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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스타 캐스팅의 진화 - 스타 캐스팅의 최근 경향 [No.146]

글 | 나윤정 2015-12-13 6,674

스타 캐스팅의 최근 경향


최근 들어 단순히 스타의 인기에 편향하는 것을 넘어 뮤지컬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캐스팅이 늘어나는 추세다. <팬텀>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 <벽을 뚫는 남자>는 핫한 배우 유연석, <레베카>는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등을 내세우며 의외지만 흥미로운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최근 스타 캐스팅의 두드러진 현상들을 들여다보았다.



실력파 가수들의 재발견

그간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인해 인기 가수들의 뮤지컬 출연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1966년 가수 패티김(<살짜기 옵서예>을 시작으로, 조영남(<동키호테>, 윤복희(<빠담빠담>) 등이 초창기 뮤지컬 무대에 올랐고, 1990년대 이상우(<스타가 될거야>), 윤도현(<지하철 1호선>), 신성우(<드라큘라>) 등이 그 계보를 이었다. 2000년대 이후 가수들의 무대 진출은 더욱 활발해졌다. 특히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음반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가수들의 뮤지컬 출연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05년 <루나틱>의 소찬휘, 2007년 <싱글즈>의 이현우, 2011년 <톡식 히어로>의 이기찬, 2012년 <셜록홈즈>의 테이, 2013년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정동하 등이 무대에 올라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한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나 <락 오브 에이지> 등 록 음악에 기반한 작품들에서 록커들의 출연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그에 따라 강산에, 윤도현, JK 김동욱, 박완규, 김종서, 김신의 등 개성 강한 록커들이 뮤지컬 무대에 문을 두드렸다. 

최근 들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는 가수들의 뮤지컬 출연이 눈에 띈다. <엘리자벳>의 박효신, <신데렐라>의 윤하, <레베카>의 김윤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가요계에 독자적인 입지를 굳혔기 때문에, 쉽게 뮤지컬 출연을 예상하기 힘든 아티스트들이었다. 20여 년 동안 자우림의 보컬로 활약하며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선보인 김윤아와 뮤지컬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하지만 기존에 그녀가 보여준 색깔은 댄버스 부인의 이미지와 잘 겹쳐진다. 이처럼 의외의 캐스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스타의 새로운 면을 뮤지컬로 끌어내려는 제작사들의 노력과 더 큰 무대를 원하는 스타의 갈망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박효신, 세븐, 김윤아 등 최근 눈에 띄는 스타 캐스트를 선보인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대표는 작품마다 최상의 캐스트를 구성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창작 대본을 읽거나 라이선스 공연을 보는 순간부터, 그 배역에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생각한다. 또 항상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려고 애쓴다. 단, 그 역할에 맞는 실력을 갖춰야 하고,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 문제되지 않게 연습에 성실히 참여하는 배우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1~2년에 걸친 설득 작업을 거치기도 한다. 캐스팅에 공을 들이는 시간이 내 스케줄의 60퍼센트다.” <레베카>의 김윤아 또한 제작사가 작품 초연 때부터 댄버스 부인 역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 물밑 작업을 해온 경우였다. “초연 당시 자우림 콘서트가 열렸는데, 포스터를 보고 딱 댄버스 부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외모나 눈빛,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색깔들이 댄버스 부인과 잘 맞아떨어졌다. 수소문 끝에 연락을 해 김윤아 씨에게 초연 공연을 보여줬는데, 당시 그녀는 뮤지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후 그녀는 재연 공연까지 여러 번 본 후 ‘왜 나한테 어울린다고 했는지 알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그래서 계속 설득을 했다.” 이런 과정 끝에 김윤아는 <레베카>의 출연을 확정지었다. 마니아층을 확보한 가수들의 출연은 무엇보다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출연 사실만으로도 자연히 공연 홍보가 되고, 가수의 팬을 확보해 관객층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바쁜 스케줄로 연습 과정에 자주 참여하지 못하는 스타들에 대한 비판이 인다. 하지만 연습 과정에 성실히 참여하는 스타들의 경우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 제작사들의 설명. 공연은 협업이 중요한 장르인 만큼, 타 분야의 실력자가 투입됐을 때 배우들 간에 자극이 되고, 그 과정을 거쳐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이점이 있다. 




핫한 배우들의 도전 


개막을 앞둔 <벽을 뚫는 남자>의 캐스팅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름은 유연석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한창 주가 상승 중인 그를 뮤지컬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뮤지컬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인기에 탄력을 받은 배우들이 빠르게 뮤지컬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뮤지컬계가 핫한 배우들의 이미지나 인지도에 주목해 러브콜을 보내고, 그들 역시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면서 흥미로운 캐스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2013년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맞은 류수영이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아가씨와 건달들>의 스카이로 출연했고, 2014년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로 주목받은 조성하가 180도 변신해 <프리실라>의 버나뎃 역으로 뮤지컬에 첫 도전하기도 했다. 

물론 1960년대부터 스타 캐스팅은 일반적이었고, 특히 TV 연기자들의 캐스팅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1968년 <대춘향전>의 김성원, 강부자, 1977년 <빠담빠담>의 이순재, 임동진, 1984년 <성춘향>의 이덕화, 최주봉, 1986년 <양반전>의 나문희, 김애경 등이 초창기 뮤지컬에 출연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후에도 TV 연기자를 내세운 스타 캐스팅은 꾸준히 이어졌다. 하희라(<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신애라(<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김영호(<명성황후>), 이하늬(<금발이 너무해>), 주진모(<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인기 배우들이 뮤지컬을 거쳐 갔다. 

<벽을 뚫는 남자>에 캐스팅된 유연석의 경우는 그간 보여준 활약이 큰 작용을 했다는 것이 쇼노트 송한샘 이사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에선 듀티율에게 평범한 남자의 느낌뿐 아니라 로맨틱하고 남자다운 매력이 더해지길 원했다. 때문에 기획 초반 단계부터 로맨틱한 매력과 섹시한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배우를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의 OST에서 ‘너만을 느끼며’를 부르고, <힐링캠프>에 출연해 ‘그날들’을 열창하는 등 노래 실력이 알려진 바 있어 제작사가 큰 관심을 두었던 배우였다. 이처럼 대중적인 스타가 노래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을 경우 뮤지컬계의 러브콜이 이어진다. “듀티율의 극 중 노래가 록 음악 같은 샤우팅 창법이 아니라 프랑스 음악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드라마를 전하는 음악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유연석이 적합한 배우라 판단했다. 또한 그도 대학 시절 무대에 올랐던 기억을 항상 가슴에 담고 있다고 해 캐스팅이 성사될 수 있었다.” 

물론 핫한 배우들을 내세우는 스타 캐스팅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지는 잘 맞아떨어지지만 노래 실력이 부족한 배우들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실패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캐스팅 과정에서의 검증은 필수 사항이다. 이런 위험 부담만 방지한다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핫한 배우가 뮤지컬에 출연함에 따라 얻게 되는 이점이 많다. 쇼노트 송한샘 이사는 “유연석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특히 30~40대 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30~40대는 연말 뮤지컬 관객 중 1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연석의 출연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잠재 관객들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인기 배우 캐스팅은 무엇보다 그 자체로 화제가 되니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더 많은 대중을 뮤지컬 관객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제작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진다. 




순수 예술 장르와의 교류 


배우, 가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순수 예술 분야의 스타를 캐스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 한해, 현대 무용가 한선천이 <킹키부츠>, 카운트테너 루이스 초이가 <파리넬리>,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와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이 <팬텀>, 소리꾼 이소연이 <아리랑>에 도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이후 장르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뮤지컬계에도 타 장르 스타의 출연이 늘어나고 있다. 순수 예술계의 스타가 뮤지컬계에 출연하는 경우는 대부분 작품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성악이나 무용, 판소리 등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실제로 해당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가장 실감나게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캐스팅 물망에 오른다. 2010년 발레리나 김주원의 뮤지컬 데뷔를 알린 <컨택트>는 노래 없이 발레, 현대무용, 재즈, 스윙 등으로 풀어낸 독특한 댄스 뮤지컬. 그만큼 김주원이 적격이었고, 그녀는 이 작품으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신인상을 받았다. 같은 해 소리꾼 이자람 또한 자신의 전공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작품 <서편제>로 뮤지컬 데뷔를 알리며, 판소리의 매력을 잘 살려주었다.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팬텀>은 성악과 발레에 정통한 아티스트들을 캐스팅해 주목받았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제작 초기부터 각 분야의 아티스트를 캐스팅해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고(古)음악계의 세계적인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녀는 뮤지컬 경험은 없었지만, 주인공 크리스틴이 오페라 가수라는 점에서 이 작품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이 캐스팅에도 제작사의 노력이 선행되었는데, 크리스틴 역을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를 물색하던 중 임선혜를 발견했고,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몇 차례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 등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 제작사는 2년간의 공을 들였다. 더불어 팬텀의 어머니인 벨라도라 역은 발레리나 김주원과 황혜민, 최예원, 벨라도라의 연인인 젊은 카리에르 역은 발레리노 윤전일과 알렉스가 맡아, 아름다운 파드되로 시선을 끌었다. 

이렇듯 장르를 넘은 아티스들의 도전은 관객의 이목을 끌 뿐 아니라 작품 자체에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다양한 장르에서의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더욱 새로운 무대를 원하는 제작사와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무대들이 더욱 많아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패기를 앞세운 신인 캐스팅


스타 캐스팅이 각광받는 요즘 이와 대조되는 행보도 늘고 있다. 바로 신예를 주역으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신인 캐스팅이다. 올해는 <베어>의 이상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신재범, <프랑켄슈타인>의 최우혁 등의 신예가 각기 작품의 주역을 꿰차며, 등장부터 주목받았다. 물론 이전부터 신인 캐스팅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하는 뮤지컬계의 흥미로운 관심사였다. 때문에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뮤지컬 배우들 중에서 이 신인 캐스팅의 관문을 거친 이들이 많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의 유령>, <렌트> 등 인기작들이 그 역할을 도맡았는데, 이미 작품성이 검증된 공연인 까닭에 그 주역에 이름을 올린 신인이 주목받는 건 당연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류정한, 김소현, 윤영석, <렌트>는 정선아, 최재림, <노트르담 드 파리>는 박은태, 전동석, 윤형렬, <레 미제라블>은 박지연 등을 새로운 스타로 배출했다. 

작품의 특성상 신인 캐스팅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스>, <쓰릴 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이 신인 등용문의 역할을 한 대표적인 작품. 신인들의 풋풋한 매력이 이들 작품에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율, 윤소호가 <쓰릴 미>, 송상은, 손승원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 <베어>의 국내 초연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제작사 쇼플레이는 작품의 파격적인 소재를 앞세워 기획 단계부터 신인 캐스팅을 고려했다고 한다. 신선한 인물을 통해 관객들이 편견 없이 작품을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그에 따라 8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상이가 피터 역에 낙점됐다. 쇼플레이 관계자는 신예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학로의 인기작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역시 이번 시즌 스물한 살의 신예 신재범을 류순호 역에 캐스팅해 눈길을 끌었다. 연우무대의 유인수 대표는 “무대 경험이 없는 만큼 백지같이 깨끗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 이미지들이 역할과 잘 어우러질 거라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음 시즌에서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배우를 캐스팅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신인 캐스팅을 두고 스타 배우들 사이에 신인을 기용함으로써 연습 진행이나 스케줄 조율을 좀 더 용이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신인에게 주역을 맡긴다는 건 제작사에게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인지도가 낮은 만큼 티켓 파워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극장에서의 신인 캐스팅은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실력파 신인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려는 제작사의 의지가 더해져야 한다. 하반기 기대작인 <프랑켄슈타인>은 최우혁이란 신인을 앙리 역으로 데뷔시키는 도전을 했다.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 최명준 부장은 공개 오디션 과정에서 최우혁 배우가 장기적으로 작품과 함께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단발성 공연이 아닌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프로젝트다. 그에 따라 이번 재연의 캐스팅 또한 장기적 작품 포지셔닝을 위한 과정이었다. 처음에 신인 배우를 캐스팅하자는 국한된 계획은 아니었지만, 공개 오디션 과정에서 최우혁 배우가 눈에 띄게 빛났다. 결국 스타 캐스팅이 아닌 실력에 중점을 둔 신인과 기성 배우를 골고루 캐스팅하는 것이 이 작품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최우혁은 자유 안무 오디션에서 브루노마스의 ‘Updown Funk’에 맞춰 복싱 동작을 선보였는데, 안무의 기교나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리듬감과 호기가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후문. 그만큼 틀에 박히지 않는 패기가 신인 캐스팅에 힘을 실어주며, 뮤지컬계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해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6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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