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 2016년 뮤지컬 시장 전망 [No.148]

진행·정리 | 박병성 2016-02-15 5,723

2016년. 한때는 오지 않을 것 같은 해였던 그해가 현재가 되고 과거가 되는 걸 보면 신기하면서도 허망한 느낌마저 든다. 어쨌든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또 어떤 가슴 두근거리는 일들이 뮤지컬계를 수놓을까.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유희성 연출가,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겸 연출가에게 2016년 뮤지컬계를 예측할 만한 공통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어보았다. 전문가의 혜안으로 2016년 뮤지컬계를 조금 먼저 만나본다.




 2016년 뮤지컬 시장은 성장할까?

 예상하는 시장 규모는?


고희경  일단은 성장할 것이다. 메르스로 인해 예기치 못한 타격을 입었던 2015년보다는 성장할 것이지만 최근 15년간의 고속 성장의 추세(20%에 육박하는)에 비하면 다소 주춤할 것이다. 또한 1+1 티켓 정책의 여파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염려가 된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으로 2년간 제작 환경이 위축된 반면 2016년은 창작이나 라이선스에서 눈에 띄는 신작이 꽤 많은 편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었는데 2016년은 이런 추세에 변화가 예상된다. <마타하리>, <페스트>, <벤허> 등 창작뮤지컬 라인업이 기대의 중심. 중규모 신작 <말할 수 없는 비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창작뮤지컬 중에 기대작이 많다. 라이선스는 흥행이 보장된 작품들의 재연이 주류를 이룬다. 신작인 <보디가드>와 <뉴시즈>의 흥행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두 편 모두 주류 제작사의 작품인 만큼 대형 제작사에 영향을 줄 것이다.


원종원  뮤지컬 시장은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 다만, 외형적 성장이 내적 성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체 시장은 팽창하는데, 개개 회사의 제작 여건은 더욱 열악해지는 아이러니는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로 풀어야 한다. 고가의 티켓 가격과 지나치게 큰 공연장은 단기간에 매출을 극대화하는 콘텐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브랜드 파워가 검증된 수입 대형 뮤지컬에게 유리한 시장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고민 없이 너무 많은 대규모 극장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이 특히 문제다.


유희성  2016년 뮤지컬 시장은 소폭 성장할 것이다. 이미 검증받은 라이선스 뮤지컬의 앙코르 공연이 예정돼 있어 안정적인 시장 규모를 구축할 것이다. <뉴시즈>, <보디가드> 등의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과 <마타하리>, <페스트> 등 신작 대극장 창작뮤지컬이 경합을 벌여 자연스럽게 뮤지컬 시장이 붐업 될 것이다.


조용신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시장은 3천5백억 원대를 넘어 4천억 원대에 이르지 않을까 예상한다. 뮤지컬은 여전히 문화 상품 중에서도 산업화의 역사가 짧아 성장 단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고소득자의 뮤지컬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올해 뮤지컬계에
주요한 이슈를 두세 개 꼽는다면?


고희경  경계가 사라지는 뮤지컬 제작 환경. 국내와 해외, 뮤지컬과 대중음악 시장이 협업하거나 경쟁하는 제작 환경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해이다. <마타하리>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팀을 꾸리는 한국 제작사의 창작물이고, <보디가드>는 웨스트엔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의 작품이다. 제작에서 국내와 해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대중음악계의 뮤지컬 제작 본격화. <페스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 뮤지션과 제작사의 본격 뮤지컬 시장 진출작. 서태지 작곡, 제작의 창작물로 5년 이상의 준비 기간과 원작 소설의 완성도를 감안하면 결과에 따라 뮤지컬 제작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창작 지원 여건 변화. 뮤지컬 창작 신인을 위한 데뷔 채널이 다양화되고 있다. 2017년 개원 예정인 문화융합창조아카데미가 내년부터 사실상 운영에 들어가게 되면서 뮤지컬 창작 환경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원종원  창작뮤지컬의 도약 기대. 몇 년간 대형 창작뮤지컬이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어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꿈꾸게 한다. 창작뮤지컬의 흥행 신화를 기록하는 작품이 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창작 지원 프로그램의 성숙. 다양한 창작 콘텐츠 지원 프로그램들이 내년에도 여러 결실들을 낳을 것이다. 콘텐츠뿐 아니라 관련 인력, 특히 신인 창작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장이나 작품 제작의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EMK의 실험 지속 여부. 작품의 양적으로나 매출의 규모로나 EMK뮤지컬컴퍼니의 비약적 발전이 두드러졌다. 내년에는 창작까지 도전하니 그 결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희성  창작 지원 제도의 활성화로 인한 크리에이터들의 도전과 기회가 다양해질 것이다. 해외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는 제작 기반이 구축될 전망이다. 스태프나 배우들의 매니지먼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조용신  뮤지컬의 예술성에 대한 목마름이 반작용으로 나올 것이다. 뮤지컬은 상업성과 예술성이 양 날개로 지탱될 때 우수한 작품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렌트>, <스프링 어웨이크닝>, <원스> 등 비영리 극장과 상업 프로듀서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들이 특별한 개성으로 현대 뮤지컬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러한 작품들이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 상업 시스템 안에서 라이선스 뮤지컬 형태로 소개되었지만, 현재는 그러한 맥이 끊겼다. 최근 2~3년에는 중극장 규모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볼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공연 애호가들 중에서는 뮤지컬의 미래를 역설적으로 과거 그 시절에서 찾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예술성 있는 뮤지컬이 다시 기획되고 제작되는 움직임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차세대 프로듀서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흐름이 생길 것이다.  ? 비영리 극장의 활동 강화.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이 연극계에서 갖는 위상에 대비되는 뮤지컬계에서의 비영리 극장의 활동이 두드러질 것이다. 올해 왕성하게 활동한 우란문화재단의 프로젝트박스 시야의 내년 활동도 기대되며, 내년 봄 대학로에 새로 개관하는 CJ문화재단의 대학로 아지트 극장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2016년 초부터 문화예술위원회의 장기 대관으로 창작산실 뮤지컬 부문 지원작들을 선보이는 동숭아트센터와 아트원시어터 등 대학로의 주요 극장들에서도 예술성 있는 지원작들이 올라가면서 분위기를 일신할 것이다.




올해 뮤지컬 업계 이외에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사회적 이슈는 무엇일까?


고희경  총선. 국내외 경제 상황. 한류의 흐름.


원종원  지난 2년간 큰 사건 사고들로 문화계, 특히 뮤지컬계가 때아닌 된서리를 맞았다. 위축된 소비 심리가 문화산업을 얼어붙게 만드는 천재지변이었다. 다행히 올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은 해빙 모드가 지속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내년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정치권의 총선 바람이다. 선거와 공연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겠지만, 사회의 분위기나 정치권의 바람이 뮤지컬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정치권이 삶의 질이나 문화적 혜택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유희성  총선으로 인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환경이 어느 정도 공연계에 선악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용신  총선을 비롯한 정치적인 불안정은 뮤지컬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대형 뮤지컬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 뮤지컬은 경기 침체나 전염병과 같은 집객의 위험 요인이 아닌 단순한 정치에 대해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계속되는 정치 불안 속에서 총선 등 많은 정치 이슈들이 등장하겠지만 이로 인한 정치 무관심은 오히려 현실도피를 자극해 대형 상업 공연 관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상류층의 경우에 도드라질 것이고, 중산층 이하는 기업 구조 조정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문화비 지출이 다소 줄어들 것이다.




2016년에 기대되는 뮤지컬계 인물
(배우, 스태프, 프로듀서, 집단 등)과 그 이유는?


고희경  서태지. 창작뮤지컬 <페스트> 제작. 5년 이상의 준비, 90년대 문화 혁신 아이콘의 변신에 대한 기대. 대중가요 시장과 뮤지컬 시장의 ‘융합’ 결과가 주목된다.  EMK뮤지컬컴퍼니. 유럽 뮤지컬(비엔나 뮤지컬)의 한국 라이선스와 스타 캐스팅으로 제작 역량을 키운 제작사가 <마타하리>라는 글로벌 제작 뮤지컬을 창작한다. 그 성패에 따라 국내 창작뮤지컬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유사한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천국의 눈물> 실패 사례의 학습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원종원  움츠렸던 뮤지컬계가 기지개를 펴며 재도약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신인의 등장 못지않게 중견급 혹은 연륜의 관계자들이 내놓을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뉴시즈>, <마타하리>, <스위니 토드>, <페스트>,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작품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활동을 기대한다. 특히 내년은 중견 창작 제작진들의 도전과 실험을 크게 기대한다. 이지나 연출가, 이지혜 작곡가, 최종윤 작곡가의 행보를 주목한다.


유희성  씨제스컬쳐. 소속 아티스트인 김준수가 군입대를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것 같다.


조용신   고선웅. <아리랑>을 통해 특유의 연출력을 인정받아서 향후 전통이 깃든 창작뮤지컬 제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충무아트홀.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두 번째 대형 창작 <벤허>를 준비하고 있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다질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CJ E&M. 상업 제작자로서 별도로 크리에이터 랩을 3년간 운영하면서 그 결과물들을 시장에 내놓는 첫 해로서 그간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은?


고희경   창작 환경에 있어서는 신인 중심의 데뷔에 머물지 않고 전체 뮤지컬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 투명한 시장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제작사, 공연장이 협업, 정확한 시장 정보를 구축해야만 자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이 부분은 정부가 주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원종원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 환경의 개선. 여러 이권 단체나 협회 등의 경우, 리더가 바뀌면 지금까지의 추진 과제가 무시되거나 사라지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행정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국가의 실패’다. 국가 중심의 경제 행정 체제에서는 선출직 인사가 재임 기간 중 업적을 쌓기 위해 이전의 정책적 노선을 배격하거나 무시하고 새로운 정책 목표를 추구하지만, 결국은 실패의 반복만 가져왔다. 작금의 뮤지컬계가 처한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뮤지컬 산업이 지니고 있는 문제들과 개선 방향에 대한 폭넓은 공감이 있어야 할 것이며, 더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한 논의와 설계가 필요하다.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관심보다 굵직하고 큰 안목으로 목표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


유희성  불안정한 시장을 개선할 방안 마련. 제작 환경 개선, 투자를 독려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스태프들에 대한 대우도 높아져야 한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스타 캐스팅의 출연료 조정이 필요하다. 일부 배우와 스태프의 겹치기 출연으로 인해 연습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작품의 질 저하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조용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공연 콘텐츠 개발과 환경 구축. 다카라즈카처럼 지역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한국 뮤지컬만의 개성과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는 양식을 확립해야 한다.





한국 뮤지컬이 지향해야 하는 시장은
어떤 모습인가?


고희경  작품 중심의 시장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배우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관객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신뢰가 기본이다. 특정 연령의 제한된 관객층이 시장을 좌우하면서 작품의 내용이나 소재의 폭이 좁아지고 있고 비극적인 소재에 집중되고 있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유쾌한 장르로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다. 유쾌하고 건강한 작품이 주류가 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뮤지컬 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 작품이 한류 붐을 타고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원종원  뮤지컬 시장이 대중 친화적이며 대중문화로서의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 물론 획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비주류 시장에서의 다양한 실험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주류 시장의 형성이 전제되어야 오히려 이 같은 다양성을 보장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주류 시장도, 다양성도 형성되지 않았고 지향점도 불명확한 혼돈의 상황이다. 작품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그래서 제각각이다. 뮤지컬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장르가 지니고 있는 대중 문화적 속성의 극대화를 통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제작비나 매출의 규모 측면에서 뮤지컬은 대중 문화적 특성을 명확히 보이고 있다. 뮤지컬 인력들의 인식도 이를 따라야 할 것이다.


유희성  작품성 있는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인 제작 기반과 환경 마련. 창작 스태프들의 예우. 창작뮤지컬 제작 시 충분한 테크 리허설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용신  내수 시장에서 오프브로드웨이처럼 공연 애호가들을 1차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작품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한국 인구가 줄고 있다. 공연의 절대 관객도 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특히 90년대생 여자의 숫자는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듦)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작품(일단 잘 만들어야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저절로 글로벌이 됨)들을 독려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