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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스타 캐스팅의 진화 - 아이돌 캐스팅의 흐름 [No.146]

글 | 박병성 2015-12-13 10,556

왜 또 아이돌? 뮤지컬계 아이돌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솔직히 이제는 좀 식상하고 너무 흔해졌다. 그럼에도 다시 아이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그 흔해짐 때문이다. 핫한 이슈였던 아이돌 캐스팅이 언제부턴가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다. 아이돌이 출연하면 으레 따라붙던 ‘몇 분 만에 매진’이란 소식도 뜸해졌다. 그럼에도 11월에 공연하는 뮤지컬에 출연하는 아이돌이, 슈퍼주니어 규현(<베르테르>), 비스트 손동운, 천상지희 다나(이상 <위대한 캣츠비 RE:BOOT>), 에이젝스 김형곤, 엠블랙 천둥(이상 <총각네 야채가게>), 비스트 양요섭, B1A4 산들, 빅스 켄, 애프터스쿨 가희(이상 <신데렐라>), 2AM 이창민, 트랙스 김정모, god 손호영(이상 <고래고래>), 엑소 첸, 샤이니 키, 인피니트 성규·장동우 (이상 <인 더 하이츠>), 보이프렌드 동현(<형제는 용감했다>) 등 여덟 작품에 무려 17명이나 된다. 아이비와 같은 연예인이 출연하는 작품도 있지만 아이돌 출연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식상하지만 다시 거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뮤지컬 아이돌의 변천사

뮤지컬계에 아이돌이 자리 잡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시대를 떠나 대중예술은 언제나 스타를 요구했다. 국내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소개한 예그린악단 시절에도 <살짜기 옵서예>(1966)와 <대춘향전>(1967)에 당대 인기 가수였던 패티김이 출연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스타 캐스팅이 이어졌다. 1990년대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의 최수종, 엄정화, <명성황후>의 홍경인, <겨울 나그네>의 윤손하, <바리-잊혀진 자장가> 이선희 등 당대 유명 연예인들이 뮤지컬 문을 두드렸다. 아이돌이 뮤지컬에 참여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이다. 대중예술인 뮤지컬에 이 시대 가장 핫한 대중문화 아이콘인 아이돌이 활약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아이돌의 뮤지컬 참여를 살펴보면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이 구분은 성공적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난 새로운 흐름에 주목한 결과다.



뮤지컬 아이돌 1기 2005~2009


아이돌 중 가장 먼저 뮤지컬계 문을 두드린 것은 S.E.S의 바다다. 2003년 <페퍼민트>의 바다가 뮤지컬에 출연한 첫 아이돌이다. 당시 작품의 프로듀서였던 이유리는 본지와의 좌담(2010년 4월 호 이슈 기사)에서 바다의 캐스팅이 “마케팅적인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인기 스타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배우를 찾다가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스타 캐스팅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뮤지컬 팬들은 스타보다는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선호했고, 일반 대중들이 뮤지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과는 달랐다.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아이돌 출연 붐을 연 이는 모두가 인정하듯, 핑클의 옥주현이다.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지만 2005년 <아이다>에 출연할 때만 해도 대사 처리나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들이 많았다. 옥주현은 8개월 동안 공연한 <아이다>를 통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쳤고, 원래 인정받았던 가창력에 연기력까지 더해져 실력을 갖춘 뮤지컬 배우로 빠르게 성장했다. 옥주현의 뮤지컬계 성공적인 안착은 이후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S.E.S의 바다 이외에도 슈와 유진, 신화의 앤디, 쥬얼리의 조민아, god의 손호영도 이 시기에 뮤지컬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다와 옥주현은 대표적인 뮤지컬 아이돌 1세대로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에 진입한 사례다. 팀 해체 이후 솔로로 활동하면서 활동 범위를 뮤지컬로 넓혔고 훌륭히 적응했다. 이 당시 뮤지컬계에 참여한 아이돌을 보면 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SS501 박정민(2008년 <그리스>), FT아일랜드 이재진(2009년 <소나기>)도 있었지만 이들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였다. 2006년 쥬얼리를 탈퇴한 조민아가 뮤지컬 <달고나>에 출연한 것처럼,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을 모색할 시기에 뮤지컬을 선택하는 아이돌이 많았다. 이 시기에 참여한 아이돌 그룹을 보면 핑클, S.E.S, 신화, 쥬얼리 등 1세대 아이돌이 상당수였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슈퍼주니어의 희철과 강인(2008년 <제너두>), 소녀시대 제시카(2009년 <금발이 너무해>),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빅뱅의 대성(2008년 <캣츠>), 승리(2008년 <소나기>, 2009년 <샤우팅>) 등 당시 가장 핫한 아이돌이 이 시기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출에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었다. SM은 자회사인 SM아트컴퍼니를 설립하고 <제너두>와 <동키쇼>를 자체 제작하며 뮤지컬계에 발을 내딛었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대형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와 손을 잡고 뮤지컬계 진출을 타진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빅뱅 등 핫한 아이돌의 출연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이 시기 연예 기획사가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였지만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아이돌이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대형 연예 기획사가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이유는 이 시기에 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매해 3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한 한국 뮤지컬은 이 시기에 1천억 원 시장을 돌파했다. 뮤지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투자도 많아지면서 황금기를 이루었다.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자 아이돌 그룹에서도 필요에 따라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뮤지컬 아이돌 1기(2003~2009) 


2003년 

바다(S.E.S) 페퍼민트 


2005년 

슈(S.E.S) 뱃보이 

옥주현(핑클) 아이다 


2006년 

조민아(쥬얼리) 달고나 

조은별(러브) 그리스 

김태우(god) 알타보이즈 


2007년 

조은별(러브) 러브 인 카푸치노 

한수연(LPG) 김종욱 찾기 

바다(S.E.S) 텔 미 온 어 선데이 

슈(S.E.S) 사랑은 비를 타고 

앤디(신화) 뮤직 인 마이 하트 

옥주현(핑클) 시카고 

유진(S.E.S) 댄서의 순정 

조민아(쥬얼리) 김종욱 찾기 


2008년 

조민아(쥬얼리) 온에어 

조은별(러브) 오디션 

희철(슈퍼주니어) 제너두 

강인(슈퍼주니어) 제너두 

대성(빅뱅) 캣츠 

바다(S.E.S) 미녀는 괴로워, 노트르담 드 파리 

박정민(SS501) 그리스 

손호영(god) 싱글즈 

승리(빅뱅) 소나기 

앤디(신화) 싱글즈, 폴라로이드 

오종혁(클릭비) 온에어 시즌2 

옥주현(핑클) 캣츠 


2009년 

옥주현(핑클)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이재진(FT아일랜드) 소나기 

제시카(소녀시대) 금발이 너무해 

조민아(쥬얼리) 렌트, 온에어 시즌3 

조은별(러브) 오디션 

바다(S.E.S) 노트르담 드 파리 

손호영(god) 올 슉 업 

승리(빅뱅) 샤우팅 

예성(슈퍼주니어) 남한산성



뮤지컬 아이돌 2기 2010~2013

앞 시기의 주인공이 옥주현, 바다였다면, 뮤지컬 아이돌 2기의 대표 주자는 단연 김준수다. 위의 표와 같이 2005년 옥주현의 진출 이후 뮤지컬에 진출하는 아이돌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뮤지컬에 진출하는 아이돌이 처음으로 전년에 비해 3명 감소(9명)했다가, 2010년에는 19명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2009년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 수가 줄어든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불황에 따른 뮤지컬 시장의 침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뮤지컬 시장이 위축되자, 아이돌이 뮤지컬에 진출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게다가 2008년 호기롭게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연예 기획사들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2009년도에는 뮤지컬에 참여하는 아이돌이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2010년 1월 <모차르트!>에 김준수가 출연하면서 반등됐다. 김준수는 이제껏 기록했던 뮤지컬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의 티켓 파워는 공연을 올릴 때마다 서버를 다운시키고, 매진 시간을 단축시켜 오던 뮤지컬계에서 절대적인 티켓 파워인 조승우를 능가했다. 3,000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의 15회 김준수 출연분 분량 4만5천여 장을 단 몇 분 만에 서버를 다운시키며 매진시켰다. 

김준수가 아이돌 팬덤의 힘을 제대로 과시하자, 제작사들은 제2의 김준수를 찾기 위한 아이돌 구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뮤지컬 시장에 진출했던 SM과 YG의 아이돌을 제외하고 뮤지컬 아이돌 1기는 주로 올드 아이돌이 참여했다면, 2기 뮤지컬 아이돌은 당시 가요계에서 가장 뜨거운 그룹의 멤버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궁>), 샤이니의 온유(<락 오브 에이지>, <형제는 용감했다), 슈퍼주니어의 규현(<삼총사>), 소녀시대 태연(<태양의 노래>), SS501의 김형준이 2010년 첫 뮤지컬 무대를 경험했다. 




2기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돌 캐스팅 위주로 구성된 공연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 작품에 한 명의 아이돌이 캐스팅됐다면, 2010년부터 여러 명의 아이돌이 참여하는 작품이 등장했다. 그 첫 작품이 록 클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크박스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였다. 1980~90년대 록을 기본으로 하고 록커가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아이돌의 출연이 자연스러웠다. 이 작품에 샤이니의 온유, 트랙스의 제이, 천상지희의 선데이와 다나 총 네 명의 아이돌이 출연했다. 그해 12월에는 엄기준, 유준상, 김무열 등의 연예인들과 슈퍼주니어의 규현, 선데이의 다나가 참여하는 <삼총사>가 올라가 각각의 팬들만으로도 객석을 가득 메웠다. <삼총사>는 2011년 공연에서도 슈퍼주니어의 규현, SS501의 허영생을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출연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점점 빈번해지고, 아이돌이 주축이 된 작품이 늘어났다. <페임>에는 소녀시대 티파니, 슈퍼주니어 은혁, 천상지희 린아, 트랙스의 김정모가, <늑대의 유혹>에는 슈퍼주니어 려욱, 천상지희 린아,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 등이 한 작품에 출연했다. 2012년에도 샤이니의 키와 소녀시대의 써니를 비롯 다섯 명의 아이돌이 참여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공연되기도 했다. 복수의 아이돌이 참여한 뮤지컬은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낮 공연의 경우 해외 관객 비중이 많게는 40%대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2012년에는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이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다수의 아이돌을 캐스팅해 국내에 해외 팬들을 유입하겠다는 전략은 물론, K-POP 열풍을 이용한 해외 진출까지도 염두에 두었다. 실제로 <삼총사>는 다수의 아이돌과 연예인 캐스팅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뮤지컬 아이돌 2기(2010~2013) 


2010년

예성(슈퍼주니어) 스팸어랏, 홍길동 

오종혁(클릭비) 쓰릴 미 

옥주현(핑클) 아이다, 몬테크리스토 

온유(샤이니) 락 오브 에이지, 형제는 용감했다 

유노윤호(동방신기) 궁 

제이(트랙스) 삼총사, 락 오브 에이지, 형제는 용감했다 

조은별(러브) 오디션, 십이야 

태연(소녀시대) 태양의 노래 

규현(슈퍼주니어) 삼총사 

김준수(JYJ) 모차르트 

김형준(SS501) 카페인 

다나(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대장금, 락 오브 에이지, 삼총사 

루나(f(x)) 금발이 너무해 

바다(S.E.S) 브로드웨이 42번가 

보람(티아라) 진짜진짜 좋아해 

선데이(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락 오브 에이지 

성민(슈퍼주니어) 아킬라, 홍길동 

손호영(god) 올 슉 업 

수현(유키스) 코러스라인 


2011년
티파니(소녀시대) 페임 

허영생(SS501) 삼총사 

규현(슈퍼주니어) 삼총사 

김규종(SS501) 궁 

김사은(바나나걸) 사랑은 비를 타고 

김정모(트랙스) 페임 

김준수(JYJ) 모차르트, 천국의 눈물 

데니안(god) 위대한 캣츠비 

려욱(슈퍼주니어) 늑대의 유혹 

루나(f(x)) 코요테 어글리 

린아(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늑대의 유혹, 페임 

문희준(HOT) 오디션 

바다(S.E.S) 미녀는 괴로워 

박규리(카라) 미녀는 괴로워 

박형식(제국의 아이들) 늑대의 유혹 

선데이(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젊음의 행진 

성민(슈퍼주니어) 잭 더 리퍼 

양요섭(비스트) 광화문연가 

오종혁(클릭비) 오디션 

옥주현(핑클) 몬테크리스토, 아가씨와 건달들 

은혁(슈퍼주니어) 페임 

장희영(가비엔제이) 코요테 어글리 JOO 젊음의 행진 


2012년 

이창민(2AM) 라카지 

장현승(비스트) 모차르트 

전지윤(포미닛) 내 사랑 내 곁에 

정은지(에이핑크) 금발이 너무해 

제시카(소녀시대) 금발이 너무해 

JOO 캐치 미 이프 유 캔 

키(샤이니) 캐치 미 이프 유 캔 

한수연(LPG) 총각네 야채가게 

규현(슈퍼주니어) 캐치 미 이프 유 캔 

김동준(제국의아이들) 캐치 미 이프 유 캔 

김성규(인피니트) 광화문연가 

김준수(JYJ) 엘리자벳 

남우현(인피니트) 광화문연가 

다나(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락 오브 에이지, 캐치 미 이프 유 캔 

바다(S.E.S) 모차르트! 

산들(B1A4) 형제는 용감했다 

선데이(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환상의 커플 

성민(슈퍼주니어) 잭 더 리 

송승현(FT아일랜드) 잭 더 리퍼 

슈(S.E.S) 부활 더 글든데이즈 

써니(소녀시대) 캐치 미 이프 유 캔 

옥주현(핑클) 황태자 루돌프, 엘리자벳 


2013년 

예은(원더걸스) 삼총사 

오종혁(클릭비) 쓰릴 미, 그날들, 웨딩싱어 

옥주현(핑클) 엘리자벳, 위키드, 레베카 

이재진(FT아일랜드) 하이스쿨뮤지컬 

이창민(2AM) 삼총사, 잭 더 리퍼, 친구 

임시완(제국의아이들) 요셉 어메이징 

조권(2AM)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준케이(2PM) 삼총사 

키(샤이니) 보니 앤 클라이드 

한수연(LPG) 김종욱 찾기, 남자가 사랑할 때 

규현(슈퍼주니어) 삼총사 

김사은(바나나걸) 삼총사 

김준수(JYJ) 엘리자벳, 디셈버 

다나(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보니 앤 클라이드 

려욱(슈퍼주니어) 하이스쿨뮤지컬

루나(f(x)) 하이스쿨뮤지컬

린지(피에스타) 하이스쿨뮤지컬

민후(익사이트) 미스터 온조

바다(S.E.S) 노트르담 드 파리, 카르멘, 스칼렛 핌퍼넬 

박세미(쥬얼리) 미스터 온조 

박형식(제국의 아이들) 보니 앤 클라이드 

서은광(비투비) 총각네 야채가게 

선데이(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하이스쿨 뮤지컬 

양요섭(비스트) 요셉 어메이징



뮤지컬 아이돌 3기 2014~현재


뮤지컬 아이돌 2기와 3기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앞선 기수에서처럼 아이돌 캐스팅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획기적인 성공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과 지금의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그 첫 번째는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2013년부터 서서히 이루어졌다. 앞서 제시한 연도별 뮤지컬에 출연한 아이돌 수와 작품 수를 보면, 2013년 뮤지컬에 참여한 아이돌은 24명으로 전년에 비해 2명 증가한다. 그러나 2013년 아이돌이 참여한 작품이 34편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0편이나 늘었다. 이는 2013년 한 해 동안 여러 편에 출연한 아이돌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4년 아이돌이 참여한 뮤지컬이 무려 53편이다. 한 해 서울 지역에 올라가는 뮤지컬을 200편이라고 봤을 때 25%가 넘는 작품에 아이돌이 참여했던 셈이다. 올해는 36편으로 감소했지만(11월까지의 합계)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다. 올해 11월 서울에서 올라가는 뮤지컬 중 내한 공연을 제외하면 35편 정도가 공연된다. 그 중 8편에 아이돌이 출연한다. 20%가 조금 넘는 수치다. 이제는 캐스팅을 할 때 자연스럽게 아이돌을 물색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아이돌 캐스팅의 의존도는 높아진 반면, 아이돌 캐스팅이 일상화되다 보니 예전에 비해 홍보 효과는 떨어졌다. 더 이상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은 사건이 아니다. 

이 시기 2008년 한차례 도전했던 연예 기획사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다수의 아이돌 스타가 속해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를 설립하고 지난해 <싱잉 인 더 레인>에 이어, 올해 <인 더 하이츠>를 선보였다. 슈퍼주니어, 엑소, 소녀시대 등 자사의 아이돌을 출연시켜 주목을 받았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매진 기록을 이어갔던 김준수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씨제스컬쳐를 출범한 후 공연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뮤지컬 배우를 영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뮤지컬계에 뛰어들었다. 올해 선보인 <데스노트>는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인 첫 테이프를 끊었다. 

연예 기획사의 진출은 파괴력 있는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을 가능하게 해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하고 시장 자체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건은 이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뮤지컬을 제작하고, 자사의 아이돌을 관리하느냐다. 또한 기존의 작품으로 성공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뮤지컬 아이돌 진출 양상은 또 한 번 크게 변할 것이다. 




아이돌 캐스팅의 명과 암


뮤지컬에 아이돌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어색할 정도로 아이돌 캐스팅은 일반화되었다. 제작사에서 아이돌 캐스팅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티켓 파워이고, 다른 하나는 홍보 효과이다. 아이돌의 티켓 파워는 웬만한 뮤지컬 배우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굉장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힘이 예전만 같지 않다. 현재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연의 티켓 상황을 살펴보았다. 공연을 앞둔 <베르테르>의 경우 슈퍼주니어 규현이 출연하는 11월 27일, 29일 공연 회차 티켓 상황(10월 20일 기준)은 27일(금) R석 42석, S석 46석, A석 45석, 29일(일 낮 공연) R석 38석, S석 84석, A석 2석이 남아 있었다. 비슷한 날짜의 조승우, 엄기준 캐스팅 티켓 사항을 살펴보니 조승우가 출연하는 26일(목) 공연은 R석 25석, S석 87석, A석 매진, 엄기준이 출연하는 28일(토 낮) 공연은 R석 69석, S석 14석, A석 5석이었다. <베르테르>의 경우는 규현 이외의 캐스트 역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이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비스트의 손동운이 출연하는 <위대한 캣츠비 RE:BOOT>의 경우 아이돌과 다른 캐스트 사이에 예매 상황은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공연 관계자 A에 따르면 “아이돌 출연 티켓은 판매를 오픈하고 공연 초반 티켓 판매가 높게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성은 약하다”고 한다. 캐스팅 발표 후 반짝이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힘을 발휘하는 아이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공연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형제는 용감했다>의 경우 보이프렌드 동현이 출연하는 날과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는 날의 잔여 티켓이 별 차이가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는 날의 티켓이 덜 남아 있었다. <고래고래>의 경우도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의 잔여 티켓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돌이 다수 출연하는 <인 더 하이츠>와 <신데렐라>의 상황은 어떨까? 두 작품 모두 9월 초에 오픈하여 11월 폐막을 예정하고 있다. 10월 20일을 기점으로 10월 말까지 인터파크의 티켓 잔여량을 살펴보았다. <인 더 하이츠>의 경우 엑소의 첸이 출연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아이돌 캐스팅은 절반 정도의 티켓이 남아 있었고, <신데렐라>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엑소의 첸이 출연하는 날에도 완판시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VIP석은 10여 장, R석은 70~80장 정도 남아 있었다. 더 이상 아이돌 캐스팅이 예전 같은 티켓 파워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공연 관계자 B는 “아이돌의 티켓 파워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최근 경기 악화와 과열된 경쟁 때문에 전반적으로 티켓 판매가 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아이돌이기 때문에 이 정도 판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티켓 판매처에 남아 있는 아이돌 출연 날과 뮤지컬 배우 출연 날의 티켓이 정확히 그들의 티켓 파워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프로모션으로 미리 빼놓는 티켓은 주로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제작사가 명확히 오픈하는 자료가 아닌, 티켓 예매 사이트에 남아 있는 수치로만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아이돌이라고 해도 티켓 파워에는 차이가 있다.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됐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티켓 파워는 공연 초반과 후반, 팬덤의 강도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아이돌 출연으로 인한 홍보 효과만큼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의 제작 발표회와 그렇지 않은 작품의 제작 발표회에 대한 매체 관심도는 서너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가 출연할 때는 공연 담당 기자들이 주로 움직이지만, 아이돌이 출연하면 공연 담당 기자 이외에 훨씬 더 많은 연예 담당 기자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돌이 방송에 출연해 가볍게라도 작품을 노출시켜 준다면 그 효과는 그 어떤 광고보다도 크다. 예전에는 아이돌이 연기에 익숙하지 않고 연습량이 부족해 작품에 해를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쁜 일정과 잦은 해외 스케줄로 연습 참여를 많이 할 순 없지만 참여하지 못한 날의 연습 영상을 통해 미리 숙지하고 연습해 오는 열정을 보여 오히려 팀에 좋은 자극을 주기도 한다. 뮤지컬에 참여하는 아이돌의 노력으로 팀 내에서 이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 뮤지컬 배우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옥주현, 바다, 김준수는 물론이고, 슈퍼주니어의 규현, 려욱, 비스트의 양요섭, f(x) 루나, 천상지희 다나, 애프터스쿨의 가희 등은 뮤지컬에 잘 안착해, 뮤지컬 출연이 외도가 아니라 병행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품은 많고 티켓 파워가 있는 주연급 배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돌 캐스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심지어 뮤지컬 제작자들은 아직 뮤지컬에 진출하지 않은 2PM의 닉쿤, 빅뱅의 탑, JYJ의 김재중, CNBLUE의 정용화, 아이유, 씨스타의 효린 등의 캐스팅에 욕심을 내기도 한다. 아직도 뮤지컬 시장에 좋은 자극이 될 아이돌은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아이돌에 의존도가 높은 환경은 위험하다. 현재 비정상적인 제작 구조가 아이돌 캐스팅으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돌 캐스팅의 의존도를 높여 간다면 높은 개런티로 인해 왜곡된 제작비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과열된 시장에서 아이돌은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면서, 지나친 아이돌 캐스팅에 의존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뮤지컬 시장의 체질을 악화시킬 것이다.



뮤지컬 아이돌 3기(2014~현재) 


2014년 

장현승(비스트) 보니 앤 클라이드 

정은지(에이핑크) 풀 하우스 

제이(트랙스) 싱잉 인 더 레인 

조권(2AM) 프리실라 JOO 풀하우스 

준케이(2PM) 삼총사 

지오(엠블랙) 서편제, 바람의 나라 

천둥(엠블랙) 문나이트 

초아(AOA) 하이스쿨뮤지컬 

키(샤이니) 보니 앤 클라이드, 삼총사, 조로 

한수연(LPG) 트루시니스, 정글라이프 

가희(애프터스쿨) 올 슉 업, 보니 앤 클라이드 

규현(슈퍼주니어) 해를 품은 달, 싱잉 인 더 레인, 그날들 

김동준(제국의아이들) 올 슉 업 

김사은(바나나걸) 삼총사 

김준수(JYJ) 드라큘라 

김태우(god) 로스트 가든 

김형준(SS501) 카페인 

다나(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삼총사 

레오(빅스) 풀하우스 

려욱(슈퍼주니어) 여신님이 보고 계셔 

록현(백퍼센트) 총각네 야채가게 

리키(틴탑) 총각네 야채가게 

린아(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지킬 앤 하이드 

박형식(제국의 아이들) 보니 앤 클라이드, 삼총사

백현(엑소) 싱잉 인 더 레인 

보람(티아라) 로스트 가든 

산들(B1A4) 올 슉 업 

서현(소녀시대) 해를 품은 달 

선데이(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싱잉 인 더 레인, 조로 

성민(슈퍼주니어) 삼총사 

손호영(god) 올 슉 업 

송승현(FT아일랜드) 삼총사 

승호(엠블랙) 문나이트

써니(소녀시대) 싱잉 인 더 레인 

양요섭(비스트) 풀 하우스, 조로 

예은(원더걸스) 삼총사 

오종혁(클릭비) 그날들, 공동경비구역 JSA, 블러드 브라더스 

옥주현(핑클)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유지(베스티) 풀하우스 

이창민(2AM) 카페인 2015년 

가희(애프터스쿨) 신데렐라 

규현(슈퍼주니어) 로빈훗, 베르테르 

김규종(SS501) 사랑은 비를 타고 

김성규(인피니트) 인 더 하이츠 

김정모(트랙스) 고래고래 

김준수(JYJ) 데스노트 

다나(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로빈훗, 위대한 캣츠비 

동현(보이 프렌드) 형제는 용감했다 

려욱(슈퍼주니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아가사 

루나(f(x)) 인 더 하이츠 

바다(S.E.S)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박세미(쥬얼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산들(B1A4) 신데렐라 

서현(소녀시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손동운(비스트) 위대한 캣츠비 

손호영(god) 고래고래 

신우(B1A4) 체스 

양요섭(비스트) 로빈훗, 신데렐라 

옥주현(핑클) 엘리자벳, 

웨이(크레용팝) 사랑은 비를 타고 

유지(베스티) 드림걸즈 

이창민(2AM) 오디션, 고래고래 

조권(2AM) 체스 

천둥(엠블랙) 총각네 야채가게 

첸(엑소) 인 더 하이츠 

초아(크레용팝) 덕혜옹주 

켄(빅스) 체스, 신데렐라 

키(샤이니) 체스, 인 더 하이츠 

한수연(LPG) 매의 아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6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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