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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비주얼크루 숟가락 [No.150]

글 |배경희 사진 |이배희 2016-04-06 6,120

홍보 영상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난 2015년에 초연된 창작뮤지컬 <난쟁이들>은 신선한 홍보 영상으로 공연계를 휩쓸었다. 이 영상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비주얼크루 숟가락. 공연 하이라이트 장면과 연습실 장면을 편집해 티저 영상을 만드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비주얼크루 숟가락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티저 영상으로 영상 매체를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떠오르게 했다. 따라서 비주얼크루 숟가락이 공연계 대표 영상 집단으로 급부상하는 건 당연지사! 패기 넘치는 두 핵심 멤버 남윤국, 윤성구로 구성된 비주얼크루 숟가락을 만났다.





공통된 꿈을 품고 모인 사람들

비주얼크루 숟가락은 어떻게 출발하게 된 회사인가?
남윤국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나서 뭘 할지 고민하다 친한 친구 몇몇하고 우리끼리 회사를 차려보잔 얘기가 나왔다.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만드는 종합 영상 미디어 그룹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말이다. 사실 처음엔 마음 맞는 또래가 모여 차린 회사이다 보니 전문 업체 같은 느낌이었다기보다 동아리에 가까웠다.


정식 첫 작업은 뭐였나?
남윤국  인디 뮤지션의 뮤직비디오가 첫 작업이었다. 작업 의뢰를 받았던 건 아니고, 어떤 노래가 좋아서 우리끼리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아티스트에게 연락했다. 노래가 좋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봤는데, 혹시 마음에 들면 무료로 쓰시라고. 분명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그걸 쓰진 않더라. 그땐 왜 안 쓰지? 이유를 몰랐다. 근데 나중에 보니 왜 안 썼는지 알겠더라. (웃음)  


이십 대들이 모여 회사를 이끌어 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남윤국  초기엔 엄청 불안정했다. 한 3년 정도는 수입이 없었으니까. 우리끼리 뭔가 한번 해보잔 꿈을 가지고 모였는데, 돈은 안 되고 미래는 알 수 없고, 중간에 제 갈 길 찾아 떠난 멤버들도 있다. 사실 나도 결혼을 앞두고 중간에 그만둘 뻔 했는데, 성구가 잡아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윤성구  우린 선후배 사이라 윤국이 형이 처음 숟가락을 만들었을 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팀에 합류하게 됐는데 지금 그냥 포기하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더라.


뮤지컬 영상 작업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윤성구  엠뮤지컬을 다니고 있던 같은 과 동기 중 한 명이 홍보 영상을 만들어 보겠느냐고 제안해 왔다. 그때 하게 된 작품이 2013년 <보니 앤 클라이드> 초연이다. 티저 영상을 일반적인 스팟 영상과 인터뷰 형식의 스팟 영상, 이렇게 두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관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때 이후로 조금씩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홍보 영상을 만든 이유는 뭔가.
남윤국  보통 공연 스팟 영상이라고 하면 공연 하이라이트 장면과 연습실 스케치 영상을 편집해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브로드웨이 화제작’, ‘뮤지컬 시상식 4관왕’ 같은 공연 외적인 홍보 문구를 카피로 써서 말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홍보 영상으로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그 자체로 재미를 주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영화 예고편은 그렇지 않나. 영화 티저 영상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그렇기에 1분 30초짜리 짧은 홍보 영상만 봐도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초점을 맞춘 점은 티저에 공연 전체 내용을 압축해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거였다. 간혹 스팟 영상에 공연 대사를 넣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작업 초기에 힘들었던 점은?
윤성구  우리가 뮤지컬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영상이 활성화된 홍보 수단이 아니었다. 홍보 영상의 붐이 일기 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관계자나 배우들에게 영상이 하나의 홍보 방식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협조를 끌어내는 게 어려웠다. 예를 들면,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장에 가서 현장 스케치 영상을 찍을 순 있지만, 영상 촬영을 위한 시간을 따로 빼기가 힘들었다. 현장에서 영상 팀에 따로 주어지는 시간은 5분 정도였다. 그러다 2014년 <프랑켄슈타인> 초연 때 처음으로 홍보 스케줄 타임 테이블에 영상 촬영 시간이 따로 나오기 시작했다.


<프랑켄슈타인> 팀에는 별도의 촬영 시간을 먼저 요구했던 건가?
남윤국  보통 한두 달 전에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 마련인데, <프랑켄슈타인>은 4~5개월 전에 연락이 왔다. 연극 <쩨쩨한 로맨스> 작업으로 만났던 홍보 대행사가 <프랑켄슈타인>의 홍보를 맡게 되면서 일찌감치 연락을 해온 거다. 초연 창작뮤지컬을 관객들에게 알리겠다는 프로덕션의 홍보 의지가 굉장히 강했는데, 덕분에 우리도 이것저것 많은 제안을 해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욕심으론, 홍보 영상의 전체 컨셉을 잡는 데 연출가가 많은 의견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프랑켄슈타인> 때는 왕용범 연출이 직접 홍보 영상의 컨셉안을 짜서 줬다. 연출님과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이 비슷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랑켄슈타인> 작업이 우리 회사가 뮤지컬 영상 작업을 하는 데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확실한 색깔


관객들에게 비주얼크루 숟가락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난쟁이들>의 ‘끼리끼리’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면서다. ‘끼리끼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남윤국  홍보사 대표님이 ‘끼리끼리’는 히트 아이템이 될 수 있는 뮤지컬 넘버라고, 꼭 그 노래로 작품을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된 거다. 촬영 컨셉을 고민할 때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스튜디오 녹음 장면을 편집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말자는 거였다. 보통 뮤지컬에서 녹음실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녹음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적은 제작비로 진행 가능한 방법을 고민해야 했는데, 그때 마침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다. 그 영상을 보면 알 텐데, 거기엔 특별한 설정이나 효과란 게 없다. 브루노 마스하고 백댄서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흥겹게 춤을 출 뿐인데 그게 그렇게 신 난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왕자 역을 맡은 배우 셋이 대학로를 곳곳을 돌아다니는 컨셉을 잡게 됐다.
윤성구  거리 장면 중간 중간에 들어갈 가게 같은 장소를 스무 곳 정도 알아봐 뒀는데, 그중에 대여섯 개 정도만 촬영 허가가 나서 현장에서 즉석으로 섭외된 곳이 많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할머니 두 분도 마침 슈퍼 앞에 앉아 계시기에 즉석에서 카메오로 섭외한 거다. ‘끼리끼리’ 뮤직비디오는 그런 식으로 재밌게 찍었다.


‘끼리끼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제대로 된 B급 코드 때문이었다.
남윤국  홍보 영상 컨셉 잡을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대본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팟 영상에서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본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는다. <난쟁이들> 같은 경우에는 작품 자체가 B급 코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잘 담아낼 필요가 있었다. 사실 나는 B급 코드에 대한 감이 없는데, 성구 피디가 B급 코드를 진짜 좋아한다. 회의를 하면 앉은 자리에서 몇 분 만에 스무 개의 아이디어가 나온다. (웃음)
윤성구  우리가 잘 맞는 게, 나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그걸 정리를 잘 못한다.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막 던지면 윤국이 형이 잘 다듬어 준다.
<난쟁이들>로 우리의 입지가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홍보사하고 의사소통이 잘 됐고, 배우들하고 진짜 잘 맞았다. <난쟁이들> 초연 멤버들은 애드리브의 황제들을 여기 다 모아 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멘트만 써줘도 그걸 기막히게 살려냈다.



홍보 영상을 만드는 데 새롭게 시도해본 게 있다면.
윤성구  2015년 <맨 오브 라만차> 티저 영상에 들어간 공연 장면은 무대 아래가 아닌 무대 위에서 직접 촬영한 거다. 드레스 리허설 때 촬영을 진행했는데, 당시에 해당 신에 등장하는 전체 배우들이 무대감독의 지시 아래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줬다. 티저 영상에 쓰일 공연 장면을 따로 찍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 무대 아래서 찍는 것과 무대 위에서 찍는 것에 분명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프로덕션을 어렵게 설득했던 건데, 나중에 보니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워낙 짧게 들어가다 보니 티가 나질 않는 거다. 이런 시도를 했다는 걸 우리만 안다. (웃음)
남윤국  <싱잉 인 더 레인> 티저 촬영 때는 무대 위에 수중캠을 설치해 봤다. 이 작품의 핵심인 비 내리는 장면을 좀 더 다각도에서 찍기 위한 시도였는데, 배우들의 안전 문제 때문에 무대 양쪽 끝에 수중캠을 설치하다 보니 생동감 있는 그림이 안 나오더라. 이것도 기대에 못 미쳐 아쉽다.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윤성구  예전엔 촬영장에 가서 ‘숟가락’ 팀이라고 하면, 이름을 왜 숟가락으로 했느냐는 게 첫 인사였다. 그런데 요즘엔 숟가락이란 이름을 알아봐준다. 사람들에게 우리 이름을 기억하게 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 그게 제일 뿌듯하다. 앞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거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확실한 자기 색깔이 있는 영상 집단이 됐으면 좋겠다.
남윤국  우리가 만드는 영상은 기본적으로 공연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한 홍보 도구가 아닌 홍보 영상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 말이다. 물론 그러려면 우리가 잘 만들어야겠지만.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홍보 영상이 공연의 외적인 요소가 아닌 공연을 완성하는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자 목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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