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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YORK] <스쿨 오브 락> [No.148]

글 |여지현(뉴욕 통신원) 사진 |Matthew Murphy 2016-02-26 7,252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로큰롤의 에너지

영화를 뮤지컬 무대로 옮겨 오는 것은 최근 브로드웨이 동향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브로드웨이에서도 제작비가 점점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듀서들은 작품 흥행을 위해 대중에게 이미 잘 알려진 소재에 매력을 느낀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 주연으로 록 음악에 인생을 건 채 잉여의 삶을 살던 듀이가 대리 선생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그와 학생들이 각각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는 작품이다. 2003년 개봉 당시 나름 성공을 거둬 지난 2013년에는 출연진이 모여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스쿨 오브 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1980년대 브로드웨이에 영국 뮤지컬의 흥행기를 이끌었던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0여 년 만에 새로 선보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의 문법, 뮤지컬의 문법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대본과 구성을 충실히 따른다. 록 음악에 인생을 걸고 있던 듀이는 배틀 오브 더 밴드라는 록 음악 경연을 앞두고 밴드 멤버들과 색깔이 맞지 않는단 이유로 밴드에서 쫓겨나고, 그가 몇 년 동안 얹혀살던 친구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과 록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듀이는 친구 네드를 사칭해 엘리트 사립 초등학교의 대리 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부터 학생들과 삐걱거리던 듀이는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보고 그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어서 배틀 오브 더 밴드에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처음엔 떨떠름해하던 아이들은 록 음악이 주는 폭발성과 듀이의 열정에 점점 동화돼 결국 까칠한 교장과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틀 오브 더 밴드에 참여하게 된다. 배틀 오브 더 밴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듀이가 자신의 꿈을 펼치고 아이들도 부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는다는 점에서 영화나 뮤지컬에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영화가 무대로 옮겨지면서 추가된 이야기들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듀이와 교장 선생님 간의 사랑 얘기와 아이들과 부모와의 갈등 구조다. 영화에서 살짝 암시만 줬던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은 1막 중간 아이들이 부르는 ‘내 얘기를 들어주기만 한다면(If Only You Would Listen)’을 통해 부모님들의 기대에 부합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드러난다. 밴드의 드러머인 프레디는 제대로 된 숙제는 안 하고 음악만 듣는다고 혼나고, 밴드의 디자이너인 빌리는 몰래 패션 잡지를 보다가 여성스러운 아들을 못마땅해하는 아빠에게 들켜 혼이 난다. 기타리스트인 잭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아빠에게 얘기해 주려 하지만 전화기만 붙들고 있는 바쁜 아빠는 아들의 얘기를 들어줄 틈이 없다. 그리고 반에서 말없이 조용히 지내는 토미카는 이제 막 전학을 와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해 심난한데 게이 아빠들은 그런 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 얘기를 들어주기만 한다면’은 반항적이라기보다는 언젠가 내 얘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착한(?) 느낌의 노래로 이 아이들이 로큰롤을 통해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원스>가 무대로 옮겨질 때도 그랬지만, 영화에서 미세하게 전해지는 감정이 음악이 있는 뮤지컬 무대에서는 좀 더 겉으로 표출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이 노래가 아이들의 불만을 무대 위에서 대놓고 표현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연결이 다소 매끄럽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뮤지컬에서 새로 추가된 듀이와 교장 선생 로잘리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별다른 연결 고리가 없던 로잘리와 듀이는 2막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갑자기 서로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갑작스러워 인물과 내용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았던 로맨스를 굳이 추가한 것은 뮤지컬 코미디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영화는 감정을 아주 세밀하게 밀착해서 전달할 수 있는 반면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은 표정이라든가 작은 몸짓을 통한 표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감정을 좀 개괄적으로 전달하게 된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의 가장 큰 매력은 듀이가 록 음악에 대해 품고 있는 진솔한 열정을 통해, 그가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진짜 선생님으로 거듭나고 틀에 박힌 기대 속에 갇혀있는 아이들이 록 음악으로 그 틀을 벗어던지고 진실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겪는 변화에 있었다. 듀이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올라간  윈터가든 극장은 브로드웨이 극장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어서 세밀한 감정 전달이 용이하지 않다. 이 지점이 바로 뮤지컬 버전으로 옮길 때 창작자들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다.


무대라는 매개체가 갖는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뮤지컬은 영화에서 기대할 수 없는 생동감이 있다. 뮤지컬은 음악과 안무, 연기를 통해서 카메라가 할 수 없는 줌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이러한 무대 효과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이다. 아쉬움을 남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  원작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는 록 음악이었다. 록은 듀이에게는 버릴 수 없는 열정이었고, 아이들에게는 학교 바깥의 세계를 알아가는 통로였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어른들에게는 한때 자유로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곡은 없었지만 록이 지닌 정신은 분명하게 전달이 되었다. 그렇지만 뮤지컬에서는 애석하게도 록 음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물론 몇몇 노래는 충분히 에너지가 넘친다. 듀이가 쫓겨난 밴드, 노 베이컨시가 공연의 초반과 경연 대회에서 부르는 ‘나는 너한테는 아까워(I Am Too Hot for You)’라든가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곡으로 쓰이는 ‘잘난 놈들에게 반항하기(Stick It To The Man)’는 작품의 전반적인 에너지와 웃음 코드를 잘 담아낸다. 또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새로 쓴 노래는 아니지만 원작에도 쓰였던 밴드의 주제곡 ‘스쿨 오브 락’은 무대 위에서 아이들의 에너지로 작품의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할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따져봤을 때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듣기에 거슬리지 않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 스타일의 록, 로큰롤, 록 발라드로 이루어진 음악은 연결 고리 없이 제각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무대 위에서 들리는 록 음악은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연결하는 자연스럽고 중심적인 고리라기보다는 작위적이고 주변적인 장신구처럼 여겨졌다.


극이 아쉬움을 남긴 데는 알렉스 브라이트만이라는 배우와 작품이 올라간 극장도 한몫한 것 같다. <마틸다>와 <글로리 데이스>에 출연해 브로드웨이에 얼굴을 알린 브라이트만은 영화에서 잭 블랙이 연기한 듀이를 맡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폭발적인 에너지에 좀 더 섬세하게 표현되어야 했을 아이들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희생됐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이 없는 듀이의 캐릭터는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극 전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전한다기보다는 그저 영화의 줄거리를 답습하는 데에서 그친 느낌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잭 블랙이라는 전무후무한 배우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연기한 브라이트만의 노력과 에너지에 박수를 보내줘야 하겠지만, 끝내 잭 블랙의 아우라를 지울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아쉬움을 채우는 아역 배우들

아이들이 등장하는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성인 배우들을 뛰어넘는 아역 배우들의 깜찍함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아이들이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악기를 다루기 때문에 아역 배우들이 주가 되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그들의 재능이 더욱 돋보였다. 거의 자기 몸집만 한 일렉트릭 기타나 베이스, 드럼, 키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잭의 역할을 맡은 브랜든 니더라워인데, 그는 기타 실력으로 토크 쇼 <엘렌 드제네레스 쇼>에도 출연했던 12세의 기타 신동이다. 처음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운지와 스트로크를 보여주는데, 마지막 밴드의 경연 대회에서 보여주는 솔로는 앞으로 배우와 뮤지션으로서 얼마나 더 성장할지 큰 기대를 걸게 만들어준다. 또한 썸머 역할로 등장하는 이사벨라 루소와 토미카 역할로 등장하는 바비 맥켄지 역시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데 긴장하지 않고 당돌하게 대사를 치고 노래를 하며 자신의 몫을 해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다는 것

부정적인 얘기들을 많이 쓰긴 했지만, 작품이 영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영화를 보기 전에 공연을 봤고, 공연을 보고 아쉬운 마음에 영화를 다시 보고 리뷰를 썼는데, 영화를 이미 재밌게 본 관객들이라면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충실히 무대로 옮긴 점에 대해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물론 잭 블랙의 부재는 아쉽겠지만). 아이들과 듀이가 밴드 경연 대회에서 신 나게 공연을 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재능에 대해 감탄하게 되며 그 흥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서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일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스크린을 통해 가깝게 그려지는 감정들을 뮤지컬 무대로 옮겨 오기 위해서는 음악과 연기, 안무, 연출, 그리고 공간 그 모든 것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원스>가 뮤지컬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서 그 호흡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고, <빅 피쉬>가 브로드웨이에서 실패했던 것은 영화적인 상상력을 연극적인 상상력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스쿨 오브 락>의 창작자들은 <원스>와 <빅 피쉬> 중간 어디쯤에서 타협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충실하게 따르되 어떤 부분에서는 뮤지컬의 문법을 차용하려고 노력했다. 비주얼을 만들어낸 조명디자이너 나타샤 캣츠와 무대·의상디자이너 애나 루이조스(무대와 의상을 담당했지만 무대보다는 의상이 인상적이었다)의 역할은 특히 주목할 만했다. 뻔한 일상과 록의 이상향을 조명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분 짓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엇갈린 평가 속에 지난 12월 6일 정식 오픈한 <스쿨 오브 락>은 아직까지는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브로드웨이도 한국만큼이나 흥행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얼마나 오랫동안 인기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작품의 에너지와 타깃 관객층, 그리고 많이 바래긴 했어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지닌 브랜드를 생각할 때 적어도 어느 정도는 상승세를 지속해 나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잘난 사람들에게 착하게 대드는 재능 있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보고 싶다면 적어도 그 기대는 충분히 충족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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