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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연극 <춘천 거기> [No.144]

글 |배경희 사진제공 |컴퍼니그리다 2015-10-02 3,641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화관을 쓰고 무대에 등장한 소녀가 말한다. 나도 몰랐던 길로 나를 찾아온 손님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 날 울게 할지 몰라 두렵다고. 하지만 결국엔 그 두려움마저 잊게 할 존재이기에 반갑다고. 소녀를 기쁘게, 또 두렵게 하는 손님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우리 인생의 영원한 주제, 사랑. 실험 연극 동인 ‘혜화동 1번지’ 출신인 김한길이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춘천 거기>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젊은 남녀들도 모두 제각각의 사랑에 빠져있다. 연극은 사랑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시달리는 흔한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작품이 집중하는 것은 각각의 인물들이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거나 성장하는 과정이 아닌 오직 사랑하는 모습 그 자체다. <춘천 거기>는 그렇게 120분 동안 그 죽일 놈의 사랑의 의미를 향해 직선으로 내달린다.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엔 대본 작업에 골몰하고 있는 희곡 작가 수진의 모습이 보인다. 수진은 이제 막 새로 쓰기 시작한 작품에 <사랑의 무자비한 착상>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붙이는데, 이 제목이 예고하듯이 <춘천 거기> 속 주인공들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사랑의 폭격을 맞고 있다. 유부남에게 마음을 빼앗긴 수진의 친구 선영이 그렇고,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못하는 수진의 친동생 세진이 그렇고, 소개팅한 남자와 단숨에 사랑에 빠지는 세진의 친구 주미가 그렇다. 네 명의 여자들과 사랑으로 얽혀있는 다섯 명의 남자들도 어쩔 줄 모르는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의 한가운데 있는 커플을 통해 시종일관 사랑의 의미를 질문하는 <춘천 거기>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력적이다. 사랑이 주는 자괴감과 상실감에 때론 달콤씁쓸한 웃음을 삼키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무대에서 확인하기에 공연을 보는 내내 마냥 달콤하지 않지만, 어쨌든 <춘천 거기>는 다시 사랑을 꿈꾸게 한다. 2005년 초연 당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아 어렵게 무대에 올린 이 공연이 곧장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다. 긴밀하게 연결된 아홉 명의 이야기가 잘 맞물려 빠르게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 탁월한 연출이나, 내레이션 역할을 하는 소녀도 이 작품의 매력. 초연 10주년을 맞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멤버들과 새로 투입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볼 수 있다. 박호산, 임학순, 김강현, 유지수, 전병욱, 김대종, 김혜나 등이 그 주인공이다.


7월 2일~10월 4일 /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 / 1544-155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4호 2015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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