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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더뮤지컬 15주년 - 만나고 싶었습니다 [No.142]

글 | 배경희 사진 | 황혜정 2015-08-04 5,887

<빌리 엘리어트> 박준형·이지명 
 반갑다 빌리!

지난 2010년 자그만 체구의 소년들이 온몸으로 에너지를 뿜어냈던  <빌리 엘리어트>를 본 관객이라면, 그때 받은 깊은 울림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초등학생에서 어엿한 고등학생으로 성장해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대한민국 1대 빌리 박준형과 이지명을 만났다.



‘빌리’로 <더뮤지컬> 15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에 서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이지명  처음엔 되게 놀랐어요. 그러다 뮤지컬 배우를 준비해 왔다는 걸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다시 보여줄 수 있는 기회! 거의 5년 전이지만, <빌리 엘리어트>를 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빌리가 돼보려고요. 빌리는 제 초심이니까 이번 무대에 모든 걸 쏟고 싶어요.
박준형  얼마 전 학교 실습 시간에 ‘일렉트리시티’를 췄어요. 마지막으로 빌리를 꼭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서요. 그게 빌리로서의 고별 무대라고 생각했는데, 콘서트에 빌리로 초대돼서 깜짝 놀랐어요. 관객들이 빌리를 다 잊은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저희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설레요. 


둘 다 계속 뮤지컬 배우를 꿈꿨어요?
이지명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사람들에게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 빌리를 하면서 그걸 명확히 느꼈어요. 뮤지컬이 내 길이구나. 근데 빌리가 끝나고 나서 할 수 있는 뮤지컬이 없었어요. 대신 여러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서 한 회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분위기가 좀 강압적이라고 해야 하나. 고 1때 연습생을 그만둔 뒤, 빌리를 했던 게 생각났어요. 다시 뮤지컬이 하고 싶어졌죠. 요즘 한창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절반 정도는 뮤지컬과를 쓰려고요. 
박준형  저는 빌리를 하기 전부터 발레리노가 꿈이었고, 중학교 때까지 쭉 발레를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점점 발레가 재미없어졌어요. 그때 저도 지명이 형처럼 갑자기 빌리가 생각났어요. 빌리 때 무대에서 공연하는 게 진짜 재밌었거든요. 애들이랑 노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요. 무대가 놀이터 같은 느낌?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뮤지컬을 하겠다고 했는데, 안 된다는 거예요. 그동안 발레를 해온 게 아깝다고요. 그래도 뮤지컬 하고 싶다고, 잘 할 테니 믿어달라고 졸라서 한림예고 뮤지컬과에 들어갔어요. 지금 뮤지컬과 1학년이에요. 


<빌리 엘리어트> 개막 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지명 군이 춤추며 느끼는 전율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던 거 알아요? 그때 관객에게 전율을 잘 전달한 것 같아요?
이지명  으하하. 정말 추억이네요. 매 공연마다 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춤췄으니까, 스스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생각나는 게 공연을 하고 나면 한참 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어요. 아드레날린이 계속 나오는 기분? 그런 흥분 상태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집에 도착하면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뻗었어요. 근데 또 자려고 누우면 잠은 안 오고, 공연했던 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쓱쓱 지나갔어요. 실수한 게 있는 날엔 왜 실수했을까 이러면서 괴로워하고, 그런 게 아직도 생각나요.


‘빌리 스쿨’에서 일 년 반 동안 트레이닝 했던 기억도 생생할 것 같은데요?
이지명  빌리 스쿨에 다니느라 아침에 학교에서 조회만 듣고 바로 나왔던 게 새록새록 생각나요. 초등학교 생활을 생각해 보면, 학교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고 빌리 스쿨 추억만 잔뜩 떠올라요. 빌리 스쿨에서 하루에 열 시간씩 연습하고 그랬으니까.
박준형  빌리 스쿨하면 너무 힘들었던 기억만 나요. 처음 6개월 정도 연습했을 때쯤 다쳐서 하차했다가 공연 개막 후에 추가 멤버로 다시 합류했거든요. 빌리 스쿨에서 선생님하고 일대일로 연습하다 공연 시작 30분 전에 극장으로 넘어가서 형들이 공연하는 거 보고 그랬어요. 근데 극장에 가면 형들은 항상 팬 분들한테 둘러싸여 있는데, 저는 알아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게 좀 외롭고 슬펐어요. 진짜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한국 연출 선생님이랑 <빌리 엘리어트>를 보러 런던에 갔는데, 늘 CD로 노래만 들었던걸 공연으로 직접 보니까 이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데, 와, 진짜 대박! 저 기립 박수를 받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어요. 
이지명  근데 그런 기립 박수를 우리가 받았잖아! 제가 19년 인생을 살면서 가장 사랑받았던 때가 <빌리 엘리어트> 때 아니었나 싶어요. 



이지명 군은 공연하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어요?
이지명  공연하다 인대를 다쳐서 2주 동안 공연을 못한 적이 있어요. 그때가 빌리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어요. 제 공연을 대신해 주면서 힘든 내색 안 하는 다른 빌리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빨리 다시 무대에 서고 싶기도 하고, 일 년 반 동안 연습했던 때보다 그 2주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혹시 여전히 빌리로 기억되는 게 아쉽거나 싫었던 적은 없어요? 
박준형  솔직히 어떤 때는 빌리라는 타이틀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준형이가 아닌 빌리라고 부를 때도 많거든요.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엘리자벳>의 토드 노래 ‘마지막 춤’을 불렀는데, 애들이 ‘빌리! 빌리! 빌리!’ 이러는 거예요. 그런 게 좀 싫긴 해요.  
이지명  으하하, 웃기다. 저도 빨리 빌리 이지명 말고 배우 이지명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지명  신인상은 받았으니까 주연상을 받는 배우! 
박준형  얼마 전에 학교에서 단체로 소극장 뮤지컬 <빨래>를 보고 왔어요. 사실 그전에는 규모가 큰 대극장 작품 위주로 봤는데, <빨래>가 그런 대극장 뮤지컬보다 훨씬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가는 배우가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극장 무대에서 큰 무대로, 앙상블부터 주연 배우로!   


혹시 이런 캐릭터로 데뷔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 있어요?
박준형  전 <빨래> 솔롱고요.
이지명  좀 먼 얘기해도 돼요? 저는 <몬테크리스토>에서 몬테크리스토, 그 역을 진짜 해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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