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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2015년 창작 뮤지컬 가이드 [No.136]

글 |송준호 글|송준호 2015-01-27 5,351

지난해 유독 거셌던 한국 뮤지컬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올해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은 평년 수준인 33편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공연이 계획된 신작도 지난해와 같은 20편이다. 특히 정부의 창작뮤지컬 육성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아 초연과 재연까지 단계별로 지원받는 따끈한 신작들이 연초부터 연이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올해는 이런 정부 지원 작품과 더불어, 각 제작사의 야심찬 신작과 검증된 대형작들의 복귀로 뮤지컬 팬들을 설레게 한다. 




새싹에서 열매로, 지원 사업의 결실

올해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중 절반 이상은 우수공연 지원 사업에 선정되거나 후보에 올랐던 작품들이다. 이 사업들은 새로운 창작뮤지컬의 시장 진입을 돕거나, 제작 환경을 개선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연이어 소개되는 신작들은 이런 프로그램의 수혜작들이다. 


1월부터 먼저 선을 보이는 것은 창작뮤지컬 육성 사업에서 우수작품 제작 지원에 선정된 10편의 신작들이다. 2013 창작산실 대본 공모 우수작인 <곤, 더 버스커>(1월 3일~1월 1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버스커 최곤과 후천적 청각장애 댄서 니나, 스트리트 드러머 원석이 ‘니나잘해’라는 팀을 만들어 버스킹 투어를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문제로 갈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원작 연극을 뮤지컬로 옮긴 <바람직한 청소년>(1월 17일~3월 1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은 원작자인 이오진 작가가 각색에 참여해 실제 청소년의 현실을 담은 가사들을 썼다.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한국에서 이를 청소년 문제로 끌어들여 반향을 일으켰던 연극의 힘이 뮤지컬에서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이희준 작가, 김운기 연출가 콤비가 호흡을 맞춘 <런웨이 비트>(1월 31일~2월 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패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비주얼을 강조한 무대와 의상은 청소년과 일반 대중이 쉽게 호감을 느낄 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창작산실 대본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또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미국 춤에 빠진 북한군 소년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로기수>(3월 12일~5월 31일, DCF 1관 비발디파크홀)는 춤과 음악이 이야기와 어우러진 작품이다. 아쉽게도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지원작으로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수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본 공연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한편 <난쟁이들>(2월~4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과 <명동 로망스>(10월,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는 지난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 동반 본선 진출해 프로듀서 매칭과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은 <난쟁이들>은 평범한 난쟁이인 찰리가 왕자가 되기 위해 공주를 찾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2012년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상 수상작 <여신님이 보고 계셔>처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작품이다. <명동 로망스>는 만화가를 꿈꾸는 평범한 남자가 1955년 명동으로 가 이중섭 화가, 전혜린 작가, 박인환 시인 등을 만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이야기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음악극 <에릭사티>와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를 기반으로 명동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제작의 귀환과 흥미로운 신작들의 맞대결 


재공연 사실만으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들도 올해 만날 수 있다. 지난해 공연이 계획돼 있었지만 내부 사정상 연기됐던 <마마 돈 크라이>(3~5월, 쁘띠첼 씨어터)가 2년 만에 다시 팬들을 찾는다. 라이브 밴드가 들려주는 강렬하고 중독성 강한 록음악이 드라마를 지배하는 이 콘서트 뮤지컬은 2010년 초연은 연장 공연, 2013년 재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참여 스태프와 캐스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2년 만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초를 마지막으로 1년간의 재정비를 거친 <풍월주>(8월 1일~10월 15일, 쁘띠첼씨어터)도 돌아온다. 2012년 초연 당시 이례적인 흥행을 거둔 이후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풍월주막’과 ‘운루담소’ 등 별도의 프로그램도 마련해온 이 작품은 이번에도 고정 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창작뮤지컬 라인업은 예년과 달리 여름에 가장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신시컴퍼니의 야심찬 신작 <아리랑>(7월 11일~9월 6일, LG아트센터)과 서울예술단의 신작 <신과 함께 - 저승편>(7월, 미정), 에이콤의 <명성황후>(7월 25일~9월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8월 29일~9월 1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가 가까운 극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공연되기 때문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창작뮤지컬 <아리랑>은 원작 조정래, 극본·연출 고선웅, 작곡 김대성, 음악감독 박칼린, 무대디자인 박동우 등 스태프의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신과 함께 - 저승편>은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와 맛깔스러운 유머로 저승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두 명성황후의 격돌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조 명성황후’인 에이콤의 <명성황후>는 2011년 충무아트홀 공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다. 매번 공연 때마다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온 <명성황후>는 공연 20주년을 맞는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준비 중이다. 시각적인 실험과 상상력이 돋보였던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초연 버전을 다듬어 더 세련된 가무극 브랜드로 선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최근 몇 년간 서울예술단이 보여주고 있는 파격적인 영상 활용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액자 신과 무용수의 몸을 뒤덮었던 압도적인 이미지의 향연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이번 재연의 초점이 모아진다. 


한편 지난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뮤지컬’ 등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며 창작뮤지컬의 기록을 새로 쓴 <프랑켄슈타인>(11월~2016년 3월, 충무아트홀 대극장)도 1년 만에 돌아온다. 워낙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인 만큼, 개막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 작품은 이번 달 말에 진행되는 오디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국내 대형 뮤지컬의 흐름을 바꿔놓은 EMK뮤지컬컴퍼니는 <마타하리>(11월 10일~2016년 2월 28일, 샤롯데씨어터)로 첫 창작뮤지컬을 계획하고 있다. 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작인 만큼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리랑> 

7월 11일~9월 6일 | LG아트센터 | 신시컴퍼니 

조정래의 원작 소설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 해방의 역사를 그렸다. 뮤지컬은 그런 소설의 줄기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김제군 죽산면에 사는 감골댁 큰 아들 방영근이 아버지가 진 20원의 빚 때문에 하와이로 팔려가는 설정은 그대로다. 죽산면 일대의 땅을 모조리 가지려는 일본인 하시모토와 쓰지무라의 야심도 뮤지컬에 담긴다. 이렇듯 기본적인 뼈대는 그대로 가져오지만 원작의 거대한 무게감은 뮤지컬 무대에서 소화하기에 결코 쉽지 않다. 박명성 대표가 기대하는 것은 그동안 신시컴퍼니가 쌓은 노하우다. 또 그는 이 공연을 위해 영국에서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웅장하고 역동적인 무대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과 함께 - 저승편> 

7월 | 미정 | 서울예술단 

저승, 이승, 신화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 중 저승편을 무대로 옮긴 <신과 함께>는 저승이라는 공간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데 주력한다. 극은 소시민 김자홍이 저승 최고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겪는 과정을 담는다. 이를 통해 관객은 죽음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전통과 신화를 배경으로 한 한국적인 상징들이 등장하고,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드러난다. 저승과 죽음이라는,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배경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현대적인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다. 이를 위해서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무대와 영상, 의상에 더해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요구된다. 




<명성황후> 

7월 25일~9월 12일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에이콤 

지난해 대구 공연 때부터 영상을 보강해 작품의 깊이와 볼거리를 풍성하게 한 <명성황후>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전체적인 극 구성은 유지하되 극 중 인물들의 이미지와 비중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명성황후는 외세의 압박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수완이 강한 입체적 캐릭터로 수정될 예정이다. 명성황후를 구하는 홍계훈도 애틋한 감정을 강화하고 뮤지컬 넘버도 추가해 캐릭터의 비중을 높인다. 무대장치에서도 현대화를 꾀한다. 회전무대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상부 장치와 대도구는 모두 수정해 현대적인 왕실의 모습으로 바꾼다. 무엇보다 영상과 LED 패널을 활용해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할 예정이다. 




<마타하리> 

11월 10일~2016년 2월 28일 | 샤롯데씨어터 | EMK뮤지컬컴퍼니 

다양한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스몰 라이선스 형식으로 선보였던 EMK뮤지컬컴퍼니가 그동안의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해 첫 창작에 도전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총살당한 마타하리의 이야기다. 창작뮤지컬임에도 소위 ‘한국적’인 인물이나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 않은 것은 철저히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뮤지컬임에도 크리에이티브 팀 대부분이 프랭크 와일드혼을 비롯한 해외 스태프로 구성됐다. 실제로 이 작품은 서울과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에서 각국 언어로 라이선스 공연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한국 배우와 스태프가 현지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작품뿐만 아니라 배우, 스태프까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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