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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2014 토니어워즈 이모저모[No.130]

글 |박천휴(작가/번역가) 2014-08-25 3,964
지난 6월 8일,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는 올해로 벌써 네 번째 시상식 진행을 맡은 휴 잭맨의 통통 튀는 진행으로 2014 토니상이 열렸다. 말 그대로 통통 튀어 오르는 동작을 하며 시상식장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휴 잭맨의 오프닝은, 1953년 작 뮤지컬 영화 <스몰타운 걸>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는 많은 기대작이 경합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흥행과 비평 양쪽 모두 미지근한 반응을 얻어서인지 공연 업계 관계자와 창작진, 배우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축하하는 토니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작품성의 승리 €<젠틀맨스 가이드 투 러브 앤드 머더>€

이번 시상식의 가장 큰 영광은 <젠틀맨스 가이드 투 러브 앤드 머더>(이하<젠틀맨스 가이드>)에게 돌아갔다. 스타 배우도 없었고, 흥행도 시원찮았던 이 작품이 최우수뮤지컬상의 영예를 안는 작은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다른 후보들이 막강한 유명 원작의 명성에 기댄 작품(<알라딘>, <록키>)이거나, 전설적인 실존 인물에 바탕한 작품(싱어송라이터 캐롤 킹의 자전적 얘기인 <뷰티풀>), 대세 창작진과 스타 배우가 힘을 합세한 작품(<넥스트 투 노멀> 창작진과 이디나 멘젤이 만난 <이프/덴>)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모으는 동안 <젠틀맨스 가이드>는 조용히 작품성으로만 경쟁해왔다. 지난 11월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을 올린 후 여러 평론가와 매체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으며, 화려한 기대작들 사이에서 ‘의외의 복병’으로 떠오른 이 작품은, 올해 토니상 최다 부문인 총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고, 결국 이번 시상식에서 최우수 뮤지컬상과 각본상, 연출상 등의 주요 부문을 포함해 총 네 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가난한 한 남자가 알고 보니 귀족 명문가의 후손임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살인과 연애담을 다룬 희극으로, 이번 시즌 다른 공연들에 비해 다소 전통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매우 재기 발랄한 작품이다. 작품성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으나 인지도와 흥행 면에서 다른 후보작에 밀려 누구도 이 작품이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게 되리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시즌을 막 끝마친 브로드웨이 관계자들 전체가 <젠틀맨스 가이드>의 최우수 뮤지컬상 수상이 작품 흥행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다소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더 화려하게 반짝이는 <헤드윅>€

<젠틀맨스 가이드> 다음으로 많은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뮤지컬 <헤드윅>은 최우수리바이벌뮤지컬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조명 디자인상으로 총 네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헤드윅>은 TV와 영화를 통해 확고하게 스타 자리에 오른 닐 패트릭 해리스가 트랜스젠더 헤드윅 역을 맡아 화끈한 변신을 하며, 올해 브로드웨이의 가장 핫한 공연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해 왔다. 시상식 초반,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이츠학 역을 맡아 열연한 레나 홀은 이번에 처음으로 토니상 후보에 오른 것이었음에도 쟁쟁한 베테랑 배우들을 누르고 여우조연상을 받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마치 이번 시상식이 <헤드윅>의 멋진 밤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번 토니상의 사회자를 맡기도 했던 닐 패트릭 해리스가 그렇게도 염원해온 남우주연상을 과연 가져가게 될 것인지를 두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날 시상식에서 예의 그 헤드윅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슈가 대디’를 부르며 객석에 앉아있던 스팅의 무릎 위에서 춤을 추거나, 객석에서 지켜보던 자신의 실제 약혼자에게 다가가 조금 과격한 입맞춤을 하는 등 공중파 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시상식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결국 닐 패트릭 해리스가 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고, <헤드윅>이 최우수리바이벌뮤지컬상까지 가져감으로써 존 캐머런 미첼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환호하며 시상식장 전체를 마치 <헤드윅> 공연장에 온 듯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수많은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스타가 한자리에 모인 이날 시상식에서도 <헤드윅>은 이렇듯 화려하게 반짝였다.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또 한 번 토니를 손에 쥐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로 유명한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신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원작 소설과 영화가 지닌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고전하다가 3개월 남짓의 짧은 공연을 마치고 지난 5월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음악은 큰 호평을 받아, 이번 토니상에서 최우수음악상과 편곡상 모두를 휩쓸었다. 뮤지컬 <퍼레이드>로 이십대에 일찌감치 첫 번째 토니상을 받았던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그다음 작품이었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흥행에 실패했음에도 그 후에 발매된 사운드트랙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덕에 여전히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흥행과는 인연이 먼 이 사람의 불운은 이번에도 이어져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이번 토니상 수상이 이 재능 있는 작곡가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것 같다. 



€오드라 맥도날드, 토니상 신기록을 세우다€

이날 시상식에서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배우 오드라 맥도날드의 연극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이었다. 연극 <레이디 데이 앳 에머슨 바 앤드 그릴(Lady Day at Emerson's Bar and Grill)>에서 빌리 홀리데이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 오드라 맥도날드는, 이미 연극과 뮤지컬 양쪽 부문에서 번갈아가며 다섯 개의 토니상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올해는 연극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음으로써 토니상 역사상 처음으로 뮤지컬과 연극 양쪽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총 네 개의 부문을 석권한 첫 번째 배우가 되었다. 여섯 번째 수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깜짝 놀라며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연기한 빌리 홀리데이를 비롯해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오드라 맥도날드의 모습은 유독 겸손하고 진지하게 보였다. 

€토니상을 둘러싼 몇 가지 잡음들€

올해 토니상은 사회자 휴 잭맨뿐만 아니라 특별 공연과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들의 화려한 명단(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팅,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허드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아는 사람들만 아는 시상식’에서 벗어나 ‘모두의 시상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정작 공연 업계를 위한 시상식이라는 본분은 뒤로 밀려 버리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분위기가 도드라져 비난을 받았다. 정식 공연이 개막하기까지 꽤 많은 기간이 남은 뮤지컬의 홍보를 위해 나온 스팅과 제니퍼 허드슨의 특별 무대는 시상식의 취지와 동떨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우수음악상을 비롯해 무대, 의상, 조명 디자인 등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수상자들의 수상 장면은 몇 초짜리 편집된 영상으로 비치는 것에 그쳤는데, 이 때문에 이번 토니상은 정작 아끼고 축하했어야 할 사람들은 홀대하고 오로지 스타 배우와 제작비 비싼 공연의 직·간접 광고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얼마 전 시상식 집행부에서 내년부터 음향상 부문을 없애겠다는 발표해 그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을 위해 그 몇 천 배의 긴 시간을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상식이라는 토니상 본연의 명분과 메이저 시상식 중에 가장 활기 넘치는 시상식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토니상 관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해 보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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