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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칼럼] 뮤지컬 창작을 구체화하는 문, 리딩 쇼케이스

글 |최승연(뮤지컬 평론가) 사진 |아이스톡 2024-10-31 872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가 매월 주목할 만한 뮤지컬계 이슈를 심도 있게 들여다봅니다.

 


 

 

10월은 각종 지원사업의 뮤지컬 리딩 공연이 몰려있는 달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과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지원 창작 프로젝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단체의 예비예술인 최초발표 지원사업’,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뮤지컬 아카데미 등이 10월 15일~20일 사이에 모두 리딩 쇼케이스로 올해 사업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의 ‘Into the Creation’, 사업화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한국뮤지컬협회의 뮤지컬 쇼케이스, 반대로 ‘예술단체의 예비예술인 최초발표 지원사업’을 3년째 수행 중인 네버엔딩플레이의 N.E.P.FLIX가 모두 1년 동안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10월에만 리딩 공연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플랫폼 기관인 HJ컬쳐의 ‘“Make a Creative” 우수 공연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젝트’(11월/12월), 12월에 내부 리딩으로 1년 사업을 결산하는 CJ문화재단의 CJ스테이지업, 보통 상반기에 쇼케이스까지 완료되는 라이브㈜의 글로컬라이브, 3월에 열리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실연심의 리딩 공연, 시범 공연 단계까지 완성한 작품을 공연화 단계로 발전시키는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7월), 대구의 뮤지컬과 대구 지역 예술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구 지역 창작자의 최초 예술을 지원하는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리딩 공연(7월) 등 거의 1년 내내 뮤지컬 리딩 공연이 활발하게 올라가고 있다(아래 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지원사업의 주최/주관, 플랫폼 기관을 정리한 것이다). 

 

 

공공의 장에서 모두가 함께 창작하기

리딩 공연의 1차 목표는 작가와 작곡가로 구성된 창작진들의 아이디어가 공연화 가능한 것인지, 만약 가능하다면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지 가늠하고 구체화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 ‘과정’이다. 만약 과정이 이상적이라면, 그 흐름을 따라 공연의 ‘개념’과 ‘콘셉트’가 점차 발견될 것이며 공연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여러 수정과 확인 작업을 거치며 인물과 극적 상황의 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음악 역시 점차 대사 및 가사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장면을 만들고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공연화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결과물을 이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창작진은 물론이고 연출과 음악감독, 그리고 배우를 주축으로 한 프로덕션 전체가 함께 창작 주체가 된다는 점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연 결과물은 프로덕션 전체가 협업하여 만들어낸 그 ‘무엇’이며, 창작진의 작업은 그 ‘무엇’을 확인한 이후부터 ‘공연화’라는 더 길고 어려운 싸움으로 돌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딩 공연의 결과물은 그 과정만큼 언제나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유지되어야 할 것

그러나 리딩 공연이 항상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먼저 프로덕션 내부로 보자면, 창작진의 경험이 다른 파트 인력의 경험보다 현저히 부족할 경우 보이지 않는 ‘위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위계는 오로지 어느 한 편의 문제만은 아닌데, 종종 창작진의 경험과 역량 부족에 실질적인 원인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품 외부적으로는, 리딩 공연을 시간 내에 감당할 수 있는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배우들의 겹치기 (이상의) 출연은 리딩 공연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연습 스케줄 짜기부터 준비 과정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리딩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과 역량은 무엇일까? 물론 공연의 첫 출발을 숙달된 배우들과의 협업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프로덕션의 방향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리딩 공연이 지원사업 안에서 일종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배우들의 티켓 파워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는 ‘작품’이라는 본질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리딩 공연에 참여하여 작품 분석과 초기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쓰고자 하는 배우의 니즈와 프로덕션의 기획 방향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 본질에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관련하여 또 다른 상황이 있다. 현재 리딩 공연까지 진행된 이후 폐기 처분되는 작품이 공연화되는 작품보다 훨씬 많다. 또한 본공연까지 완성되었지만 레퍼토리로 정착하지 못하고 1회성으로 사라지는 작품들 역시 적지 않다. 이는 분명 소모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누적되고 있을까? 1차적으로는 지원사업 결과물의 최종 수위가 ‘모두’ 리딩 공연에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프로덕션별로 진행 상태에 따라 수위 조절이 탄력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창작진 스스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이 열릴 것이라 기대된다. 최종 결과물 공개 범위를 일반 관객까지 포함할지 내부로만 한정할지도 더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작품 내적으로 더욱 문제적인 것은 창작진들이 공연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지불식간에 어떤 공식을 내면화하는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대부분의 리딩 공연은 2-3인 혹은 최대 5인 이하의 중소극장 규모로 한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연의 사이즈에 맞게 인물들 사이의 관계성 중심의 서사나 소재주의에 함몰된 아이디어가 다수 제출되고 있다. 작곡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음악을 따라가는 비슷비슷한 패턴이 작품별 차이를 지우는 경향이 발견된다. 새로운 활력이 지원사업 전체에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딩 공연은 한국 뮤지컬의 ‘미드필더’와 같다. 현장에 적절하게 작품을 배급하고 필요할 때는 충분히 작품을 숙성시켜 작품별로 고유한 운명과 타이밍을 만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최종적으로 골대 안에 충만한 가능성으로 무장된 작품을 넣게 만드는 것, 이 모든 과정을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충분한 역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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