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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MPOSER] 장소영, 대중성을 살린 친근한 음악 [No.143]

글 | 나윤정 2015-09-07 5,695

2004년 뮤지컬 데뷔 후 10여 년간 활발히 활동하며  국내 대표 창작자로 자리매김한 장소영. 
지난 시간의 열정만큼이나 작곡가, 음악감독, 음악 창작 공동체 TMM의 대표,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등 직함 또한 다양하다. 

이 중 처음 그녀의 이름을 뮤지컬계에 알린 계기는 단연 작곡가로서의 활약. 

<하드락 카페>를 시작으로,  <미스터 마우스>, <형제는 용감했다>, <피맛골 연가>, <쌍화별곡> 등으로 이어진 작곡가 장소영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


장소영이 음악을 시작한 데에는 피아노의 힘이 컸다. 여덟 살 때 옆집에서 이민을 가며 남기고 간 피아노 한 대. 그녀는 그 앞에 앉아 자연스레 음악적 재능을 펼치게 됐다. 딸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리란 아버지의 기대, 그 바람대로 그녀는 선화 예중·예고에 진학해 음악의 길로 나아갔다. 이런 그녀가 피아노에서 작곡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것은 고3 무렵. 피아노 시험을 보다가 틀린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변주를 하게 됐고, 그걸 본 선생님이 “너는 작곡을 하는 게 낫겠다”라는 말을 했다.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이 정해진 악보를 그대로 따르기보단 새롭게 바꿔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과 연세대 작곡가로 진학해 오페라, 영화 음악 등을 작업하며,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장소영이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시절 <레 미제라블>을 관람하고 나서였다. 이 무대를 통해 그녀는 자신이 만든 곡을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이를 관객들이 좋아해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즐거움을 몸소 느끼기 위해 그녀는 차근차근 뮤지컬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에 내 음악을 입히는 일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극음악에 끌렸어요. 특히 내가 쓴 음악을 누군가가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희열이 대단했죠.”



대중적인 다채로움 <하드락 카페>


장소영은 2004년 <하드락 카페>의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으며 뮤지컬에 데뷔한다. 프리랜서로 음악 활동을 하던 중 우연한 자리에서 이원종 연출가를 소개받았는데, 그로부터 3일 후 그가 음악감독 제안을 해온 거다. 10년 동안 꿈꿔 온 일이었기에 장소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제작사가 기존의 음악들을 사용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을 때, 직접 작곡을 자처하고 나섰다. 뮤지컬 초심자에겐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뮤지컬계에 자신의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2004년 <하드락 카페>는 새로운 대본과 음악으로, 1998년, 2001년 버전과는 완연히 다른 무대였다. 장소영은 대중에게 친근한 음악을 만드는 데 이 작품의 목표를 두었다. 그에 따라 록뿐 아니라 발라드 곡 ‘돌아갈 수 없어’, 탱고 곡 ‘나에게 생각이 있어’ 등 다채로운 장르의 구성으로 작품에 풍성한 매력을 더했다. 

“뮤지컬 작곡의 기회가 이보다 일찍 찾아 왔다면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못 썼을 거예요. 10여 년간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을 만들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기에, 이것이 뮤지컬이란 종합 예술 안에 잘 녹아들 수 있었던 거예요. 그간 다양한 작품을 보러 다니며 제 나름대로 뮤지컬을 분석하고, 언젠가 기회가 오면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틀을 만들어 두었어요. 그래서 봇물 터지듯 <하드록 카페>의 음악을 만들 수 있었죠.”


통통 튀는 즐거움 <싱글즈>


뮤지컬 데뷔 이후 그녀는 작곡가와 음악감독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다. 2006년에는 <미스터 마우스>의 작곡 겸 음악감독,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했고, 2007년에는 <싱글즈>로 그해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을 받는다. 동명의 인기 영화를 뮤지컬화한 <싱글즈>는 스물아홉 살 미혼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 장소영의 음악은 사랑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아우르는 드라마를 자연스레 따라가며, 다채로운 음악 구성으로 통통 튀는 작품의 매력을 표현해 냈다. ‘스물아홉’이란 드라마의 상징적인 가사에 중독성을 살린 경쾌한 오프닝 곡 ‘스물아홉’을 시작으로 편안하고 쉬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팝 장르의 ‘너도 나한테 반했니’, ‘요즘 따라다니는 남자 있어’,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인상적인 발라드 ‘담배’ 등, 이 작품 역시 장소영이 추구하는 대중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뮤지컬 무대에 목말라 있다 보니, 정말 쉬지 않고 작곡을 했어요. <싱글즈>는 무엇보다 콘텐츠가 좋았어요. 드라마의 통통 튀는 이야기가 제가 생각하는 대중적인 작곡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정반합의 표현 <형제는 용감했다> 

2008년 <형제는 용감했다>는 장소영이 장유정 작가 겸 연출가와 처음으로 협업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리걸리 블론드>, <그날들> 등으로 연출과 음악감독 콤비를 이루었다. 안동 이씨의 종손인 석봉과 주봉이 부친상을 치르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이 작품은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드라마와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음악으로 그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받았다. 작품이 신구 간의 갈등과 화합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장소영은 서로 다른 것들이 상충되다가 합이 되는 정반합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런 만큼 전통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음악을 조화롭게 버무린 것이 작품의 컨셉이 되었다. ‘곡(哭)’의 경우 전국의 상여 소리를 수집하고 연구해 만든 결과물로, 장소영이 드라마의 느낌과 맞아떨어지는 음악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리프라이즈의 활용이 인상적인데, ‘순례의 기억’의 경우 어머니의 일생을 한 축으로 특정한 순간마다 반복되는 노래다. 장소영은 이러한 설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질감이 없는 멜로디로 통일성을 주되 전통음악, 로큰롤, 샹송 등 풍성한 장르로 변주해 다양성을 더했다. 

“애초에 장유정 작가가 대본에 리프라이즈할 지점을 생각해 둘 만큼 작품의 컨셉이 명확했어요. 음악을 반복하면서 이를 각인시킬 수 있어 음악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 수 있었죠. 또한 어감에 리듬을 붙이는 작업들이 많다 보니 음악이 캐릭터와 그 어감을 따라가도록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한국음악의 서양화 <피맛골 연가>


<형제는 용감했다> 이후 2009년 <영웅을 기다리며>, 2010년 <피맛골 연가>와 <남한산성>, 2012년 <쌍화별곡>으로 이어지는 장소영의 작업은 일련의 공통점이 있다. 작품들이 전통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음악에 한국적인 정서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 중 <형제는 용감했다>나 <영웅을 기다리며>의 특징이 서양음악의 한국화라면, <피맛골 연가>는 한국음악의 서양화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해금, 피리,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가 가미된 35인조의 오케스트라로 눈길을 끈 <피맛골 연가>는 국악과 양악의 조화로 더욱 풍부한 음색을 전해준다. 여기에 굿거리 장단, 중모리 장단 등 우리 가락을 고스란히 담아 민족의 흥과 한을 감칠맛 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한 천 년’,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 등의 한국적 정서가 짙은 발라드, ‘얼치기 노래’, ‘숨어라 사랑아’ 등의 신명 나는 민요풍 음악, 나아가 ‘우리는 남쥐’에서는 힙합 리듬까지, 장소영은 우리 음악의 매력을 잘 표현하되 이것이 자칫 고루해지지 않도록 장르의 다양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한국음악을 굉장히 행복하게 연구하면서 작곡을 했어요. 내 안에 민족성을 끄집어내 음악으로 엮는 일이 즐거웠죠. 그만큼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더 큰 공간을 향해 


뮤지컬 작곡가로서 장소영은 시놉시스 단계부터 작품에 참여해 작가와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만큼 협업을 중요시하는 창작자로, TMM(True Music And True Mind)이란 작곡, 편곡, 오케스트라 작업을 아우르는 음악 창작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장소영은 TMM을 통해 그간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고, 또 젊은 창작자들의 신선함과 열정을 전해 받으며 협업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2004년 데뷔 후 어느덧 10년 넘게 뮤지컬계에서 작곡가로서, 음악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소영. 앞으로 그의 꿈은 한층 큰 공간으로 확장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들어 공간에 음악을 입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그녀.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듯, 한정된 무대에서 나아가 공원이나 아쿠아리움, 혹은 엑스포나 페스티벌 등의 배경음악을 만드는 음악 코디네이터로서 활약을 펼치는 것이 지금 장소영의 새로운 꿈이다. 이렇듯 그녀는 한곳에 정체되지 않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체험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열정적인 창작자다.  

“엑스포 관람객들은 음악만 들으려고 온 게 아니에요. 반응도 솔직해요. 재미없으면 바로 일어서죠. 어떻게 하면 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그 공간을 즐길 수 있을까? 이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연구를 하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에 더 민감해질 수 있더라고요. 결국 작곡이라는 재료는 한 가지거든요. 다만, 예전엔 내 가게에 온 손님들에게 메뉴를 보여주며, ‘이 중 하나를 고르세요’라고 했다면, 지금은 ‘이것을 맛보세요’라고 권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3호 2015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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