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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올해의 뮤지컬 번외 편 [No.135]

글 |안세영 2015-01-14 5,425

본편이 놓친 2014년 뮤지컬계 이모저모! 



올해의 MD: 보틀, 해골 향초 

MD에도 유행이 있다. 이번 여름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MD는 바로 물병. 지난 7월에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 <프리실라>, <살리에르>는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공연명이 새겨진 보틀을 MD로 내놓았다. 투명 물병 ‘보틀’이 시중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MD시장에도 등장한 것이다. 특히 화려한 캘리그라피가 새겨진 <드라큘라>의 물병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고. 물병이 올해 최고의 메이저 MD였다면 <프랑켄슈타인>의 해골향초는 올해 최고의 마이너 MD라 할 것이다. 포스터 속의 해골을 그대로 꺼내온 듯 독창적인 비주얼의 이 MD는 향초 제작사인 PAUSE candle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했다. 정교한 수제작 상품이기 때문에 30개 한정판에 가격도 6만 2천원이나 한 나름 고급 MD다. 색상은 딥 블랙과 핫핑크의 두 가지, 향은 일랑일랑, 레몬라임, 라벤더의 세 가지 가운데서 고를 수 있었다.



올해의 무대 소품: 단두대 

올해의 무대 소품이 단두대라니 너무 섬뜩하다 생각하시는지? 하지만 2014년 가장 인상적인 죽음 장면에는 종종 이 단두대가 함께했다. 올 한 해 단두대 위에서 생을 마감한 캐릭터는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총 세 명. 그중 칼튼과 앙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를 대신해 단두대에 올랐다는 점이 비슷하다. 죽음 앞에서도 차분하고 희망적인 이들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역사 속에서 단두대의 탄생은 프랑스 혁명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제로 단두대에서 최후를 맞은 인물.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이 단두대의 탄생 배경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의사 기요탱이 루이 16세를 찾아와 단두대를 시연하는 장면은 단두대가 원래 죄인을 고통 없이 빠르게 죽여주기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알려준다. 극단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는 단두대의 처형 방식은 주인공의 죽음을 보다 드라마틱하고 숭고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올해 <모차르트!>의 ‘모두 가짜’ 장면에서 모차르트가 가짜 공개 처형을 당할 때도 단두대는 깨알같이 등장했다!



올해의 클리셰: 내 안의 또 다른 나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 포함) 올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아가사>, <살리에르>, <더 데빌>에는 비슷한 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제2의 자아’라는 캐릭터다. 일찍이 <지킬 앤 하이드>가 이중인격 캐릭터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긴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제2의 자아들은 좀 더 지능적으로 진화한 듯하다. 이들은 지킬과 하이드처럼 한 몸에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한 명의 독립된 인물로 등장해 주인공조차 그 정체를 알아보지 못 한다. 작품마다 개성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역할은 조력자인 척 주인공을 잘못된 길로 유혹하는 것. 그러다가 결말에 이르면 주인공의 욕망이 투영된 존재, 즉 주인공 자신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며 반전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가 줄지어 등장하다 보니, 반전이 반전 같지 않고 뻔하게 느껴지는 게 함정. 



올해의 이벤트: 윷을 날려보자! 

 여러 기획사, 여러 작품이 합심하여 벌인 보기 드문 이벤트였던 대학로 윷놀이 대회. 지난 4월 12일 대학로 낙산공원 야외 광장에서 열린 이 윷놀이 대회에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 <빨래>, <김종욱 찾기>, <아가사>와 연극 <날보러와요>까지 대학로 5개 공연 팀들이 참여했다. 특별 제작된 대형 윷판 위에 각 팀 배우들이 말이 되어 게임을 진행했는데, 다양한 벌칙과 관객들을 위한 선물도 마련되어 배우와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한편 올해 가장 다양한 이벤트로 회전문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제작사는 네오프로덕션이다. <글루미 데이>의 경우 한 캐릭터의 전 캐스트를 관람한 관객에게 배우가 공연 때 쓴 지포라이터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비스티 보이즈>도 배우들의 손 편지를 예고 없이 관객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공연을 세 번 본 관객에게는 선착순으로 캐릭터 싱글 앨범을 증정하기도 했다. 



올해의 재연 포스터: <브로드웨이 42번가> 

각자가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포스터는 다르겠지만, 올해 가장 확실한 ‘변신’을 보여준 포스터라면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빠뜨릴 수 없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대표적인 장수 뮤지컬 중 하나로 지금까지 여러 번 공연됐지만, 그때마다 비슷한 이미지의 포스터를 고수했다. 특히 네온사인 모양의 타이틀 로고는 어두운 배경에 붉은 색감을 강조해 따뜻하고 묵직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하지만 올해 여름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완전히 새로운 포스터를 선보였다. 밝고 시원한 하늘색 배경에 반짝이는 크리스탈 로고는 이번 시즌에 내세운 ‘스파클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존에 느낄 수 없던 청량하고 톡톡 튀는 느낌을 전해줬다. 무엇보다 여름에 어울리는 젊고 신나는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어, 포스터 하나가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실감케 한다. 11월에 개막한 <황태자 루돌프> 역시 설원을 배경으로 계절감을 살린 포스터를 선보였다. 흰 옷으로 갈아입은 포스터는 엔딩의 눈 내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며 남녀 주인공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올해의 씬스틸러: <두 도시 이야기> 서영주, <레베카> 김희원 

연말 시상식에서는 늘 주연급 배우들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 그래서 번외 편에서는 비중은 적지만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과 개성으로 관객 마음을 훔쳤던 씬스틸러들을 조명해봤다. 남자 배우는 <두 도시 이야기>의 존 바사드를 연기한 서영주, 여자 배우는 <레베카>의 반 호퍼 부인을 연기한 김희원이다. 두 배우 모두 무거운 극 안에서 코믹한 역할을 전담하며, 극에 탄력을 더하고 관객의 숨통을 트여준 일등공신들이다. 서영주는 시드니 칼튼이 부르는 ‘처음이야 이런 기분’이라는 노래가사를 ‘처음이야 재능 기부’로 변형시키는 등 코믹한 대사를 잘 살려 폭소를 이끌어냈다. 김희원은 수다스럽고 교양 없는 상류층 여자를 애교 있는 말투로 밉지 않게 연기, 극 초반부 관객의 집중력을 확 끌어올렸다. 2막의 가면파티 장면에서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춤까지 선보여 관객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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