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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디셈버> NEW 박준경 본부장 [No.123]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3-12-12 4,817

뉴의 진검 승부

 

2013 뮤지컬 키워드에는 ‘김광석’이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세 편이 연달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에 좋은 흥행 성과를 올린 <그날들>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이어 오는 연말 <디셈버>가 마지막 주자로 무대에 오른다. <디셈버>는 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영화사 뉴가 제작하면서 기대의 중심에 떠오른 작품. 뉴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뮤지컬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걸까. 뉴의 공연사업부 박준경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같은 콘텐츠 전쟁 시대에, 미디어 기업이 타 장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별로 이상하거나 놀랍지 않다. 다만, 뉴의 다음 스텝이 영화에 좀 더 인접한 드라마가 아닌 뮤지컬이라는 점은 좀 흥미로웠다.
요즘엔 결국 콘텐츠 싸움이다.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대부분의 미디어 기업들이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지향하는 추세고, 우리 역시 영화만 고집할 생각은 없었다. 영화로 출발하되, 점차 다양한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가자는 게 뉴의 창립 비전이었으니까. 공연 사업도 관심 분야 중 하나였지만, 사실 어느 시점에 공연계에 뛰어들겠다 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시작한 음반 사업을 통해 김광석의 저작권 관리 회사를 알게 되면서, 다소 갑작스럽게 이런 큰일을 벌이게 됐다. (웃음) 뮤지컬 제작은 어떻게 보면 우연한 기회에 이뤄진 일이다. 우리끼리는 이번 <디셈버>가 운명이라고 이야기한다.


김광석 노래의 저작권을 확보하면서 뮤지컬을 구상하게 된 건가.
그렇다. 김광석 노래 저작권을 하나둘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김광석의 곡들은 함께 나이 먹어갈 수 있는 노래라서, 이걸 잘 만들면 국민 뮤지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광석이 작곡한 노래를 상업적인 공연에서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던데, 뉴가 자본이나 유통망으로 승부하지 않고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뉴가 제작하는 뮤지컬이라면, 하는 믿음을 가져줬다고 할까. 마침 2014년이 김광석 탄생 50주년이어서, 뮤지컬 작업이 빠르게 구체화됐다. 뭐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서 밀어붙이는 게 원래 우리 스타일이기도 하고. (웃음)   

 

처음엔 뉴가 창작뮤지컬 제작으로 공연 사업에 뛰어든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됐다. 좋은 영화 콘텐츠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왜 무비컬이 아니라 순수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려는 걸까, 의아했다. 김광석 이야기를 들으니,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사실 무비컬 제작 제안은 많이 받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7번방의 선물>은 뮤지컬로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좀 더 계획적으로 뮤지컬을 시작하려고 했으면, 이야기한 것처럼 첫 작품으로 무비컬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하다. 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어떤 의미로는 아주 단순한 집단이다. (웃음) 앞으로 우리 영화 콘텐츠를 무대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반드시 무비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창작뮤지컬만 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또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시작부터 대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했다는 거다. 보통은 투자, 공동 제작, 제작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단계별로 발을 들이기 마련인데, 뭐랄까, 굉장한 자신감이다. (웃음) 한편으론 공격적인 진출 행보를 보이려는 걸까 싶기도 했고.
뉴가 뮤지컬을 하는 것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많더라. 영화로 돈 벌어서 뮤지컬 한번 해보는 거냐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오해다. 사실 우리가 수십 억 원을 쉽게 배팅할 수 있는 큰 회사는 아니지 않나. (웃음) 오직 작품만 보고 소신 있게 선택한 영화 대부분이 고맙게도 성과를 봤고,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온 회사다. 뮤지컬도 같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만, 이 작품에 맞는 최적의 무대를 구현하려다 보니 규모가 커진 것뿐이다.


뉴의 뮤지컬 시장 진출에 편견이 있다면, 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여서가 아닐까. 스타 배우와 스타 연출가, 유명 극장, 대규모 제작비, 아무래도 큰 자본을 들여서 뮤지컬 시장을 노크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 ‘듣보’ 영화를 만든 데는 어디지? 영화쪽에선 보통 개봉 후 우리 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이번 뮤지컬은 개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게 배우나 스태프 크레딧에서 비롯된 관심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고민 끝에 지금의 드림 패밀리가 탄생한 거지, 상업성만을 좇은 결과는 아니다. 우리와 함께 해준 파트너들이 돈만 보고 쉽게 손잡아 줄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장진 연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카드지만, 한편으론 첫 뮤지컬 작업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이 이야기를 누가 제일 잘 쓸 것인가. 최고의 스토리텔러를 찾는 게 첫 번째 과제였는데, 우리 팀이 동시에 떠올린 사람이 장진이었다. 아무래도 자신하고 가까운 곳에서 사람을 찾기 마련이니까. (웃음) 장진 감독은 작가로 참여했다가, 꿈꾸는 뮤지컬의 지향점이 잘 맞아서 연출까지 맡게 됐다. 장 감독이 뮤지컬 연출 경험은 없지만, 내년 아시안게임 예술감독을 맡아서 큰 무대의 공연 연출에 대해 고민해 오고 있었다고 하더라. 자신이 쓴 대본을 가장 정확하게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그가 가장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장진 연출과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나?
전혀. 크리에이티브 팀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장 감독한테 처음 한 이야기도 ‘당신이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을 맡아줘, 우리는 나머지를 잘 지원할게’였다. 아마 장 감독 입장에서는 노래라는 재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제약이었을 것이다. 김광석 노래 대부분이 못 이룬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 노래들로만 한 편의 드라마를 쓴다는 게 더욱 쉽지 않았을 테고. 노래 가사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드라마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장 감독은 김광석 노래에 어울리는 그 시대 이야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아마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그 시대를 떠올려 봤을 때, 예상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비주얼적인 표현은 아마 굉장히 새로울 거다.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뮤지컬은 캐스팅이 너무 어렵더라. 비교할 건 아니지만, 영화보다 훨씬 어려웠다. <디셈버>는 배우로서도 선택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캐스팅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웃음) 아마 배우 풀에 비해 작품이 너무 많다보니 캐스팅이 쉽지 않은 것 같다.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은 이미 1년 전에 스케줄이 정해져있다고 하더라. 김준수와 박건형, 두 배우를 만날 때는 우리와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만났다. (웃음) 김준수 입장에서는 창작뮤지컬에, 20년의 세월을 오가는 캐릭터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텐데, 우리를 믿어줘서 고맙다. 박건형 역시 그만의 감성으로 보여줄 무대가 기대되고.


캐스팅 외에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겪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겨울에 다 같이 독감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 같은 사소한 부분을 챙기는 것부터, 정말 모든 게 다 어려웠다. 티켓 오픈만 하더라도, 우리처럼 7만 장의 티켓을 한 번에 오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차별화 전략이냐고들 하던데, 단지 우리가 뭘 몰라서 그런 것뿐이다. (웃음) 또 티켓 가격 논란도 있지 않았나. 우리 작품의 회당 제작비가 1억 원가량 되는데, 그중 무대에 쏟는 비중이 제일 높다. 높은 퀄리티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적정 수준의 티켓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티켓 가격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만한 무대 비주얼을 보여줄 것이다.


<디셈버>를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뭔가.
영화계에선 몇 년 전부터 국내 영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콘텐츠의 힘이 비수기를 성수기로 만들더라. 좋은 콘텐츠가 많으면 시장이 살아나는 것 같다. <디셈버>가 뮤지컬 시장에 그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너무 큰 바람인가. (웃음) 어쨌든 이제 막 뮤지컬 사업을 시작한 만큼, <디셈버>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꾸준히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첫 작품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다음 작품을 좀 더 좋은 여건 속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디셈버>가 좋은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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