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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 [No.137]

글 |박병성 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5-03-11 4,600

한국의 웨버를 길러낼 수 있을까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신설한 뮤지컬, 오페라 창작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국내 대학에는 수많은 뮤지컬 관련 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뮤지컬 배우 양성에 집중한다. 국민대와 홍익대의 관련 학과에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를 위한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지만, 창작에 집중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 온전히 뮤지컬 창작자들을 위한 교육 기관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음악극창작과뿐이다. 대학원에 해당하는 전문사 과정(3년)에서 매해 4명의 작가와 작곡가를 배출한다. 뮤지컬 시장의 관심에 비해 창작자 교육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그래서 뮤지컬계에서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 영화 아카데미와 같은 ‘뮤지컬 아카데미’였다.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는 그러한 필요에 따라 지난해 9월 신설돼 1기를 모집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활동할 2기를 모집한다.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가 한국 뮤지컬 창작자들의 필수 등용문이 될 수 있을까? 이곳에서는 뮤지컬과 오페라 창작자를 양성한다. 이 글에서는 뮤지컬 분야에 한정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특정 소재를 탐구한 작품 개발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는 특정 소재를 제시하고, 이를 탐구하여 작품을 개발한다. 첫 해의 주제는 ‘역사’였다. 처음 6주간은 명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역사 소재를 탐구했다.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에게 ‘한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 전쟁’의 강의를 듣고, 미술사학자 이태호 선생에게 ‘조선후기 그림으로 본 한국의 문화 이미지’에 대해 들었다. 특히 시인 고은 선생의 ‘우리는 왜 글을 쓰고 노래를 짓는가?’의 수업이 인기가 좋았다. 참가자 중 한 명은 “강의를 통해 예술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소재 탐구 기간에 전 독립기념관 관장 김삼웅 선생, 소설가 복거일, 대하소설 『조선왕조 500년』의 작가 신봉승,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역사학자 홍순민 교수 등 명사들의 강의가 이어졌다.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넓히는 소재 탐구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장르의 이해를 돕는 10주간의 심화 과정에 돌입했다. 이희준 작가와 최종윤 작곡가가 뮤지컬 창작의 이해를 돕는 이론 강의를 맡았다. 이 기간에도 뮤지컬과 오페라 장르의 이해를 돕는 김학민 교수의 강의가 병행되고, 조광화 연출가, 이윤택 연출가, 최우정 작곡가 등을 초청해 실제 작품 사례 특강을 듣기도 했다. 12월부터는 협업 파트너를 정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희준 작가, 변희석 음악감독 등 멘토들의 도움을 받으며 작품 개발에 돌입했다. 개발된 작품은 3월 말 워크숍 공연 형태로 발표된다. 여기서 일부 팀이 조기 수료하고, 장막극 공연으로 발전시킬 작품들은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멘토들의 도움을 받으며 2015년 연말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의 특징


첫째는 특정 소재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보통의 창작자 양성 프로그램이 자유 주제로, 창작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반영하는 반면,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는 특정 소재를 정하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한 집중 연구 기간을 거친 후, 작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여자들은 소재에서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했다. 특히 동일한 소재에서 작품으로 발전시키다 보니 동료들의 작업 과정에서 고민을 공유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단지 소재 개발 단계에서 명사들의 강의가 진행되는데, 다수의 참여자들이 강의 자체는 유익했지만 그것이 작품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고 했다. 강사에 따라서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민감한 역사적 문제에서 자신의 역사관을 피력할 때 참가자들이 불편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반 창작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작가와 작곡가가 팀을 이루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팀을 이루어 작품을 개발한다. 파트너를 만나기 힘든 환경에 있는 작가와 작곡가에게는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그러나 원하는 파트너를 얻지 못하거나, 선택이 아닌 정해진 팀에서 팀워크를 이루지 못하면 불만이 생길 여지가 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팀을 이루는 과정에서 멘토들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뛰어난 중매쟁이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팀을 이루고 협업에 돌입하는 기간이 4주밖에 되지 않아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기간이 짧았다는 지적이다. 


아르코 창작 아카데미는 무상 교육에 참가자들에게는 소정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참여자들은 수준 높은 전문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좀체 만나기 힘든 명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동료들이 생겨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다수의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이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드는 것이 연구비 지원이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매달 연구비가 지원돼 공부를 이어가는 안정적인 기반이 됐다고 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 발굴된 우수 작품은 창작산실 시범공연 지원의 기회를 얻게 된다.



2015 아카데미


2015년 프로그램은 1월 공모를 거쳐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진행된다. 2기의 주제는 신화다. 애초 역사와 더불어 논의되었던 주제였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콘텐츠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취지에서 ‘역사’와 ‘신화’가 선택됐다고 한다. 2기부터는 소재 탐구와 심화 과정을 4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파트너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마련했다. 


1기는 강의가 많아 참가자들에게 유익했지만, 작품 개발에 시간이 부족하고 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2기부터는 강의를 줄이되 작가와 작곡가가 교류하는 세미나 시간을 늘릴 생각이다. 그리고 1기 때는 협업 과정에서 멘토가 피드백 해주는 수준이었다면, 2기부터는 주임강사를 두어 작품의 소재를 잡고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함께해 좀 더 참가자들의 작품을 이해한 상태에서 참여하기로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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