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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울프특급> 엄경석 작가·이아람 작곡가 [No.136]

글|박병성 사진제공|CJ문화재단 2015-01-27 6,021

평생 한 번의 사랑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젊은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2014년 마지막 작품으로 엄경석 작가와 이아람 작곡가의 <울프특급>이 올라갔다. 
엄경석 작가와 이아람 작곡가는 딤프 창작지원작인 <유 앤 미>와 <예스터데이>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셈이다. 
<더뮤지컬> 비평가 양성 프로그램인 ‘더뮤지컬 리뷰어’ 1기 강지나, 최영현과 두 개발 작품에 대한 신랄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품 소개€}
늑대인간 정환은 밤이면 늑대로 변해 비밀스런 물건을 전달하는 택배 기사다. 택배를 배달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경에게 마음이 있지만, 이미 그녀는 떠나간 다른 사람(늑대인간)을 마음에 두었다. 늑대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해서 정환은 유경, 유경은 떠난 사람 이외의 사람을 가슴에 담지 못한다. 한편 늑대인간 헌터 진우는 늑대인간 백 명을 잡아 팔찌 폭탄에서 벗어나려 하고, 조폭들은 다이아몬드 택배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정환과 유경, 헌터 진우, 조폭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종했던 택배 기사 사장 선호가 편의점에 모이는데…



휴먼 드라마에서 로맨틱 코미디로


박병성  작품의 감상평을 간단하게 들려달라.
강지나  늑대가 택배를 한다는 소재가 재밌었다. 늑대는 한 번만 사랑한다는 소재도 참신했다. 조폭, 헌터, 그리고 마약에 찌든 가수 나비다 등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물음표로 남았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이 핵심 이야기와 어우러져야 하는데,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최영현  나 역시 소재가 흥미로웠다. 늑대인간 하면 주로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여자 늑대가 나온다는 것도 재밌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와 닿지 않았다. 로맨스를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선호(정환의 친구이자 택배 사장, 모든 일을 기획한 사람)를 통해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더라.
박병성  기획했던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려보니 생각하던 것처럼 나온 부분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그랬나. 
엄경석  이 작품은 시작점과 도착점이 달랐다. 그게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늑대인간이 자신을 감추지 않고 발산하는 장면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지. 그런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로 구상했는데, 그러기에는 드라마 규모가 맞지 않고, 한계가 있어 덜어내야 한다는 리뷰를 받았다. 하나의 이야기를 진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로맨스에 집중했다. 로맨스와 로맨스를 방해하는 요소만 남기고 다른 부분은 버리다 보니 설명이 부족해진 것 같다. 
박병성  작품의 시작과 종착역이 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많은 것이 이해가 간다. 리딩 공연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이 작품에 너무 다양한 색깔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톤으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가 궁금했다. 
이아람  처음에 작가님이 영화 <늑대아이> 같은 걸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조폭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어두워지면서 밴드로 구성해야겠다 싶었는데, 리뷰를 받으면서 로맨스 코미디가 추가되었다. 로맨스를 부각하다 보니 스윙을 쓰게 되고 음악이 아기자기해졌다. 
엄경석  마지막으로 대본을 고치면서 잡았던 목표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희생하는 남자의 드라마였다. 이것조차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다. 지인들이 공연을 보고 유경이는 두 번째 사랑을 받아들인 것인지 물어보더라. 내가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


강지나  정환이 왜 유경을 사랑하는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엄경석  왜 좋아하게 되는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계속 고민했던 부분이다. 그 고민에서 나온 노래가 ‘솜사탕꽃이 피웠습니다’이다. 가사가 운문이어서 잘 전달이 될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작곡가님이 만든 노래를 듣고, 노래 힘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환이의 성장 과정과 유경에게 반하는 이유가 그 노래에 다 포함되어 있다. 정환이가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알게 되고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유경에게서 그때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런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박병성  그 노래는 솔직히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같이 사랑이 흔한 시대에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늑대인간의 사랑은 굉장히 숭고하게 느껴졌다. 정환이는 유경이 늑대인간인지 모르고 사랑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것인데, 작품에서는 그런 장벽을 넘어서는 갈등이 보이지 않았다. 
이아람  대사에서도 그런 것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사랑을 재고 이것저것 따지지 않나. 하지만 늑대는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다른 늑대의 사랑 방식이다. 

박병성  맞다. 그 점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지점이고, 늑대인간의 사랑이 감동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정환의 행동을 보면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 유경 주변에서 머뭇거리고,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존재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최영현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사람들은 왜 첫사랑과 다른 사랑을 나누는지, 왜 사랑에 ‘첫’자를 붙이는지 의아해하는 것을 통해 늑대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정환이 유경의 정체를 알고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데도 사랑을 어필하는 태도가 집착처럼 보였다. 사랑하는 여자가 괴로워하는데 사랑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지고지순한 사랑일까. 
박병성  원래 늑대는 평생 하나의 짝만 갖나?
엄경석  그렇다. 
박병성  남자들에게 늑대라고 하면 안 되겠다. 이렇게 지고지순한데. 늑대가 택배를 한다.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그것도 서울에서? 매력적이지 않은데 왜 이런 설정을 한 것인가.
엄경석  택배 설정은 십 년 전에 소설 쓰는 친구가 이야기한 것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늑대가 자기 본성을 드러내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하자 속이 시원해졌다. 그때 인상이 워낙 강해서 거부감이 없었는데 막상 장면을 만들려고 하니까 막히는 부분이 생기더라.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택배였는데, 위험한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로 바꾸면 좀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강지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데, 늑대가 택배를 한다? 그러면 관객들은 정말 늑대만 할 수 있는 일일 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서 와 닿지가 않았다. 
박병성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남자’는 늑대인간 헌터들에게 팔찌를 채워서 사냥을 하게 한다. 100명을 잡으면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일을 해내면 그를 죽인다. 왜 그러는가?
엄경석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왜 죽이는가? 남자는 누구인가? 국가기관이라고 답하면, 국가기관이 왜 그런 일을 하는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여기서는 그것을 다 보여줄 수가 없다. 그래서 아예 설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로맨스가 강조된 음악


박병성  처음 몇 곡을 들으면서 멜로디는 단순하고 귀여운데 몇몇 지점에서 포인트를 주어서 평범하지 않게 전개하는 곡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늑대인간이란 소재와 이런 음악 스타일이 어울리나 싶었다. 
이아람  휴먼 드라마에서 최종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로 작품이 바뀌면서 지금의 음악 톤이 된 것이다. 어두운 느낌을 살리면 록적인 느낌을 더 강하게 넣었을 것 같은데, 로맨스를 강조하다 보니 지금의 음악 스타일이 나왔다. 
박병성  후반부에서 선호가 모든 것을 조종했음을 밝히는 부분에서 나오는 노래 ‘선호는 통화 중’은 인간과 늑대의 사랑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노래 ‘사랑의 발차기’를 리프라이즈하고 있다. 선호가 부르는 노래라는 이유 말고는 왜 이 두 노래를 같은 곡으로 사용했는지 모르겠더라. 
엄경석  내가 요청한 사항이다. ‘사랑의 발차기’는 선호가 정환을 걱정하며 조언해주는 노래이다. 그런데 ‘선호는 통화 중’을 보면 선호의 욕망이 드러나고, 그 위해주던 마음이 위선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정환을 위해주는 척하는 노래와 선호의 욕망이 드러나는 노래를 같은 노래로 사용해서 선호의 속내가 거울처럼 드러났으면 했다. 
박병성  ‘남산타워’는 유경이 자신의 연인이 죽던 때를 회상하는 곡이다. 늑대인간 헌터 진호(진우의 형)가 ‘남산타워’를 부르면 지하철 승객들이 노래에 홀려 정신을 잃는다. 일종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마을 아이들을 데려가듯 신비한 느낌을 주어야 하는 노래이다. 그런데 앞선 노래들과 기본적인 톤이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노래는 좀 더 튀어서 정말 승객들을 쓰러뜨려야 하지 않을까. 
엄경석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곡이다. 이 장면을 쓸 때 당연히 진호가 기타를 치면서 부를 줄 알았다. 그런데 아코디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코디언은 작가인 나의 세계에는 없는 악기였다. 곡을 만들어서 들려주는데 이래서 작곡가와의 협업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곡이 나와서 굉장히 맘에 들었다. 
박병성  아코디언의 설정은 좋았다. 흔한 악기는 아니니까. 문제는 드라마상 이 노래는 승객들을 홀려야 하는 음악인데, 그런 느낌이 약했다는 것이다. 뒷부분에 승객들이 진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이 부분도 점점 더 빨라지면서 쓰러질 지경까지 이르러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아람  애초에는 후렴을 두 번 더 넣어서 갈수록 빠르게 전개시키는 설정이었다. 리딩 무대이다 보니까 그것이 지루하게 보일 수 있어서 제외됐다. 
박병성  반대로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점은 없는가?
이아람  유경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했나?
강지나  다른 남자를 품고 있어서 정환을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정환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도, 보통 여자들이 관심 없는 남자에게 대하는 태도로만 보였다. 
최영현  나 역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애인을 헌터에게 넘긴) 나비다 공연에 난입할 정도의 용기라면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복수하지 않았을까.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에 어울리는 캐릭터는 찐따(주영언니가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발포 비타민 한 통을 입 안에 털어넣어 거품을 무는 독특한 캐릭터, 오지랖 넓어서 정환과 유경 사이에 주책없이 끼어들어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킨다)였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데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에 소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병성  찐따 캐릭터가 가장 인상에 남는 역할이다. 그 캐릭터는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었다. 
강지나  찐따는 로맨틴 코미디에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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