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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NTERVIEW] <렛미인> 박소담 [No.148]

글 |배경희 사진 |표기식 2016-02-04 5,933

단단한 눈빛


2015년 영화계가 뽑은 새해의 기대주에서 올해의 신인 배우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박소담. 지난겨울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 들린 여고생을 그야말로 신들린 듯 연기해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가 차기작으로 택한 작품은 연극 <렛미인>이다. 외로운 뱀파이어 소녀와 왕따 소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자 성장담을 그린 <렛미인>에서 박소담은 또 어떤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갈까. 생애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박소담을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연기하는 즐거움


인터뷰 하러 오기 전에 소담 씨 인스타그램을 봤는데, 일라이를 사랑하는 하칸하고 같이 있는 걸 올렸던데요? 일라이가 사랑하는 오스카가 아니라?
아, 요즘 하칸과의 전사(과거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어서요. 그리고 그 사진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기도 해서, 이런 느낌으로 연습을 시작하자 하는 마음으로 올린 거예요. 오스카랑 찍은 사진은 좀 더 나중에, 아마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즈음 올릴 건데, 그때 마음은 지금하고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막 연습이 시작돼서 한창 정신이 없을 때죠? 연습하는 건 어때요?
저 혼자 일라이에 대해 생각했던 걸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하며 나눌 수 있는 거? 그게 제일 재밌어요. 덕분에 머릿속은 엄청 복잡해졌지만. 근데 작품을 하다 보면 머리가 막 복잡하다 고민들이 한 번에 딱 풀리는 순간이 오거든요. <렛미인>은 그게 언제가 될지 아직 몰라도, 이번 작품이 되게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계속 들어요. 제 관리만 잘하면 멋진 작품 만들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기대도 되고.


한 역을 다른 배우하고 번갈아 연기하는 것도 기대되지 않아요?
네, 이런 경험 자체가 처음이라 연습이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했어요.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면 상상력이 닫힐까봐 걱정되기도 했고요. 사실 아직은 (더블 캐스트) 언니랑 얘기를 많이 해야 하는 건지, 안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연습이 진행될수록 어떤 기분일지 저도 궁금해요.


아마 관객들도 소담 씨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무척 궁금할 거예요. 영화 <검은 사제들>로 한창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연극 무대에 선다고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니까.
<검은 사제들> 이후에 이런저런 러브콜이 많지 않냐고들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도 않아요. (웃음) 학교에서 연극으로 연기를 배워서 연극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었어요. 근데 이렇게 빨리 연극 무대에 설 줄은 저도 몰랐어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 촬영을 마치고 뭘 할지 안 정해져 있을 때 우연히 <렛미인> 오디션 소식을 알게 됐거든요. 사실 영화를 못 봐서 어떤 작품인지 잘 몰랐는데, 역할 설명만 봐도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제 나이와 이미지하고도 어울릴 배역 같았고, 일라이라는 인물 자체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뱀파이어 소녀라는 캐릭터에 마음이 움직인 거예요? 전작의 악령 쓰인 여고생 역할도 그렇고, 주로 사연 있는 비일상적 인물에 끌리나 봐요.
네, 지금까지 했던 역할만 봐도 평범한 역할은 거의 없어요. 다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죠. 단편영화 할 때부터 지금까지 쭉. 독특하고 사연 많은 역할만 할 거야 하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런 역할에 마음이 가나 봐요. 저도 모르게.


그런 캐릭터에서 흔히 말하는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검은 사제들> 찍을 때도 주위에선 다들 힘들지 않냐는데, 저는 촬영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요. 아마 연기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검은 사제들>로 정말 대단한 주목을 받았잖아요. 사람들에게 알려진 배우가 돼서 뭐가 제일 좋아요?
우선 <검은 사제들>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어요.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엑소시즘을 다루는 영화다 보니 관객 반응이 어떨지 가늠이 안 됐죠. 그런데 시사회 첫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우리 영화가 안 무섭고 되게 재밌다는 거예요. 조금 기대를 하면서 개봉 3~4일 차에 지방 무대 인사를 갔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그때 선배님들이 그러셨어요. 영화가 잘되고 있을 때 관객 앞에 서면 분위기가 다르다고. 그때 느껴지는 희열이 아마 배우 생활의 행복한 순간 3위 안에 들 거라고. 근데 진짜 짜릿했어요. 열심히 고생하고 노력해서 만든 작품을 관객분들이 아주 재밌게 봐주실 때의 짜릿함. 그게 제일 행복해요. 이번에도 그런 희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어요. 


관객들의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아요?
정말 하고 싶었던 연극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무대에 서게 돼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죠. 그런데 어느 정도는 부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연기가 마냥 재밌어서 했는데, 이번에 <검은 사제들>을 하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거든요. ‘즐겁게 한 걸로 만족!’ 이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오래 꿈꿔 온 무대


연기하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요?
네, 정말. 고 2때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는데, 아직도 그날의 두근거림이 생생해요. 배우들이 땀을 흘리면서 무대를 뛰어다니는 그 에너지가 열여덟 살인 저한테 굉장히 크게 다가왔거든요. 무대에 서는 직업을 갖게 되면 나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일 년 반 내내 계속.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서 학교(한예종)에 들어가서는 누구보다 즐기면서 학교 생활을 했고요. 저희 학교가 엄청 빡빡하기로 유명한데, 저는 동기 중에서 유일하게 휴학 한 번 안 하고 졸업을 했거든요. 학교 다니면서 단편영화도 엄청 찍어서 주위에서 너무 독한 거 아니냐고 그랬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힘들었다면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정말 그냥 재밌어서 계속할 수 있었어요.


그럼 이번 작품을 재밌게 잘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렛미인>은 뱀파이어물이라고 해도 어둡기보다 따뜻한 작품인 것 같아요. 너무나 외롭고 고독한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 저한테는 그게 제일 크게 다가왔어요. 물론 무섭고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그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인 것 같아요. 이번에 <렛미인> 연습을 하면서 학교 다닐 때 했던 어두운 청소년 극이 생각났는데, 그것도 상처 많은 소녀가 자기의 상처를 알아보는 또래의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서로 아픔을 치유해 가는 내용이었어요. 소년과 소녀가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어갈 때의 묘한 감정 있잖아요? 그걸 잘 살려내면 관객들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번에도 일라이와 오스카의 귀여운 사랑을 잘 살려내고 싶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괴기스러운 모습 말고 뱀파이어의 다른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수백 년 동안 소녀로 살아가는 일라이란 인물을 그려가는 소담 씨만의 방법 같은 게 있어요?
요즘 대본에 나와 있지 않는 전사를 글로 써서 인물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보고 있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해요. 예를 들면 일라이가 하칸을 만나기 전엔 어떤 사람을 만났을지. 또 그 전에는 어떤 사람을 만났을지. 일라이는 분명 누군가를 계속 만났을 텐데… 근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일라이는 정말 요물이구나 싶어요. (웃음) 주진모 선배님(하칸 역)도 저보고 일라이 너무 못된 거 아니냐고 계속 그러세요. (웃음) 제 생각에 일라이는 곁에 두고 싶은 사람에게 지킬 건 지키는, 말하자면 어마무시한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뱀파이어의 본능에 충실하다 보니 외로운 존재가 됐을 것 같아요. 너무나 외롭고, 외로운 만큼 계속 사랑을 원하는 인격체, 그게 일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렛미인>이 어떤 기억으로 남길 바라요?
사실 재작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개인적으론 좀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학교에선 연기하는 게 즐거웠는데, 졸업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예요. 보는 오디션마다 다 떨어지고, 여기저기 치이는 느낌도 힘들고, 내가 앞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작년에 찍었던 영화들이 지난해 개봉하기 전까진요. 근데 <렛미인> 오디션을 보면서 뭔가 좀 기분 전환이 됐어요. 한 시간 동안 워크숍 형식의 오디션을 보는데, 다시 학교 다닐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거든요. ‘맞아, 내가 즐거워서 연기를 했던 거지’ 하는 생각이 번쩍! 앞으로도 힘든 일은 계속 있겠지만, 즐겁게 꾸준히 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이 길을 택하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진짜 힘이 났어요. 그래서 <렛미인>으로 2016년 한 해를 시작하는 올해가 저는 정말 기대돼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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