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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몸이 바뀌면 재미는 두 배 [No.149]

글 | 이민선(공연 칼럼니스트) 2016-03-04 5,599

몸이 바뀌면 재미는 두 배 지난밤 번개를 맞아서, 혹은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나와 다른 사람의 몸이 바뀌어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지만 영화, 드라마, 공연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단순한 설정으로 일상을 우습거나 긴장감 넘치는 상황의 연속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의 고민 해결과 갈등 해소 과정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눈으로 보는 역지사지                   

갈등 없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드라마의 기본 전제로 긴장과 갈등이 필요하고, 대부분은 극 중에서 갈등이 해소된다. 갈등을 해결하는 착한 방법으로는 소통과 화해가 있다. 이는 타인의 이해에서 비롯되는데, 타인을 이해하는 기본은 역지사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바로 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인위적인 설정으로 심리 치료에서 활용하는 역할극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을 극적인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왕자와 거지’ 식의 변장을 통한 역할 변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로 두 사람의 몸(영혼)이 바뀔 수 있다면, 그만큼 효과적이고 드라마틱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런 초현실적인 설정은 변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역할 교환을 가능하게 하고,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와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다수의 대중물에서 영혼을 바꾸는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공통점은 전혀 다른 상황과 환경에 처해 있는 인물들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로 성별 즉, 남녀의 몸이 바뀌는 것이 대표적이다. 제목부터 그 특징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 영화 <체인지>와 전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던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남녀 주인공은 신체적 변화는 물론 극과 극의 성격 차이를 경험하면서 상대방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시크릿 가든>이나 <보이 걸 씽>처럼 상반되는 남녀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설정은 로맨스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첫 만남부터 어긋나 앙숙이 된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로맨스의 전형인데, 이런 엉뚱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의 동원은 진부한 로맨스를 한층 독특하고 낭만적으로 만드는 데 한몫한다.



또 하나, 그 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 세대 차이다.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는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와, 교통사고로 81세 할아버지와 18세 손자의 몸이 바뀌는 영화 <18 어게인>은 주인공들의 고민 해결과 가족 관계 회복이라는 훈훈한 결말을 이뤄낸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가족은 아니지만 폐경을 앞둔 45세 여가수와 미혼모가 된 18세 소녀의 몸이 서로 바뀌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격도 처한 상황도 무척 다른 두 사람은 몸이 바뀌자 상대인 척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어렵고 곤란한 일도 많지만 결국은 스스로 해내지 못했을 일들을 해내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가까워진다. 새로운 가족 탄생이라는 결말은 몸이 바뀌는 설정에 힘입어 좀 더 코믹하고 감동적으로 이뤄진다.




극적 재미를 배가하는 장치              

몸이 바뀌는 설정은 드라마의 전개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설정 그 자체로 우스운 장면을 연출해 내며 극적 재미를 높인다. 평범한 이야기에도 긴장감을 부여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특별한 쾌감을 맛보게 한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여자는 남자 몸을 하고 있고 남자는 여자의 몸을 갖게 되었다면, 씻고 옷을 입는 일상적인 일들마저 당황스러울 것이다. 딸 대신 기타를 쳐야 하는 엄마와 엄마 대신 약혼녀를 만나야 하는 딸의 작은 몸짓과 말투 역시 관객들에게는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 이런 작품에서는 모든 일상이 위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상에 진땀 흘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아가 일상이 아닌 진정한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원래 몸의 주인과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전개되는 상황은 드라마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스페셜 딜리버리>의 한물간 여가수는 이미지 관리상 원치 않았던 무대에 서게 되는데, 그녀의 몸에 들어간 천방지축 18세 소녀는 우스꽝스러운 새우 의상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대중 앞에 서서 여가수의 호감도를 높여놓는다. 또한 소녀 혼자 감당하지 못했을 사건은 이제는 그녀와 한 몸이 된 다른 이의 도움 덕에 극적으로 해결되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작품들은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특별해진다. 몸이 바뀌는 설정의 작품들에서 배우들은 1인2역 연기를 해야 한다. 한 배우가 상반되는 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낼 때 그 매력과 재미가 배가된다.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인기 요인 중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두 주연 배우가 아닐까. 차갑고 도도한 재벌가 남자와 당차고 씩씩한 스턴트우먼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 배우 하지원과, 그녀 앞에 수줍게 턱을 맡기고 면도하는 법을 배우거나 여성 속옷 입는 법을 알려주는 배우 현빈의 연기는 그 섬세함과 리얼함에서 환호를 받았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현모양처 아내의 몸이 바뀐 TV 드라마 <울랄라 부부>의 배우 신현준과 김정은,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에서 린제이 로한과 제이미 리 커티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있었기에 주인공 반전 설정은 웃음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스페셜 딜리버리>의 주인공은 45세의 도도한 공주병 여가수와 가출한 비행 소녀이다. 여전히 세상 물정 모르는 폐경기 여성과 입만 열면 은어와 속어를 쏟아내는 18세 소녀 역을 동시에 해내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이 작품의 중요한 재미 요소일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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