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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더뮤지컬 15주년 - 뉴 페이스 [No.142]

글 | 나윤정 사진 | 김호근 2015-08-04 7,142

무한한 가능성의 시작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재범 & <베어> 이상이

신재범과 이상이. 전혀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 두 배우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화제작의 주연을 거머쥔 신예라는 것. 
신재범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류순호, 이상이는 <베어>의 피터 역에 이름을 올려,  패기 넘치는 신예의 등장을 예고했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해맑은 배우 신재범,  이십대의 중반을 향해가는 열정적인 배우 이상이. 지금 이들의 등장이 반가운 것은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내일이 있기 때문. 

무한한 그림을 그려내는 하얀 도화지처럼,  이 두 배우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그 비상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베어> 캐스팅에서 유독 두 사람의 이름이 눈에 띄었어요. 신예 배우가 화제작의 주역에 이름을 올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죠?
신재범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던 와중에 제 노래 선생님이 이 역할을 추천 해주셨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보게 된 거예요. 떨어진 줄 알고 다시 학교 생활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연락이 왔더라고요. 
이상이  전 OTR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베어> 오디션 공고를 봤어요. 사실 시놉시스만 봤을 땐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록 음악이 쓰였더라고요. 지원 동기에 “꼭 오디션 보고 싶습니다!”라고 썼죠. 그리고 2차, 3차, 최종 오디션까지 보게 된 거예요. 제가 나이에 비해 조금 늙어 보여서(웃음), 최종 오디션 때는 교복도 빌려 입고 갔었죠. 


수많은 경쟁률을 뚫었다는 건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배우로서 스스로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신재범  사실 제가 연기할 때 어떤 매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무대에서의 연기가 익숙지 않다 보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거 같아요. 다만, 항상 최대한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해요. 그런 점이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상이  저는 좀 도화지 같은 면이 있어요. 표정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바뀐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친구들도 저보고 헤어스타일에 따라서 어떨 때는 잘생기고 어떨 때는 못났대요.(웃음) 이런 도화지 같은 특징을 잘 살리고 싶어요. 평범하다는 게 한편으로는 특정 캐릭터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역으로 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순호와 <베어>의 피터, 두 역할 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역할이잖아요. 직접 연기해보니 어때요?
신재범  설렘과 기대도 있지만, 부담도 커요. 아직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작품에 폐를 끼칠까봐 염려가 돼요. 그래서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제가 학교 연기 수업에서 즉흥 연기를 할 때 극적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거든요. 마침 순호도 극적인 상황을 오가더라고요. 그만큼 잘 표현해내고 싶어요. 처음에는 다른 캐스트와 차별화를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너답게 하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게 순호 같다고! 그래서 최대한 꾸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냥 좋아요.(웃음)
이상이  국내에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이 많지 않다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작품을 계속 분석하다보니 동성을 사랑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에서도 동성애자인 바비가 이런 말을 하거든요. “나는 그냥 이렇게 태어난 거라고.” 비록 동성애라는 소재가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이를 담백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요. 동성애자라고 여성스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하는 건 편견 같아요. 제 목표는 피터가 제이슨을 사랑하는 마음. 그걸 가장 간절하게 그러면서 담백하게 표현하는 거예요.


화제작의 주역을 꿰찬 신예 배우라는 것. 이 외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많네요. 학창 시절부터 연기 경험을 쌓아왔고, 지금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죠?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던 것 같은데,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뭐예요? 
신재범  원래 제 꿈은 신부님이었어요.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노래에 푹 빠졌죠. 돈을 못 벌어도 길거리 공연만 하다 죽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비현실적인 예술가의 꿈을 꾸고 있었죠.(웃음) 그러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등학교 1학년 때, 혼자 도보 여행을 떠났어요. 동해를 따라 강릉에서 영덕까지 무작정 걸었죠. 그때 떠오른 게 ‘뮤지컬’이었어요.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명지대 뮤지컬학과에 들어가게 된 거죠. 처음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땐 너무 어려웠어요. 그러다 스스로의 벽을 깨뜨리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희로애락을 표현하다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된 거예요. 그때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계속 그 느낌을 받고 싶어 점차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죠. 
이상이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영어 연극을 하게 되었어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대령 역할을 맡았는데, 첫 대사가 ‘디스 이즈 뉴 티처(This Is New Teacher)’였죠.(웃음) 그러고 나서 아버지의 권유로 故 신상옥 감독님이 운영하셨던 신필름 예술센터에 들어가 연기를 배웠죠. 그땐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명성을 얻고, 남들에게 박수 받는 것이 멋져 보였거든요. 그래서 안양예고에 입학해서 계속 연기를 배웠고, 방송과 영화 촬영을 하며 경험을 쌓았죠.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하며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단순히 명성을 얻는 화려한 이면보다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점차 연예인이란 꿈이 배우로 바뀌게 된 거죠. 




그런 과정을 거쳐 재범 씨는 <13>, 상이 씨는 <그리스>로 뮤지컬에 데뷔했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신재범  제가 천주교 재단 고등학교를 나와서 음악 선생님이 수녀님이었거든요. 고1 때 도보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수녀님께 말씀드렸어요. 저 뮤지컬하고 싶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수녀님이 뮤지컬 <13>의 오디션 공고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사실 노래도 독학으로 배웠고, 뮤지컬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상태였거든요. 어휴, 수녀님! 무슨 오디션이에요. 바로 떨어져요. 이랬는데 수녀님이 억지로 오디션에 절 내보내셨어요. 그러곤 오디션장에 가게 됐죠. 그런데 제가 춤을 진짜 못 추거든요. 한 지원자가 춤을 정말 잘 추길래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좀 가르쳐달라고 했어요.(웃음) 그래서 좀 배우다가 바로 제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뒤뚱뒤뚱거리다 나왔죠. 그런데 다행히 이따 다시 부르겠다고 연습을 좀 더 하고 있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6시간 동안 맨발로 계속 춤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절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상이  학창시절 <헤드윅>, <렌트>를 영화로 접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명지대 뮤지컬 콘테스트에 참가하기도 했어요. <렌트>의 뮤지컬 넘버를 불러 수상도 했어요. 노래도 부르고, 기타도 치고, 탭댄스도 추고, 1인 3역을 맡았거든요. 그때 더욱 뮤지컬의 재미를 알게 됐죠. 그러고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들어가 (서)경수 형과 (한)지상이 형을 만났어요. 신병이라 긴장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오페라의 유령> 넘버가 들리더라고요. CD인 줄 알았는데, 지상이 형이 부른 거더라고요. 뮤지컬이 정말 매력적인 장르구나 또 한 번 느꼈죠. 그렇게 군 생활을 서울경찰홍보단에서 했는데, 연말마다 뮤지컬 공연을 하거든요. 그때 <그리스>를 공연했고, 현장에 나가서 꼭 이 작품을 다시 해봐야지 생각했어요. 제대 후 공고가 떴길래 바로 오디션에 지원해 스윙을 맡게 됐죠. 


데뷔작 이후 바로 주연을 맡은 신예잖아요. 그만큼 더 앞으로의 무대가 기대가 돼요. 이후 어떤 무대에서 만나게 될지 궁금한데, 어떤 역할을 맡고 싶어요? 
신재범  <넥스트 투 노멀>을 정말 좋아해요. 보통 공연을 보고 난 뒤 감상문을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작품을 보고 처음 글로 감상을 남겼어요. 나중에 꼭 게이브 역을 해보고 싶다고! 노래도 좋고, 그 특유의 존재감이 매력적이었어요. 
이상이  전 <원스>의 가이 역이요. 기타 치는 걸 좋아하거든요. 또, 예전에 <아이다>를 보면서 록 사운드의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라마메스 역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헤드윅>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명지대 뮤지컬 콘테스트 대학부에 참가했었는데, 그때 헤드윅을 연기했어요. 가발도 쓰고, 분장도 하고.(웃음)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더 궁금해지는데, 평소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는 누구예요? 
신재범  사실 지금까지 롤모델을 만든 적이 없었어요. ‘와, 멋있다!’ 이 정도에 그칠 뿐, ‘저렇게 되고 싶다!’를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습을 하게 되면서, (최)대훈이 형이 정말 멋있더라고요. 대훈이 형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런 배우,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이  우선 박해일 배우를 닮고 싶어요. 언뜻 보면 평범한 듯하지만 그 안에서 우러나는 수채화처럼 잔잔한 연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제가 튀거나 극단적인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런 연기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러 갔을 땐 박은태, 윤형렬 선배님께 꽂혔어요. 연기는 물론이고 가창력에 푹 빠져버렸죠. 조승우 선배님도 닮고 싶어요. 자신만의 색깔로 연기하고, 또 노래 연기도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서)경수 형의 가창력이나 끼, 센스도 배우고 싶고, (한)지상이형의 배우로서 자기 관리도 본받고 싶어요. 이렇듯 저에게 부족한 면들을 여러 배우들에게 배워나가고 싶어요. 


이제 막 비상을 알리는 배우로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신재범  오디션을 보러 가면 감독님들이 저에게 백지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요. 나름대로 제가 많은 걸 준비해 갔는데도, 그냥 백지 같대요.(웃음) 그게 좋은 매력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느낌을 유지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해요. 어떤 작품에 참여하더라도 연출이 원하는 색깔을 입혀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백지 같은 배우, 그리고 제 마음도 백지처럼 늘 한결 같았으면 해요. 

이상이  고등학교 은사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하라고. 이 말처럼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하는 인간미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불어 아주 작은 부분까지 맡은 배역을 책임감 있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길 꿈 꿔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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