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연이 거쳐 간 그곳 <터미널>
우란문화재단의 공연 포스터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그건 바로 이미지와 색채를 최대한 절제하고 한 가지 포인트에만 집중한다는 것. 올해 공연한 무용극 <클럽 살로메>에서 분홍색 배경에 손을, 뮤지컬 <씨 왓 아이 워너 씨>에서 노란색 배경에 눈동자를 포인트로 내세운 것이 그 예다. 작품의 매력을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로 응축한 이들 포스터는 잘 벼린 칼처럼 뇌리에 박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처럼 단순함을 무기로 한 우란문화재단의 포스터는 강명석·전용철 실장이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비스타디아’의 작품이다. “보통 대본이나 연습 장면을 보면서 디자인을 구상해요. <클럽 살로메>의 경우, 연습실에서 느꼈던 에너지가 포스터에서도 그대로 느껴지길 바랐죠. 이지나 연출님은 이 작품에서 광기 어린 분위기를 추구하셨는데, 강렬한 손의 이미지로 그 독특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려 했어요. 라이선스 뮤지컬인 <씨 왓 아이 워너 씨>는 오리지널 로고에서 컬러와 이미지를 가져오되, 눈동자를 패턴화하여 새로움을 더했고요.”
<터미널>의 포스터 역시 이러한 ‘원 포인트’ 디자인의 연장선에 있다. 우란문화재단과 맨씨어터가 공동 제작하여 2013년 초연을 올린 <터미널>은 터미널을 배경으로 한 아홉 가지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연극. 포스터는 그 안에서 다양성과 연결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한다. “<터미널>은 형식이나 내용에서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구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며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들이 개별적인 사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죠. 그래서 지구를 가운데 놓고 ‘터미널’이라는 글자로 길을 냈어요.” 수많은 장소로 이어진 수 갈래 길이 교차하는 그곳, 터미널.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던 관객은 포스터를 보며 새삼 되새길지 모른다.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 터미널이 실은 이 거대한 세상의 축소판이란 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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