 오늘은 곧 과거가 된다. 기쁨과 슬픔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지금 그 바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되기를! 

오늘은 화창한 6월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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