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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역사로 남은 태양의 서커스 <퀴담> [No.144]

글 | 송준호 사진제공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2015-09-29 5,709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 공연을 한 후 20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 받아온 태양의 서커스 <퀴담>이 이번 월드 투어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특히 이 작품은 환상적인 드라마와 예술적 연출로 국내에서 서커스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지난 시절의 촌스러운 볼거리에서 총체극의 정점까지, 태양의 서커스 <퀴담>의 성과와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뉴 서커스 전성시대 개막

2007년 <퀴담>이 국내에서 초연되며 전 세계 공연계의 이목을 모았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런 신개념 서커스들은 그 전부터 이미 소개되고 있었다. 2005년 공연된 애크러배틱 서커스 <디아볼로>는 태양의 서커스 흥행작인 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벨기에 서커스 극단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세련된 안무로 이목을 끌었다. 태양의 서커스의 후배격인 시르크 엘루아즈(Cirque Eloize)의 <레인>도 또 다른 아트 서커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퀴담>이 국내에 상륙한 해엔 태양의 서커스 출신들이 만든 세븐 핑거스가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차세대 아트 서커스 <트레이시스>를 소개했다.

세계 공연계의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서커스는 이처럼 다양한 작품으로 국내 관객과 만났지만,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았던 주인공은 결국 태양의 서커스였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퀴담>이었다. 당시 무려 9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연간 판매 순위에서도 정상에 올랐던 이 작품은 최단기에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썼다. 개막 전에는 기대보다 저조한 예매율에 우려도 있었지만, 개막 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커스 붐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는 물론 태양의 서커스라는 브랜드가 지닌 컨셉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세기 서커스의 형태는 동물과 난쟁이, 거인 등이 등장하는 미국식 쇼가 주를 이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이런 요소들을 배제하는 데서 출발했다. 단순히 묘기만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의 서커스는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1960년대부터 프랑스에서 서커스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며 새로운 서커스라는 뜻의 ‘누보 시르크(Nouveau Cirque)’가 생겨났다. 누보 시르크는 동물과 비정상적인 신체를 지닌 사람들의 묘기를 자제하고 연극적인 내러티브를 더해 서커스를 극장 공연 예술로 변모시켰다. 같은 프랑스 문화권인 캐나다 퀘벡은 이로부터 영향을 받아 국립 서커스 학교 같은 체계적인 교육 시설을 만들었다. 이런 변화로부터 태양의 서커스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



태양의 서커스를 대표해 온 명작 서커스 <퀴담>

<퀴담>은 아름다운 곡예, 현대적 테크놀로지, 화려한 디자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으로 태양의 서커스가 제작한 작품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첫 공연의 성공 이후 <퀴담>은 태양의 서커스 그 자체처럼 여겨졌다. 이는 이후 국내에 소개된 다른 작품들이 <퀴담>만큼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작품이야말로 태양의 서커스라는 브랜드가 표방하는 ‘누보 시르크’ 또는 ‘아트 서커스’의 정수를 담은 공연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서커스와 이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곡예 자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상적인 드라마다. 감독인 프랑코 드라고네는 서로 고개를 숙이고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뉴요커들을 보고 ‘익명의 행인’ 퀴담을 떠올렸다. 이후 <퀴담>은 워커홀릭 아버지와 무표정한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은 외로운 소녀 ‘조이(Zoe)’가 퀴담의 방문을 받으면서 환상의 세계로 여행하게 된다는 줄거리로 완성된다. 조이는 그 세계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점차 자아와 행복을 되찾게 되고, 조이의 부모도 환상의 세계에서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모두 행복해진다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퀴담>은 이처럼 드라마로 공연의 외연을 키우고 무용, 음악, 뮤지컬, 디자인과 같은 타 예술 장르와 곡예의 융합을 통해 서커스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인체의 한계를 넘어선 기술만을 강조하여 기이한 광경을 제공했던 기존의 곡예와는 달리, 무용의 형식과 기술을 도입한 퍼포먼스는 인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부각시켰다. 이는 곧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는 시각적 요소들과 연결되고, 자연스레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드라마와 결합됨으로써 관객에게 극적 즐거움과 경이감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줄거리가 있는 서커스를 통해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공연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태양의 서커스의 출연진은 단순히 곡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기 때문에 곡예사(Acrobat)가 아니라 아티스트(Artist)이고, 곡예는 액트(Act)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바퀴와 아티스트가 한 몸이 되어 펼치는 저먼 휠(German Wheel), 붉은 천에 싸인 채 보여주는 강렬하고 우아한 공중 곡예 에어리얼 실크(Aerial Silk), 균형대 위에서 아슬아슬하면서도 완벽하게 균형미를 표현하는 핸드 밸런싱(Hand Balancing) 등이 <퀴담>의 대표적인 액트다. 연주자들은 이 액트와 싱크를 맞추기 위해 아티스트들의 움직임에 맞춰 라이브로 연주한다. 어린아이의 여린 목소리와 성인 남자의 강한 목소리를 절묘하게 혼합해 섬세함과 강렬함을 노래에 모두 담아냈다.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열 편의 상설 공연과 아홉 편의 투어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퀴담>은 투어 공연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중 하나다. 투어 공연의 상징은 역시 ‘그랑 샤피토(Grand Chapiteau)’라 불리는 태양의 서커스만의 독자적인 텐트 극장, 빅탑(Big Top)이다. <퀴담>의 빅탑은 노란색과 파란색을 적절히 사용한 천막으로 흥미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내고, 2,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과 공중 곡예를 위한 다섯 개의 레일을 설치해 웅장함을 자랑한다.
인간의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한계의 끝을 보여준 <퀴담>은 그동안 5대륙 230개 도시에서 1천380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태양의 서커스의 대표작으로서 역할을 다한 이 공연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누보 시르크의 감동을 선사하며 내년 2월 뉴질랜드에서 20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4호 2015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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